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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상영_전시기간 중 매일 12:00pm/03:00pm_호암갤러리 2층 비디오실 한국어 도슨트 전시설명_전시기간 중 매일 11:00am/02:00pm/04:00pm 영어 도슨트 전시설명_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03:00pm
관람요금_어른 4,000원 / 초,중,고 2,000원 / 단체 10인 이상 50% 할인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展 입장권으로 로댕갤러리 『오노 요코 YES YOKO ONO』(6.21~9.14)展을 동시에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호암갤러리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빌딩 1층 Tel. 02_771_2381
현대미술의 전설이 된 피카소(1881~1973)는 일생을 걸쳐 다양한 주제의 수많은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입체주의와 같이 현대미술의 이론적인 면을 탐구한 시기가 있는가 하면, 심오한 정신세계를 다루거나, 전쟁과 같은 정치, 사회적인 주제들을 다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 대부분의 주요 주제는 "예술은 그 어느 때도 정숙한 적이 없다(Art is never Chaste)" 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피카소 자신의 삶과 사랑, 성 그리고 욕망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떤 사랑이든 간에(In the end, There is Only Love)" ● 이번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전은 피카소의 대표적 판화 작품인 「볼라르 판화」, 「347 판화」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로,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다른 어떤 장르보다 작가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접해 볼 수 있는 판화를 통해, 거장의 내면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다. 「347 판화집」의 경우, 80대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창착 활동과 흔들리지 않는 선 드로잉, 판화기법을 보여 주고 있어, 작가가 작품에 열중한다는 것이 다가오는 죽음과 싸우는 하나의 행위로 비춰 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다양한 작가의 분신과 신화적 상징이 등장하는 화려한 선묘의 솔직, 대담하고 익살스러운 판화들은 일종의 자전적 고백이자, 연속적인 일기로, 관람객들을 피카소가 들려주는 예술에 대한 열정, 사랑과 욕망, 고뇌의 판타지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볼라르 판화집」과 「347 판화집」 ●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중요한 두 판화집인 「볼라르 판화집(Vollard Suit)」과 「347 판화집(347 Suit)」으로 이루어 진다. 원래 유화로 출발한 피카소가 판화를 처음 시도한 것은 어렸을 때였으나 본격적인 판화제작은 1920년대 후반부터였다. 약 100여점의 판화가 1920년대에 제작되었으며 1937년에는 「볼라르 판화집」이 출판되었다. 판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말년에 더욱 증가해 1968년의 「347 판화집」, 1972년에 완성된 약 500여점의 「156 판화집」 등 일생 동안 모두 2,500여점의 판화를 남겼다. ●「볼라르 판화집」은 파리의 화상이자 출판업자였던 볼라르(Ambroise Vollard)의 이름을 딴 100점의 판화들의 묶음을 가리킨다. 볼라르는 세잔느나 반 고호 등을 후원하였고 피카소가 파리에 정착한 1901년부터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피카소는 1910년 입체주의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볼라르의 초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 판화집은 1930년에서 1937년 사이에 제작한 판화 97점을 볼라르가 가지게 되고 이듬해 볼라르의 초상을 소재로 한 판화 3점이 추가되어 100점을 채우게 되면서 「볼라르 판화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볼라르 판화집」의 중요한 주제는 '조각가의 작업실'과 '신화'이다. '조각가의 작업실'을 많이 다루었던 까닭은 피카소가 30년대에 조각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와 모델이라는 소재가 여성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강하게 받았던 피카소에게는 예술과 사랑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화'라는 주제에서는 주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Minotaur)'가 많이 등장한다. 미노타우로스 신화에서 보여지는 야만성, 폭력에 가까운 향락, 한편 타고난 야만성 때문에 미궁에 갇혀 사는 미노타우로스의 운명 등이 피카소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노타우로스 연작은 이후 「미노타우로마(Minotauromachy)」, 그리고 「게르니카」로 발전되게 된다. ● 「347 판화집」은 1968년 무쟁에서 제작된 판화 347점을 일컫는다. 이 작품들은 피카소가 1973년 사망하기 5년 전인 87세 때 제작되었기 때문에 노년기 피카소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 「347 판화집」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 역할을 했던 사바르테(Jaime Sabartes)가 죽은 한 달 후인 1968년 3월 16일에서 10월 5일 사이에 제작되었다. 약 7개월 동안 347점의 판화를 제작했다는 사실은 피카소가 오랜 친구의 죽음에서 큰 충격을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하고, 많은 작업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주제라는 것도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노쇠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347 판화집」에서는 인간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과거를 회상하면서 야한 성적 환상과 개인적인 경험을 자유로운 이미지로 엮어 나가고 있다. 15세기 스페인 작가 페르난도 데 로하스(Fernando de Rojas)의 '라 셀레스티나(La Celestina)'를 소재로 한 연작이나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연작 등에서 피카소는 더 이상 행동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훔쳐보는 관람자로 나타나고 있다. 즉, 서커스 장면, 창녀촌, 화실을 배경으로 늙고 노쇠하지만 아직도 열정과 욕구를 가진 자신을 대역이나 위장된 모습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친구를 만나면 예전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내 주려는 충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이는 그런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지만 아직도 욕구는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욕망은 아직 남아있다."
전시 구성 ● 「볼라르 판화집」과 「347 판화집」은 약 30년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만큼 양식적으로는 매우 차이가 난다. 「볼라르 판화집」이 고전주의적인 양식으로 제작되었다면 「347 판화집」은 자유로운 드로잉의 성격을 갖는다. 이들 판화들은 일정한 주제나 제목이 있는 것이 아니고, 피카소의 연구자들에 의해, 혹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제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두 판화 모음집에는 그가 일생 동안 추구해 오던 여러 주제들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어, 이번 전시는 제작 연도에 관계없이 총 10개의 주제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 또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카소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 상영 및 가족, 연인들의 사진과 피카소 연보를 소개하는 전시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인간 피카소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1_초상화 ● 피카소는 직접적인 자화상을 많이 그리지는 않았으며, 남아 있는 자화상도 주로 1930년대 이전으로 국한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자전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그의 분신이나 대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역시 그의 자화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머리에 월계관을 쓴 어린 천재소년에서부터 서커스의 어릿광대, 나이 먹은 실레누스, 털이 덥수룩하게 나고 담쟁이넝쿨로 머리를 장식한 사티로스, 모자와 망토를 입고 칼을 찬 17세기 총사, 또는 주름이 가득한 호색적인 노인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가족 초상 중에서는, 어린 피카소에게 붓과 팔레트를 물려주고 자신은 붓을 꺾었다는 그의 아버지 호세 루이스 블라스코가 긴 얼굴에 양쪽 끝이 올라 간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남자로 많은 작품에서 등장한다. 피카소 자신도 수염을 기른 남자들은 늘 아버지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피카소와 삶을 같이 했던 그의 연인들도 수많은 작품들에서 등장한다. 이들은 주로 모델이나 서커스 단원으로, 혹은 매춘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_조각가의 작업실 ● ?미술가의 작업실?이라는 장소는 일생에 걸쳐 피카소를 끊임없이 사로잡았던 주제 중 하나이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일종의 소우주와 같은 개념을 갖는 공간으로, 이곳은 창조의 산실이자 예술가의 모든 것이 노출되는 공간이다. 「볼라르 판화집」에 등장하는 조각가는 젊은 청년이거나 수염이 덥수룩한 나이 먹은 조각가로 나타나는데, 조각가라기보다는 제우스 신이나 철학자처럼 보인다. 조각가와 함께 등장하는 모델은 둥글고 감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당시 피카소의 어린 연인이었던 마리 테레즈(Marie-Therese Walter)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자세나 선은 감각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조각가는 조각을 하고 있거나 모델을 보고 생각에 잠겨 있으며, 모델과 함께 완성작을 감상하는 경우도 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이 함께 침대에서 포옹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조각가의 시선은 조각 작품으로 향하고 있어서, 조각가가 모델보다는 작품에 더 매료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화가와 모델 ● 피카소가 '화가와 모델'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영감을 받았던 작품은, 그가 1927년에 판화로 제작한 바 있는 발작(Honore de Balzac)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걸작(Le Chef d'oeuvre inconnu)』이었다. 이 소설의 무대는 17세기 프랑스이다. 프랑호페(Frenhofer)라는 화가는 아름다운 모델의 누드화를 그리면서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절대적인 작품을 완성하려고 10년 동안 이 그림에 매달렸다. 이 그림을 보고 싶었던 포르뷔(Porbus)와 젊은 화가 푸생(Poussin)은 자신의 애인인 질레트를 모델로 제공하겠다는 제의까지 하고서 그 대가로 이 천재 화가가 일생을 바쳐 완성한 명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고,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선으로 가득 찬 작품이어서 이 두 사람은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프랑호페는 그림을 공개한 그 다음날 작품을 불태우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347 판화집」에서는 이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도 있지만, 피카소가 임의로 주제를 변형시켜 자신을 연상하게 하는 노화가가 젊은 모델을 그리는 장면으로 바꾸어 놓은 경우도 많다. 여기서 화가는 더 이상 당당한 창조자의 모습이 아니라 희화된 모습이나 어릿광대의 형상, 또는 17세기 총사(musketeer) 등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4. 미노타우로스 ● 인간의 신체와 황소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Minotaur)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고대 미노스의 왕비 패시페는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우두인신(牛頭人身)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길을 찾을 수 없는 미궁(labyrinth)에 살면서, 7년마다 청년과 처녀 각 7명을 제물로 요구했다. 이 때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자청하게 되는데,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졌던 미노스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실꾸러미를 주어 그가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베고 미궁을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 미노타우로스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볼라르 판화집」에서 미노타우로스는 처음에는 비교적 인간적이고 온순한 모습을 한 채 마리 테레즈로 보이는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여성과 같이 누워 있는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작품들에서는 여성을 강간하는 폭력적인 괴수로 표현되는가 하면, 질탕한 연회를 벌이기도 하고, 또는 테세우스에게 죽음을 당하는 패배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1934년도에 제작된 일련의 작품에서는 눈먼 장님이 되어 어린 소녀에 의해 인도되는 비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여, 부인 올가(Olga Kokholova)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마리 테레즈에 의해 이끌려 가는 자신을 은유하고 있다.
5.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가이자 저술가였던 조르지오 바자리(Giorgio Vasari) 는 화가 라파엘의 모델이었던 라 포르나리나(이탈리아 어로 빵 굽는 사람의 부인이라는 의미)가 사실은 라파엘의 연인이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후 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피카소는 1968년 8월 29일부터 9월 9일까지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연작 25점을 제작했다. 이 연작에서 베레모를 쓴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는 마치 곡예사와 같은 자세로 정사를 벌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파엘은 손에 붓과 팔레트를 계속 쥐고 있다. 커텐 뒤에서는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비롯해서, 추기경, 그리고 피카소의 판화를 찍어 주던 피에로 크로믈랭크가, 그리고 침대 밑에는 라파엘의 성공을 시기하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숨어 있는데, 그는 교황처럼 직접 훔쳐보지는 못하고 듣기만 하고 있다. 이것은 87세가 되어 성적, 예술적으로 무력해진 이 노화가의 심리를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이제 피카소는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훔쳐보는 방관자의 입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들 역시 훔쳐보는 관람자들이 된다.
6. 서커스 ● 피카소는 어려서부터 서커스나 연극 등의 공연 예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작가 브라사이(Brassai)는, 피카소가 파리에 정착하고 유명해진 이후에도 메드라노 서커스(Cirque Medrano) 구경을 자주 갔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피카소가 특히 어릿광대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서커스를 주제로 한 초기 작품들에서 피카소는 어릿광대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나타낸다. 아마도 울긋불긋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의상을 하고 있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외롭고, 상처받기 쉬운,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 계급인 이 어릿광대에게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347 판화집」에서 서커스 공연은 시공을 초월하고 있다. 아마존으로 불리는 말 위에서 묘기를 벌이는 여자곡예사들은 고대 그리스의 여전사들인 아마존 같이 보이며, 말을 모는 전차병 역시 고대 로마의 전차병처럼 보인다. 여기서 부인 자클린느(Jacqueline Roque)는 여자 곡예사로 등장하지만, 노쇠한 피카소는 이제 서커스를 뒤에서 바라보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7. 포옹 또는 폭력 ● 피카소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판화들도 거의 제목이 붙어 있지 않다. 현재의 제목들은 주변의 친구들이나 연구자들이 붙였거나 또는 언제 어떻게 붙여졌는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포옹 또는 폭력?이라는 주제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포옹, 폭력, 또는 강간 등으로 제목이 붙여진 여러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작품에서는 남녀의 신체가 거의 하나로 엉켜져 있어 윤곽선이 불분명하며, 따라서 포옹인지 강탈인지 구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들에서는 곡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성의 머리가 거의 꺾어질 정도로 휘어져 있고, 여성의 신체는 불가능할 정도로 뒤틀려 있거나 완전히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장면 역시 강간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일종의 황홀감의 표현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8. 누드 ● 누드는 미술의 영원한 주제다. 여성 누드는 피카소에게도 끊임없는 작품의 영감을 주었고, 그가 전 생애에 걸쳐 탐구하던 주제였다. 이 전시에 포함된 누드화들은 대부분 「볼라르 판화집」의 ?조각가의 작업실? 주제에서 파생된 작품들로 조각가의 모델을 그린 것들이다. 피카소는 대개 홀로 있거나 두 누드를 대조시키는 구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누드 작품들에 등장하는 모델은 대체로 피카소의 연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카소가 이들을 앞에 놓고 그렸다기보다는,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머리 속에 인식된 이미지를 그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누드 작품들에서 표현된 여성의 신체는 그의 남성적 욕망을 통해 투사된 것이 라고 볼 수 있다. 1930년대에 제작된 「볼라르 판화집」에 등장하는 누드들은 고전주의적 양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특히 고대 그리스 도기화의 절제되고 간략한 선을 연상시킨다. 「347 판화집」의 누드들은 대부분 입체감 없는 선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캐리커쳐로, 여성의 신체는 비례를 무시하고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9. 옛 대가들 작품의 변주 ● 미술가는 항상 과거의 미술에서 영감을 받지만, 피카소만큼 옛 대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품을 차용한 화가는 드물다. 미술사에 남은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바꿔 그리는, 일종의 ?변주(variation)? 에 속하는 이들 작품들은 주로 렘브란트, 드가, 앵그르, 들라크르와, 그리고 스페인의 벨라스케즈, 고야, 엘 그레코 등의 아주 유명하거나 미술사의 기준작이 되는 작품들에서 출발한다. 피카소는 이러한 작품들의 구성이나 인물의 자세와 그룹들, 모티프에서 시작하여 여기에 자유로운 변형을 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양식, 기법, 내용에서 매우 다른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때로는 한 작품에서 약 1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파생되기도 하였다. 피카소의 이러한 작업에 대해, 학자들은 그들에 대한 피카소의 존경심과 경쟁의식 두 가지 모두가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이제 미술사 속 대가들의 대열 속에 들어간 피카소 자신이 과거의 대가들과 나누는 대화의 하나로도 볼 수 있고, 또 형태의 파괴를 통해 현대미술의 창시자로서 여겨지는 자신의 작품들이 사실은 전통 속에 매우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0. 라 셀레스티나 ● 「347 판화집」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는 ?라 셀레스티나?이다. 셀레스티나는 1499년에 출간된 스페인의 페르난도 데 로하스(Fernando de Rojas)의 『칼리스투스와 멜리베아의 비극적 희극』, 일명 ?셀레스티나?로 불리는 소설에 나오는 늙고 한 쪽 눈에 병이 난 늙은 뚜쟁이의 이름이다. 셀레스티나는 자신과 딸, 그리고 딸의 애인을 위해 돈을 벌려고 온갖 속임수를 동원해 점잖은 남성들을 자신의 하렘으로 데리고 가 매춘부를 소개한다. 경우에 따라서 남성은 달아나는 여성을 추적해 폭력적으로 강제 납치하기도 한다. 피카소는 여기서 매춘부, 뚜쟁이, 고객이라는 고전적인 삼각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탐구하고 있다. 시커먼 외투를 입은 늙고 네모난 얼굴의 셀레스티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들 남녀의 행위를 훔쳐보고 있으며, 늙고 찌푸린 그녀의 모습은 젊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들과 대조된다. 남성들은 19세기의 복장을 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스페인의 황금 시대였던 17세기의 총병이나 기사, 화가, 또는 수도사로 나타나고 있다. ■ 삼성미술관
●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展 미술교사 초청회 대상_경인지역 미술교사 80명_선착순 마감 내용_중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전시와 관련한 미술사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미술관을 교육의 장으로 이용하실 수 있도록 지원 일시_2003_0712_토요일_02:00pm~04:00pm 장소_중앙일보사 1층 세미나실 신청_삼성미술관 운영실(Tel. 02_750_7824, [email protected]) 참가자 전원에게 전시도록, 포스터 및 초대권 배부
Vol.20030715a |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