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uta_움직이는 식물의 영토

책임기획_김월식_김영진   2003_0709 ▶ 2003_0805

권희준.김은미,김효미,윤지영.이우리.임은진_라퓨타_플라타나스, 이끼, 곱슬버들 외_가변크기 설치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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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709_수요일_02:00pm

참여작가 구나영_권희준_김기연_김은미_김효미_김현영_송지은_심민주 유경선_윤지영_이우리_임은진_정다정_정승희_한송이_한성민

찬조출품_김월식_김영진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_계원조형예술대학_아티스트그룹 한티

갤러리 한티 서울 마포구 창전동 5-81번지 2층 Tel. 02_334_9136

식은 죽 먹기 ● '라퓨타'는 걸리버 여행기 3장에 나오는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다. 일본의 에니메이션 감독 '미야자끼 하야오'는 이 걸리버 여행기 3장의 움직이는 섬에서 영감을 얻어 『천공의 섬 라퓨타』라는 장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사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오래된 소원이자 희망이었다. 때문에 인간의 문명은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고 어쩌면 얼마 안 남은 미래에 섬 정도 크기의 물체가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형태야 어떻든 이미 몇 백 명씩의 인간을 태운 쇠 덩어리들이 하늘을 날고 인간들은 그 안에서 식사도 하고 배설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며 영화를 보기도 하고 있으니 섬 하나가 하늘에서 돌아다니는 거야 이제 정말 식은 죽 먹기다.

김월식_Untitled_50×43×43cm_방안지, 풀_2003 한성민_치유의 정원_아이비, 안시리움 외_가변크기 설치_2003
정다정_감옥에서는_의자, 흙, 무씨_95×52×70cm_2003 구나영_Rute_칡넝쿨, 곱슬버들, 이끼 외_75×400×400cm_2003

애국심 ● 지자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방, 지역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각 지역의 대표 생산품이나 농수산물들을 홍보한답시고 팔도의 미인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00아가씨 선발 대회에 참가한다. 또 각 지역에서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의 기념일들을 찾아내 굿판을 벌인다. 군 소재지 이상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역사적 기록 외에도 전설, 심지어 야사까지 찾아내 그 지역의 비범한 기운을 홍보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전설과 야사는 하나같이 옆 동네에도 있는 전설 같고 꿈에서 본 것도 같은 아리송하기도 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하여간 각 지방 지역의 이런 저런 행사와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실로 대한민국 백성들은 모두가 으뜸이고 모두가 비범한 정기를 이어받은 사람이다. 각 지자제의 행사 중에는 자기 지역 이름을 내세운 꽃 박람회가 있다. 어렸을 적에는 박람회는 대전 엑스포 정도의 규모와 스케일이 있어야 박람회인줄 알았는데 조금 커보니 무슨 박람회가 그리 많은지 그 박람회만 일일이 돌아다녀도 세월은 그냥 가줄 것 같은 기분이다. 놀라운 것은 그래도 이 박람회에 사람들이 들끓어 이게 꽃 박람회인지 사람 박람회인지 모를 지경이니 우리 국민의 문화적 욕구도 가히 선진국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꽃 박람회장은 온갖 화려하고 이쁜 꽃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각 부스마다 이름도 모를 꽃과 화분들이 즐비하고 게다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모토아래 특별히 꾸며놓은 토담과 기와, 연못을 차용한 전시장 내부 연출은 민속주점 아니 민속촌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정말이지 애국심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송지은_자생의_석고, 빈카 외_90×55×180cm_2003 김현영_인어_엽린, 청지목_45×65×160cm_2003
한성민_체스_잔디, 부양토, 선인장 외_10×100×100cm_2003 김영진_1460번의 바람과 빛에 대한 기억_나뭇가지_30×45×45cm_2003

사돈 ● 00시 꽃 박람회를 돌아보고 귀가하다 도로의 가로수를 본다. 약간 다른 모양새의 가지를 빼고는 모두가 하나같다. 길옆의 빌딩들을 닮아 있는 것 같다. 뭐 빌딩들도 하나 같이 닮아있고 간판도 닮아 있으니 가로수 빌딩 간판은 모두 도시의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이다. 그 길로 이어진 00시 꽃 박람회장도 어찌 보면 형제요 친척이고 사돈 정도는 될 것 같다.

심민주_도구의 정원_엘레강스, 싱고니움, 오브제 외_가변크기 설치_2003 김현영_인어_엽린, 청지목_45×65×160cm_2003

우수운 상상 ● 새삼 '라퓨타'라 생각나는 것은 이 지점에서부터인 듯 하다. 아파트 앞 놀이터 화단과 큰길로 이어져 있는 가로수, 그 도로 끝의 00시 꽃 박람회장의 화훼들이 화훼의 일반이고 상식이라면 엉뚱하게 하늘을 떠 다녀도 그런 영토에서 뿌리내린 화훼의 소수이형체들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한 영토에 머무르지 않는 뿌리, 또 다른 영토와 뒤섞이며 즐거운 변종으로 성장하는 꽃, 뭐 그런 것들이 가로수라면 난 그런 가로수가 있는 도로를 드라이브 해보고 싶다는 우스운 상상을 했다.

정승희_Care Project_유아들의 식물키우기 관찰일기_2003 한송이_Legs_석고, 빈카_가변크기 설치_2003

'라퓨타'-움직이는 식물의 영토 ● 이제 갤러리 한티는 전시기간 동안 없어지고 대신 '라퓨타'-움직이는 식물들의 영토가 생겨난다. 우선 '라퓨타'는 당분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것이다. 여러 가지 자양분이 필요할 터 우리는 관람객의 즐거움에 그 기대를 해 본다. '라퓨타'는 모두 대학에서 화훼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꾸며진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00시 꽃 박람회류의 장식적이고 00마트의 진열장 같은 화훼전시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또 그렇다고 단순히 식물소재로 작업한 파인아트의 형식주의 범주의 전시가 아니라는 점도 밝혀둔다. 나는 이 전시가 젊은 화훼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상상력을 훔쳐보는 전시로 꾸며 보자는 데에 한 표 던진다. 기존 화훼의 고정된 틀을 벗어보고 새로운 언어로의 그 가능성을 열어보는 기회로 만들어보자는 데도 한 표 보탠다. 새로운 영토로써의 '라퓨타'는 독립적 움직임을 갖고 뿌리를 내며 거두는 새로운 식물형의 사고를 필요로 하는 작가들의 땅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처음 공중으로 부양된 식물들의 움직임을 보며 미술이라는 이름을 얻은 첫 항해이자 유목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 김월식

Vol.20030714a | Laputa_움직이는 식물의 영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