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702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봉합 (封合)과 해체(解體)를 통한 Drawing의 단편 ● "신체적 공간은 부분들을 펼치는 대신에 그것들을 포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신체적 공간은 무대의 조명에 필요한 객석의 어둠이고, 잠의 바탕이거나 또는 동작과 그 목적이 풀려 나오게끔 만드는 막연한 힘의 보유이며, 정확한 존재들과 무늬들과 거점들이 자기 앞에서 나타나게끔 해주는 非 존재의 지대이다."_M . Merleau-Ponty, 지각의 현상학 (La phenomenlogie de la perception, p.117) ● 유년시절의 기억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관심사이며 예술적 소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필이면, 무수히 많은 유년시절의 놀이 중에서 '인형놀이'를 즐겨했던 청년작가를 소개한다. 김이경이란 젊은 여성작가이다. 어린 시절 '인형놀이'는 김이경의 회화 작업과정 속에서 커다란 모티브로 성장한다. 그녀를 위한 '놀이'는 예술로 변화하고 더 나아가 회화 공간 속에서 화려한 몸의 축제를 연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처럼 역동적인 몸의 포즈가 서로 뒤엉키고 중첩, 교배된 몸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또한, 김이경의 회화는 한국적 재료로서의 특성을 지니는데, 그것은 한지와 먹의 사용과 더불어 회화의 축 이 되는 캔버스의 틀과의 결합이고, 틀 없는 한지의 중첩된 효과를 엿보기도 한다. 재료와 방법 면에서 그녀의 회화작업은 한국적 전통과 서양 예술양식의 틀을 상호 보완하면서 작업에 임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지와 먹의 혼합은 한국화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캔버스 틀의 사용은 작가 자신이 곧 현대회화의 재료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과 전통적 재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용의 문제를 염두 해 두었기 때문이다.
"회화란 받침대 위에 매어졌건 아니건 간에 캔버스라는 바탕 위에 칠해진 마티에르, 즉 색면 이라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망각된 사실, 즉 회화를 되찾자는 것"이라는 쉬포르-쉬르파스(Support-Surface)그룹이 회화의 근본이념을 중요시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회화적 표현방식은 동·서양 회화의 교차로 위에 있다. 화면 위에 그려진 선들의 다양한 이미지에 의해'봉합(封合)' 된 '몸의 이미지'와 '해체(解體)'된 몸의 일부들은 그녀의 회화적 소재의 전부를 이룬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려진 몸의 드로잉drawing은 의도하지 않았던 이미지와 의도된 이미지의 결합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인간의 몸의 형상들이다.
김이경의 작품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 중 하나, 아름다운 여성의 벗은 몸을 소재로 하는데 그것은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의 몸처럼 포장하고, 꿰매고, 해체시킨다. 조각가 루이 부르주아 Louis Bourgeois의 헝겊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인체조각처럼 커다란 화면 위에 수없이 많은 몸의 이미지 일부가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고 나중에는 몸의 형상인지 거미줄의 이미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추상의 실타래를 회화공간 속으로 감고 풀어나가면서 끊임없는 행위의 연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회색 모노크롬" monochrom으로 표현된 회화는 보는 자로 하여금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곡처럼 따뜻하지만 약간의 화려한 변주가 있는 색의 느낌을 준다. 텅 빈 캔버스 위에 회색의 잔잔한 색조들은 연극무대의 조명의 역할을 한다. 또한, 모노크롬 회화 위에 복잡한 몸의 파편들이 굵은 선으로 뒤엉켜 하나의 봉합된 몸을 이룬다. 흐릿함과 번짐의 회색 얼룩 들 그것은 평면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간성의 은근한 의지임을 예측하게 한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인체 드로잉은 손, 발의 움직이는 동작들을 포착하여 복잡한 "인체 꼴라쥬-드로잉"이란 신조어를 창출한다. 다시 말하자면, 선으로 표현된 손발의 이미지 단편들을 일정한 크기의 화면 위에 반복하여 그린 다음 그것을 커다란 대형화면 위에 붙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반복되는 손발의 이미지는 끝에 가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낳는다. 결국 그것은 봉합과 해체를 통한 드로잉의 단편들로 완결 짓게 된다.
끝으로, 김이경은 인간들의 삶의 보편성을 극화시키기 위해 연극 같은 회화, 운율적인 드로잉, 다이나믹한 시공의 이미지를 자아내기 위해 철저하게 의도된 '회색 모노크롬', '몸 꼴라쥬-드로잉', '봉합-해체'의 방식을 선택한다. 예술가의 길을 나서는 그녀의 첫 개인전에 힘찬 박수와 커다란 기대를 아끼지 않는다. ■ 한광숙
Vol.20030704b | 김이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