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사적 공간 속으로

이지현 회화展   2003_0627 ▶ 2003_0708

이지현_WindowⅡ-In frame_종이에 아크릴채색_80×100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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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627_금요일_05:00pm

갤러리 아티누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6번지 2층 Tel. 02_326_2326

프랑스 파리 풍경을 내 방에 옮겨 보면 어떨까? 라는 모회사의 광고처럼 평소 동경하는 공간을 나만의 공간에서 감상하고픈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나만의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공 공간에 전시한다면 어떨까? 나만의 내밀한 공간이 공공장소에서 새로운 공공성을 획득하게 될까? 아니면 공공장소가 나만의 사적인 냄새로 물들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작가 이지현의 작업 속에서 찾아보자.

이지현_WindowⅠ-Interactive_유리에 유채_76×136cm_2003
이지현_dreaming_종이에 아크릴채색_54×77.5cm_2003

탈출하는 그림들 ● "내 공간을 가지고 새로운 공간 속으로 탈출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지현은 자신의 작업실, 소파가 놓인 거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등을 그대로 화폭에 옮긴다. 그리고 이들을 한 보따리 싸 들고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은 닫혀진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며 필연적으로 목적지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지현에게 있어 탈출은 닫혀진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이동이 아닌 두 공간 사이에 틈을 만들어 서로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을 의미하며, 그 목적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공공 공간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갤러리를 향한다. 작가는 종착지인 갤러리에 짐을 풀고 자신의 사적 공간을 갤러리에 그대로 재현해 보인다.

이지현_Inner space-suit ca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0cm×2_2003

공간 속에 스며드는 또 다른 공간 ● 새로운 방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의 사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여러 개의 시점이 중첩된 다층 공간이다. 현실적 공간이라기보단 어딘지 모르게 이상화된 초현실적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러한 느낌은 갤러리가 가지고 있는 공공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상당부분 약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이지현의 사적 공간이 점차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생경함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팔레트는 캔버스를 넘어서 공간 전체를 색칠한다. 캔버스 속의 이미지가 아닌 공간 안에 놓인 또 다른 공간 이미지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이다. 그래서 이지현의 작품은 그림이라는 정의보다 건축적 설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창문을 통해 바라본 옆방의 모습 같기도 하고 벽면에 도배한 벽지처럼 갤러리 벽면 속에 스며들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작품을 담아내고 있는 프레임과 벽과의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이 벌어진 틈은 관객들에게 그녀의 사적 공간에 대한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작가의 내밀한 사적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공간 구성은 벽면 위에 걸려진 2차원의 눈속임일 뿐 실질적으로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갈 수가 없다. 작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울을 도입한다.

이지현_WindowⅢ-In living room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에 유채_가변크기, 설치_2003

거울 속으로 ● 거울은 현실을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비록 연속성이 없는 분절된 이미지를 담아내지만 역시 자아의 모습을 반영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작가는 그림이 그려진 거울 캔버스를 전시장 코너 쪽의 다른 이미지와 직각으로 설치하여 그림 위에 또 다른 이미지가 비추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계별로 보면 바로 인접한 캔버스의 이미지가 거울 속으로 흡수되고, 전시장 내부 풍경이 거울 속으로 확장되며, 마지막으로 관객의 모습을 거울 속에 드리워진다. 관객은 작가의 사적 공간 속에 어느새 들어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모습은 프레임 된 거울 속의 자아의 이미지일 뿐 아니라 갤러리 풍경까지 함께 담아낸다. 분절된 공간을 연속된 공간으로 이어주는 거울. 그러나 동시에 우리를 판단의 딜레마 속에 빠뜨린다. 이제 공공 공간 속에 서 있는지 사적 공간 속에 서 있는지는 개인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 이대형

Vol.20030702a | 이지현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