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609_월요일_05:00pm
가산화랑 서울 강남구 청담동 9-2번지 Tel. 02_516_8888
김윤신의 조각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로움에 잠기게 한다. 들뜬 기분을 가라앉게 하고, 한 점 불안함이 없는 안정된 정서에 동참하게 한다. ● 이 차분한 정서의 소통은 곱고 치밀하게 연마되어, 윤기를 머금은 대리석 표면과 각 부분들의 막힘 없는 윤곽들로 특징 지워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에 기인한다. ● 김윤신의 조각이 인체를 다룰 때에는, 인체의 리듬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동행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 세부들이 한두 개의 큰 양감의 흐름에 묻히기도 한다. 수직과 수평의 안정된 구조 속에 앙망하고 기원하는, 김윤신의 조각들은 다만 돌을 깨고 다듬는 물리적인 과정의 결과물 이상이다.
그의 형태들은 인체의 조형적인 변형과 해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돌출했다 다시 함몰하곤 그 맺힘 없는 표면의 흐름과 나부끼는 듯한 운동에는 어떤 마음의 차원이 개입해 있다. ● 그가 무수히 돌을 깨 나가는 과정에는 주어진 돌의 무게를 덜어나가는 소유들을 덜어내려는, 애틋한 비유가 내재되어 있다. 덩어리로부터 깨어지고 도려내어진 것들은 돌 조각만은 아닐 터이다. ● 그것들은 인생의 묵은 짐이며 해묵은 때이기도 하다.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를 마주하고서, 덜어내고 비우려는 마음은 어디까지 진행되어야 하는가? ● 마음깊이 내재된 원형에 도달할 때까지다. 겨우 지탱할 수 있는 두께에 마지막 정이 닿을 때까지!
내가 아는 한, 조각가 김윤신은, 차가운 돌을 다룰 때조차, 따뜻하게 전달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작가이다. 또 그 마음은 자신이, 혹 신의 아름다운 돌을 그저 소모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하기도 하는 겸허한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다만 윤리적 겸손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대리석 앞에서, 그것을 결코 재료로만 취급하거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예술가의 마음이요 결연한 자세이기도 한 것이다. ● 바로 이 마음에 의해 김윤신은 돌에 감격하고, 그것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둘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 심상용
Vol.20030612b | 김윤신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