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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_고타르트 그라우브너_게하르트 리히터_이미 크뇌벨
작품 설명회 2003_0531_토요일_02:00pm_김정희 2003_0607_토요일_02:00pm_김재원 2003_0614_토요일_02:00pm_송남실
입장료_일반 3,000원 / 초중고 학생 및 20인이상 단체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05:30pm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현대 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 Tel. 02_734_6111
갤러리 현대에서는 세계 현대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현재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 3인-고타르트 그라우브너_게하르트 리히터_이미 크뇌벨-의 전시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 그들은 60-70년대 독일 현대미술의 중심축 이었던 뒤셀도르프에서 학업을 하고 작업을 해온 인연이 있으며, 대략 10년의 나이 차이를 가진 동세대의 작가들로서 폭발적인 미술 에너지의 중심지였던 뒤셀도르프의 역동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간의 밀접한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연하게도 이들 모두 구 동독에서 출생했고, 이후 뒤셀도르프로 이주하여 양 독일 체제를 경험한 공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경험은 당시 뒤셀도르프에서 벌어진 다양한 담론들-정치적 이슈, 사회민주주의, 무정부주의, 물질과 정신에 대한 변혁 등에서 조금 비켜선 아웃사이더로서 그들의 관심사를 본질적인 질문들로 환원할 수 있는 정신적 배경이 되었고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의 접근과 사고를 통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뒤셀도르프라는 물리적 공간과 동시대성은 또한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중의 하나입니다. 요셉 보이스로 대표되는 미술에서의 새로운 정신과 지성에 대한 욕구, 다양한 실험과 이의 실천 등은 2차 대전 이후 독일 경제 부흥기의 시대적 요구였고 당대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위의 세 작가는 이러한 시대상황을 주시하고 흡수하면서 각자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게하르트 리히터는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거장이며 현재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구 동독에서 성장한 그는 리얼리즘적 전통과 서방 세계의 모더니즘 회화와의 조우를 통해 회화의 종말이라 불리우는 이 시대에 회화의 길을 개척해 현대 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구축하였습니다. 리히터는 특히 사진과 회화의 만남을 통하여 사진과 미디어가 표현할 수 없는 회화의 고유성을 재확인 시켰습니다. 그는 사진의 모티브 위에 채색을 하여 사진 혹은 우리의 눈이 갖고 있는 재현성의 허구를 드러내고 회화적 재현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신감을 부여하였으며, 사진이라는 매체를 재발굴 함으로써 사진으로서의 재현, 회화로서의 재현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며 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에서 보여지는 정치적 혹은 비정치적 성향, 사진과 회화, 구상성과 추상성, 무정형성과 물질주의 등의 서로 상이한 요소들의 충돌과 결합은 어느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경향의 실험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온 살아 숨쉬는 그의 작품 세계의 매력입니다. ● 미디어와 익명이 주제가 되어 모호해져 버린 현대미술에서 전통적 회화 사상을 바탕으로 개인과 개인성의 고유한 미덕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리히터의 예술세계는 형식을 거부하며 유연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요구와 만나고 있는 지점이며 그의 회화가 갖고 있는 미덕일 것입니다.
이미 크뇌벨은 단순한 기하학적 색채추상의 범주를 넘어 형태와 색채로 구성된 새로운 회화 공간을 창조하였습니다. 그는 60년대 요셉 보이스의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학생으로서 다른 추종자들과는 다르게 독자성의 중요함을 인지하고 요셉 보이스로부터 받은 19번 방에서 그의 절친한 친구 이미 기제와 함께 독자적인 실험을 행하였습니다. ● '19번 방'이라 명명된 그의 작업은 지금까지 그의 작품세계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회화와 회화가 놓여지는 물리적 공간과 환경, 캔버스라 불리우는 회화의 '틀'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의 시작이었습니다. 작업 '19번 방'에 설치한 캔버스의 모서리 조각, 캔버스 틀, 바닥에 빼곡히 서있는 박스들은 하나의 상징적이며 건축적인 풍경화라 할 수 있습니다. 회화의 주요한 주제중의 하나인 원근법에서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구도의 문제는 그의 회화 혹은 조각적 회화 안에서 지속되면서 새롭게 해석되었고 회화의 영역을 화면 밖의 공간, 즉 벽, 바닥으로 확장시키며 그는 회화의 무수한 담론들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형식과 공간의 실험들은 회화의 해체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회화의 또 다른 활력이 되었습니다. 후기의 작업들은 벽면과 사각의 틀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주며 더욱이 알루미늄의 차갑고 딱딱한 성질을 뒤덮은 풍부하고 화려한 색채와 화면에서 보여지는 힘찬 붓질은 감성적인 회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 크뇌벨의 작품에 스며있는 지적인 엄밀함, 차가움과 따스함, 진중함과 가벼움 그리고 공간적 미학은 우리로 하여금 시각적 쾌할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며 회화의 연구와 새로운 시도로 현대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화단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고타르트 그라우브너는 60년대 이전부터 이미 작가적 입지를 정립하며 동시대의 다양한 형식적 실험에 대한 관심보다는 전통에 입각한 회화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그는 빛과 색채라는 회화의 영원한 주제에 다가가 색과 색면 그리고 화면의 깊이를 개척하여 Farbekoerper (화르베 퀘어퍼) 라는 세계를 구축하여 Monet 이후 Newmann과 Rothko로 이어지는 정통회화의 계보를 잇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색채체 또는 색체 신체라고 번역되어지는 Farbekoerper 는 회화적 신체성을 의미하며, 그것은 화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생명성 그리고 인체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스폰지 캔버스에서 비롯됩니다. 모서리가 각져 있는 보통의 캔버스를 벗어나 부드러운 쿠션으로 처리된 그의 화면은 그의 미묘한 색채의 두터움과 어울려 여성의 신체, 은밀함 그리고 에로틱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겹겹이 겹쳐지는 색채, 작가의 호흡을 연상시키는 붓질, 그리고 작가 개인의 신체와 캔버스라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단지 육체성을 의미하는 신체성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승화의 과정까지 도달하는 에로스의 이상향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가 그의 작품에 대해 색채 신체라고 명명한 이유일 것입니다. 색채 신체는 작품 자체에 대한 생명력의 부여이며 그에게 있어서 회화는 바로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 그라우브너의 작품은 전세계 유명 미술관과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소장되었으며 1988년 베를린 독일 연방 대통령 관저 (벨뷔 성)와 1999년 베를린의 연방의회 건물에 대작을 제작, 설치함으로써 작가로서의 명성을 다시금 세계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사람을 끄는 묘한 마력으로서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느끼게 하며 관객들에게 시각적 기쁨과 함께 깊은 지적 체험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독일 현대미술 3인』展에서 독일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상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미디어가 범람하는 우리의 시대상황에서 회화적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독일미술의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갤러리 현대
Vol.20030531a | 독일 현대미술 3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