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된 신체

책임기획_조관용   2003_0528 ▶ 2003_0607 / 일요일 휴관

위장된 신체展_조흥갤러리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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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조정_이재용_정성희_손선영_인민영_하명은_이혜영_오제훈_박성욱_ 천태은_김지현_방영주_조연진_임영주_김혜나_이영호_김연수_남영화_ 유경연_홍선준_최유경_양연화_김은정_왕인자_길성호_오동훈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과학이 발전하여 균형이 잘 갖춰진 몸매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수술한다면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잘 보이는 신체 부위에 번호나 바코드로 표기를 해야 할 것이고, 구성원 중에 몇 명이 사라진다 해도 그리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며, TV뉴스에서 소란스럽게 떠들지도 않을 것이다. ● 누군가(사회)의 취향에 맞춰 살아간다면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사람을 보나 저 사람을 보나 모두 똑같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이미 서로의 몸짓과 대화가 공허할 뿐인 우리의 일상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장된 신체展_조흥갤러리_2003

신의 계략인지, 창조의 오발탄인지. 인간은 물려받는 유전자도 다르며, 타고난 성질도 다르다. 우리는 유전자와 타고난 천성과 더불어 시간의 흐름을 통해 자신의 의지에 의해 형성해온 의식을 신체에 반영시킨다. 개인의 신체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모습과 자의식을 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인 것이다. ● 그러나 우리의 신체는 자의식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가. 한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우리의 의식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신체는 끊임없이 훼손된다. 때로는 다이어트를 통해, 심한 경우에는 신체에 그 날카로운 메스를 대어. 마치 평생을 수전노로 살아온 노파가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돈으로 거머쥐려는 모습처럼.

위장된 신체展_조흥갤러리_2003

우리는 강박 관념에 쫓기듯이, 때로는 이상증세까지 보이며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을 보게 된다. 음식을 보고 무슨 벌레를 본 것처럼 피하거나, 또는 폭식을 하는. 그것은 마치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다른 기호 식품으로 대치하다가 중년 병에 걸리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는 순간 주변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모습과 같이. 그것이 극단으로 향할 때 우리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리카 난민들의 삐적 마른 신체를 한 거식증의 여인을 보게 된다. ●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자신의 신체를 억압하는 행위나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는 한 개인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의 이면에는 자신은 물론 타인을 향해 언젠가는 폭발할지도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은 호수의 끝에 도달했다가 다시 돌을 던진 곳으로 돌아와 멈추듯이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는 마조히즘적 속에는 타인의 신체를 가학하고 싶은 사디즘이 양날의 칼처럼 그 안에 숨쉬고 있다. 자신에게 향하던 날카로운 메스가 우리에게로 향한다면, 그때 우리는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위장된 신체展_조흥갤러리_2003

각 개인이 지닌 본성을 숨기고 타인(사회)의 취향에 맞추기를 조장하는 행위 역시 타인의 시각에서 신체를 만들도록 조장하는 행위와 같다.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타인의 취향에 맞추는 행위는 언젠가는 폭발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것.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던 힘이 우리에게로 향하는 순간 우리는 그때 어떻게 할 것인가. ●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 26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한 개인이 자신의 본성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런 인격체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사회에 의해 '억눌려진 의식과 신체'를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을 수단으로 보게 되는 우리의 이면에 숨겨진 현상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 조관용

Vol.20030528c | 위장된 신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