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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529_목요일_05:00pm
셔틀버스_2003_0529_목요일_04:00pm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 앞에서 영은미술관으로 출발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Tel. 031_761_0137
20세기까지 미술사에 있어 회화가 차지해온 부분은 너무나 중요하였다. 회화는 2차원 평면 안에서 3차원세계에 대한 재현과 그에 따른 시각적 환영을 위해 수 백년간 연구되었고, 추상을 통해 정신과 내면적 세계가 표현되었으며, 모더니즘의 해체 후 질료로만 남아 타 장르로까지 확장되었다. 이후 회화는 비디오, 영상, 설치뿐만 아니라 장르의 혼성으로 인해 아이러니컬하게 그 영역이 축소되었다. 이것은 과거의 전통을 전복하고 파괴함으로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면서 미술사를 주도해온 회화가 더 이상 역사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展은 회화만이 가지는 '그리는' 부분에 중점을 둔 회화성을 다루는 전시라 할 수 있다. 회화는 2차원의 평면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화가의 직관, 이성, 감성이 제스처를 통해 캔버스, 붓, 물감이라는 고유 매체로 표현되고 매체 스스로의 우연성이 개입되어 결국 하나의 총체적 우주가 표현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리는' 회화는 회화만이 가지는 화가의 손과 제스처를 통해 그려지는 형상이라는 가장 기초적이며 근원적인 특징인 회화성을 제시함으로 형상과 비 형상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형상 속에서 비 형상적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는 의도적 그리기보다는 물성과 심성이 함께 녹아 들어간 혼성적 개념으로 사실적으로 보여지는 형태 안에 개념과 회화 스스로의 자율성이 공존하는 회화를 보여준다. 이 전시는 박한진, 안창홍, 김지원, 정수진이라는 60대, 50대, 40대, 30대의 연령이 다른 작가들을 선정하여 각자의 시각과 경험을 통한 독특한 형상회화의 흐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다수 작품의 출품으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가세계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그래픽 적이면서 우화적인 독특한 형상화로 시대를 비판하는 작품을 그려낸 안창홍은 이번 전시에서는 문명, 인간, 생물의 즉물적 현상 안에 내재된 자연 회귀적 우주론이 담긴 작업들을 선보인다. 가시로 둘러쳐진 본능(붉은)과 이성(푸른)의 심장은 생의 순환과정과 삶에서 맞게되는 원초적 존재, 사회적 인자로서 겪게 되는 갈등을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오래된 사진 위에 그린 회화작업 역시 사진의 사회적 이미지와 그 속에 깔려있는 추억, 기억 안에 소멸되고 생성되는 시간성을 감성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한다. 안창홍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양평 작업실 주변에서 발견된 식물, 곤충, 새의 잔해들과 버려진 장난감을 각각 하나의 화면 안에 그려 넣어 문명 오브제와 자연물 모두 시작과 끝이 동일한 우주적 순환의 생을 부여하며 결국 물질 형태만 남아 박제되어 보여지는 박물관으로 이 세상을 대비시킨다. ● 김지원은 주변의 가까운 오브제를 통해 개념회화와 감성회화의 이중코드를 제시함으로 미술사안에서의 회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벽' 소재의 연작들, 맨드라미, 풍경의 연작들은 아주 다른 작업의 맥락인 것처럼 보이나 붓, 물감, 캔버스 표면이라는 회화의 물질성안에 녹아 들어간 화가의 감성과 몰입이라는 공통된 관점을 가진다. 김지원은 형상과 추상, 사회와 개인적 일상, 상황과 환경이란 중첩코드를 통해 일상의 삶 속에 다양한 정체성이 일치된 회화를 보여준다.
박한진은 자연의 풍경을 통해 작가의 감흥이 일치되는 동양적 회화성을 화폭에 담는다. 나무기둥이나 부서진 자동차 등 문명 비판적 질료의 표면 위에 거친 에너지의 붓 터치로 문명의 물성과 자연의 심성을 대비해 표현해 왔던 작가는 이 전시에 작은 캔버스나 종이 위에 유화로 소박한 자연의 풍경을 그린 회화들을 선보인다. 그의 풍경화는 환경과 계절 변화에 민감한 자연물의 에너지 흐름을 직관으로 느끼며 공유한 것으로 한 터치 한 터치 살아있는 붓질을 통해 작가내면의 에너지와 보여지는 물상들이 일치하여 강렬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다. 이순의 화가는 삶의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사물을 관조하는 무심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정수진은 회화의 색, 면, 터치라는 기본적 구성요소를 일상, 역사적 오브제, 인물 등의 배치로 대입시켜 회화의 새로운 조형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배치된 수많은 형상을 통해 초현실적 화면을 표현하고 있지만 내용적 구성이 배제된 순수 조형적 회화이다. 인물이나 사물선택과 배치를 하는 작가의 직관은 구조의 발전을 통해 근본적 형태를 잃어버린 예술과 우리의 삶에 경종을 울린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개념과 형상의 전복은 작가도 관객도 예상치 못한 삶의 존재론을 말한다. ● 이번 『혼성회화의 제시』展은 형상과 비형상,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성이라는 이분법과 부분에 의해 발전된 회화가 아니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문명과 우주라는 자연스러운 환경과 일치된 회화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 사라져 가는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력을 갖는 회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영은미술관
Vol.20030528a |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