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terogeneities

백승관 개인展   2003_0521 ▶ 2003_0531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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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521_수요일_05:00pm

금호미술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Tel. 02_720_5114

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 ● 백승관의 근작들은 사진, 판화, 오브제 등을 아우르는 토탈 아트를 지향한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다 판화로 바꾼 뒤 그동안 5차례 개인전을 통해 판화를 통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판화에만 의존하던 그간의 조형양식에서 벗어나 매체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특히 작년에 창동 미술 스튜디오로 작업실을 옮긴 뒤 그간의 성과를 공개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그의 근작들은 사진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다양한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이미지들은 현대사회의 만물경과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연꽃 같은 불교적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도상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진이미지들은 특정한 대상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날 이미지의 개념을 미학적으로 질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철판, 사진, 와이어_140×320cm_2003_부분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철판, 사진, 와이어_140×320cm_2003

자연계의 실재 대상은 시간의 작용 속에 끊임없이 생성 변화하는 역동적 실체로서 고착화될 수 없는 그 무엇이지만 우리는 그 작용과정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도상(icon)이나 상징(symbol), 혹은 어떤 지표(index)를 만들고 그것에 의존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커뮤니케이션 역시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한 것이며 어느 특성의 공유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상이나 상징, 그리고 지표에 의해 교육받고 형성된 우리의 사유는 실제 사물 그 자체와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연적이기 보다는 인위적이고 언어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현상학은 인위적이고 언어적인 우리의 사유를 반성하고 자연대상과 직접적으로 만남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사유와 인식은 특수하게 주어진 환경과 과거부터 내려오는 텍스트들에 의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차용과 이미지 문화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 실제 대상으로부터 포착한 사진 이미지는 대상에 비해 2차적인 것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그것이 카메라라는 매체와 작가의 조작에 의해 평면에 인화되었을 때, 다시 말해 실재 대상이 하나의 텍스트로 고착되었을 때 실재 대상으로부터 소격화(疏隔化)를 피할 수 없다. 백승관의 사진 이미지들 역시 하나의 주어진 텍스트로서의 의미기능을 갖는다. 그것들은 도상적으로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특수한 사건이나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나 의미론적 측면에서 어느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진들과 다르다. 우리가 일상에서 찍는 평범한 사진은 실제 지시대상을 분명히 갖고 있고 사진으로서의 도상이 실제 대상과 최대한 닮기를 원한다.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철, 와이어, 인조잔디_가변크기_2003_부분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철, 와이어, 인조잔디_가변크기_2003

그러나 그는 사진 이미지가 이처럼 의미론적으로 하나의 지시대상을 갖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인화지 대신 금속판을 사용하고 판화기법인 에칭을 가하는 포토에칭(Photo-Etching)기법을 통해 문자나 새로운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하고, 서로 관련이 약한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합성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그것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이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다소 직관적인 감정에 의존함으로써 자신(주체)의 무의식적 내면을 첨가한다. 이것은 이미지를 창조하지 않고 차용된 이미지를 통해 문화적 의미를 읽으려는 것이고, 작가는 하나의 문화의 해석자로서 그에 의해 이미지는 다른 것으로 변하거나 또 다른 의미를 첨가함으로써 이전 의미를 대신하고 미끄러지게 만드는 일종의 '보충(supplement)'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대상 이미지와 주체의 결합은 대상의 객관적 차원도 주체의 주관적 수준도 아닌 제3의 자율적인 결과물로 드러난다. 이러한 것들은 결국 시간의 흐름에 의해 결정되고 변화하는 통시적인 사건들 속에서 자아내는 일시적인 이미지들로서 상대적이고 특수한 세계의 양상들을 은유한다.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차트판, 사진, 실크스크린, 오브제_150×90cm_2003_부분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차트판, 사진, 실크스크린, 오브제_150×90cm_2003

사실 우리가 경험하고 살아가는 미시세계는 모두 상대적이고 특수한 세계이지만, 이러한 복잡함과 자유로움은 어떤 질서와 규범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다. 그는 시간의 지배에 의해 형성되는 통시적인 이미지들의 난무를 통제하고 질서지우기 위한 수단으로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제시한다. 그것은 매끄러운 철판이나 철망으로 만든 차가운 기하학적인 조형물들로서 철판의 미니멀한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린 환원적이고 텅빈 공간이다. 이것은 잡다한 세상사의 속된 이미지들이 아니라 그것들의 원인이 되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세계를 은유하는 것으로서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하는 명상적인 세계이기도 하다. ● 그는 이것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비물질적 공간이자 정신적 공간지대로서 이 공간을 떠도는 나의 자아는 몸과 마음,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자유로운 존재를 갈망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불교의 "니르바나(nirvana)나 무색계(無色界)처럼 변화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운 순수의식의 상태이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아와 그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모더니스트들이 꿈꾸어 왔던 이러한 형이상학적 본질세계를 자명한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와의 대립과 긴장 속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무분별한 해체가 난무하는 오늘날의 시대적 정황에서 또 다른 형이상학을 동경하며 여전히 진보(진화) 혹은 지도그리기(mapping)에 대한 희망을 의미한다.

백승관_MISTY-fly to the moon_캔버스에 컬러인화_80×170cm_2003

그는 이러한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적이고 이항대립적인 것의 공존과 그것들의 긴장된 관계를 설정한다. 과거의 판화작품에서는 그것이 평면에서의 명암 대비에 의해 실현되었다면, 최근작들은 통속적 사진 이미지와 미니멀한 철판을 대립시킴으로써 매체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진 이미지들이나 자연의 풀은 동일한 계열체로서 구체적 사건이자 시간과 환경에 의해 변하는 것이라면, 기하학적인 철판, 철망, 철사줄 등은 동일한 계열체를 이루며 시간과 환경을 초월한 영원하고 본질적인 이데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 이와 같이 그의 작품은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세계를 하나의 통합체로 접합시킴으로써 실제와 가상, 인공과 자연 등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두 세계가 하나의 관계망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자아내는 의미작용을 유도한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서 동시에 관찰할 수 없는 것을 동일한 공간에 병렬식으로 배치함으로써 그 간격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백승관_이질적 세계의 공존과 조화_철판, 사진, 와이어_140×320cm_2003

이처럼 그는 보편과 특수, 환원과 확산, 이상과 현실, 공시성과 통시성과 같이 상반되고 상충되어 보이는 존재의 두 세계의 대립과 긴장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전자가 하나의 집단적 체제로서의 언어(랑그)의 세계이자 모더니즘의 추진과제였고, 후자는 개인적 변용행위로서의 언술(빠롤)의 세계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러한 두 세계는 항상 변증법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두 세계를 조화시키고 종합하여 세계는 어떤 하나의 축이 다른 축을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리의 통념과 인식으로 볼 때 차원이 달라 보이는 두 축의 상호 관계 작용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그것은 세속적인 것을 비우지 않고 끌어안으면서 명상에 이르는 방법이다. ■ 최광진

Vol.20030522a | 백승관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