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r

스페이스 사디 기획展   2003_0513 ▶ 2003_0603

류영주_레이스와 비니루_실물크기 의상제작_2002/2003

참여작가 김용희_류영주_서보형_우금화 이현우_정상현_조현진

스페이스 사디 서울 강남구 논현동 70-13번지 보전빌딩 동관 1층 Tel. 02_3438_0300

한국의 청년 작가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나름대로의 작가정신을 갖고서 자기 작품의 세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른바 '미술계'라 불리우는 특수한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의 짐은 한 청년작가의 삶에서 분리되어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 사실 미술계라고 하는 시스템을 떠난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의 중심에서 권력을 형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스템의 주변 또는 경계와 외부에서 전복과 변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시스템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초야에 묻혀 도를 닦듯이 작품활동을 하겠다면 미술계와 무관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혹 그러한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져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그러한 방식으로 시스템에 진입하게 된 것일 뿐이다. ● 결국 미술의 역사는 타인들의 미술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미술계라는 시스템에 관련되어 있는 한에서만 타인의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청년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이 점차 미술계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어 하나로 수렴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다.

김용희_군대 드로잉_2003
이현우_격앙의 봄_흑백인화_2003

물론 시스템과 어떻게 관련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청년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고민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작가는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또한 그에게 매우 고단한 질문일 수 있다. 미술관 관장과 화상 및 화랑주, 고객, 큐레이터와 평론가, 신문과 미술잡지의 기자, 미술대 교수와 미술관계 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미술계의 권력구조는 이제 막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는 푸릇한 청년작가들에게 일단은 잘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다. 그것은 좀처럼 길을 찾기 힘든 미로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것으로 또는 막막하게 앞을 가로막는 벽으로 다가오기 쉽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이러한 벽에 가로막혀 저마다의 실마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우금화_머리카락과 고무줄_가변크기_2003
정상현_작은 세트와 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3

문제는 한국의 미술계에 이러한 청년작가들의 모색을 미술계 내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추인해낼만한 장치가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그러한 장치가 부족하다면 많은 신선한 질문과 모색이 미로에 갇혀 자기의 불운만을 탓하며 병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술계라고 하는 작은 사회의 발전양상은 기존의 새로운 인력을 수용하고 배치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바로 그 방식이 시스템의 자기정화와 발전에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조현진_캔버스에 유채_2003
서보형_I, 그리고 X와 Y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3

이에 『Door』전은 장르와 대학을 넘어 다양한 차세대 청년작가들에게 그들의 가능성과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Door'란 타이틀이 상징하듯이 청년작가들의 새로운 감수성과 작업을 통해 다가오는 시대의 미술을 향한 문을 향한 모색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선정에 있어서는 여러 분야 미술인들의 추천을 받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어느 특정한 경향에 편향되지 않는 다양한 시각이미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년작가의 모색과 함께 기성의 미술계가 읽어내는 다음세대에 대한 전망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의 의미구조를 지닌 '보여줌'의 공간에서 청년작가들과 기존의 미술계가 다양한 접점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전시의 의도이다. ■ 김창조

Vol.20030513b | Door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