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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큐레이터, 무엇을 말하는가? ● 2003년 6월 14일이면 세계적인 미술축제 『베니스 비엔날레』의 막이 오른다. 올해로 50회를 맞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3년에 시작된 이래,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발표 실험무대가 되어온 행사다. 최근 우리나라도 5회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이 전격 사퇴하고 다시 선정되는 등, 비엔날레와 관련하여 미술계와 언론이 떠들썩했다. ● 전시회에 어떤 작가가 초대되는지의 여부보다 비엔날레 총감독이나 큐레이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현대의 전시는 큐레이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대한 또하나의 작품이며, 이러한 세계적인 행사에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소개될 지도 이 큐레이터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을 뒤흔드는 세계적인 큐레이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회 『광주 비엔날레』에 큐레이터로 초청되었던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이나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에서 큐레이팅을 맡았던 바바라 런던(Babara London)과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Hans-Ulrich Obrist) 등 몇 년 사이에 이들 세계적인 큐레이터의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만 귀에 익숙할 뿐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큐레이팅을 하는지, 그들의 지적 배경과 사유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진 바가 없었다. ● 국제 비엔날레가 더욱더 미술의 중심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저널리스트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스컬프처 매거진』 편집장 캐롤리 테아가 국제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큐레이터 열 명을 5년간 인터뷰해서 엮은 것이다. 세계 미술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하랄트 제만, 후 한루(Hou Hanru), 유코 하세가와(Yuko Hasegawa), 바시프 코르툰(Vasif Kortun), 마리아 흘라바요바( aria Hlavajov ), 로자 마르티네즈(Rosa Mart nez),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 댄 카메론(Dan Cameron), 바바라 런던, 카스퍼 쾨니히(Kasper K nig) 등이 이 책에서 그들이 미술/세상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지를 말한다.
최근 세계 미술전시의 내장을 훤히 들여다 보다 ● 이 책에서 '추천의 글'을 쓴 배리 슈와브스키는 큐레이터의 노력이 실패했을 경우에 "예술은 싫어도, 전시는 좋아하라?"라는 말의 반대 상황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가까이 우리의 경험을 떠올려봐도,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어 모르겠다'라고 하면서도 광주비엔날레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면 현대미술을 세상에 소개하는 데 큐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 지 알 수 있다. 물론 그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에 세계적인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도 세계 현대미술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데에 국제 미술전시의 매력이 있다. 이러한 전시가 세계 미술을 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창을 만드는 사람들인 큐레이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큐레이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지은이는 큐레이터의 개념을 "작가와 그들의 작품은 문화적 풍경의 기본 요소인 반면, 큐레이터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미술관 전시,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 등의 전시망을 조직하고 거기에 정보를 제공하고, 흡수하는 창조적인 중개자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열 명의 큐레이터들은 이 책에서 전시의 컨셉, 참여 작가 섭외 등, 전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요소들뿐 아니라 스폰서와의 관계, 재정관리, 각종 협회와 큐레이터와의 이해관계 등, 큐레이터가 직면하곤 하는 구조적·행정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에 대해서도 생생한 체험을 풀어놓는다. ● 또한 작가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지나치게 큐레이터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미술현장이 고무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배리 슈와브스키는 "이 인터뷰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의 행간에서 작가라는 존재에 대한 존경의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작가들에 대한 포스트모던한 비평과는 정말 상관없는 일종의 로맨스 같은 것이다.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큐레이터는 오브제와 일한다기보다 작가들과 일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작가들이 큐레이터를 위한 매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면, 감동스러울 만큼 고전적인 방식으로(화가들이 회화를 믿었던 것처럼) 큐레이터는 작가들을 믿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 이 책에서는 흥미롭게도 『광주 비엔날레』와 『미디어_시티 서울』, 『팬시 댄스』 등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국제 전시에 대한 평가와 뒷 이야기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부분적으로나마 이들 큐레이터들의 생각을 통해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 전통 있는 유럽 국제 전시를 비롯하여 『상하이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의 다국적 미술 행사와 비교해서 우리의 국제 전시회가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세계 현대미술을 뒤흔든 열 개의 손 ● 그렇다면 지은이가 인터뷰한 열 명의 큐레이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지은이는 "당연히 이 책의 첫 주자로 선택된 사람"으로 유럽에서 변화의 기수로, 또한 대표적인 큐레이터로 공인되는 하랄트 제만을 등장시켰다. 제만은 자신을 20세기 독립 큐레이터의 시초로 재정립하면서 각종 대형 전시 큐레이팅을 맡았을 뿐 아니라 늘 이슈를 불러모은 주인공이다. ● 베이징 출신으로 십여 년 전에 파리로 이주하여 활동하고 있는 후 한루는 혁신적인 전시기획을 연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대표주자이다. 동서 철학의 만남이라는 맥락과 아시아 도시들의 발전에 대한 후 한루의 개념은 그를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국제적 발언자로 만들었다. ● 일본인인 유코 하세가와는 동양권의 유전학에 대한 논의와 젠더에 대한 관점으로 서구적 사고에 충격을 줘온 큐레이터이다. ● 이스탄불에서 대안적인 방식으로 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거대한 비엔날레가 하지 못하는 작은 단위의 실천을 자신의 역할로 정의하고 있는 바시프 카르툰의 활동 또한 주목할 만하다. ● 슬로바키아인 마리아 흘라바요바는 동유럽 예술 뒤에 숨겨진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한 대변인으로 불려지며 전시기획과정의 합의에 도전적인 큐레이터이다. ● 남성들에 의해 지배되던 유럽의 전시 리그에서 점차 세를 넓혀온 지적인고 대담한 기질의 여성 로자 마르티네스는 시각의 장을 장치문화와 연계된 공간 속으로 확장하는 돌발적인 전시를 기획하여 전시의 새로운 맥락을 발전시켜온 큐레이터이다. ●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는 '디스플레이'라는 개념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전시 형태를 탈피한 획기적인 전시를 선보여왔다. ● 뉴욕 뉴 뮤지엄의 수석 큐레이터인 댄 카메론은 다문화적인 관심을 전시에 반영하여 과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동시대 작가들을 재조명해왔다. ● 뉴미디어에 대해 논하고 있는 바바라 런던은 국제 전시에서의 비디오와 디지털 미술, 테크놀러지 등, 빠르게 진화하는 다양한 기술적 방식에 의해 한층 더 많은 변화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전한다. ● 카스퍼 쾨니히는 큐레이터를 작품과 전시를 위한 조용한 조력자이자 지적인 관망을 통해 기여하는 자로 풀이하면서, 특히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대해 심도 있게 언급함으로써 우리의 관심을 끈다. ● 이들 열 명의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는 전시기획자나 큐레이터들에게 이 책은 세계 미술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이자 유용한 참고서가 될 만하다. 열 명의 큐레이터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다양한 전시 형태의 원류도 발견할 수 있고, 큐레이터의 역할과 작가들과의 관계, 작품을 보는 관점, 전시 운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등에 대한 실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아트북스
■ 『큐레이터는 세상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차례 추천의 글 / 큐레이터는 무엇으로 사는가?_배리 슈와브스키 여는 글 / 오늘날의 큐레이터, 무엇을 말하는가?_캐롤리 테아 하랄트 제만_ 내 전시는 나만의 진화 방식 후 한루_ 모더니티와 글로벌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유코 하세가와_ 동서양의 감수성을 통합하다 바시프 코르툰_ 국제 비엔날레 신드롬을 비판하다 마리아 흘라바요바_ 동유럽 미술 현장이 반영하는 오늘의 현실 로자 마르티네스_ 변화하는 여성 미술, 그 부드러움의 힘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_ 새로운 전시 형식들을 실험하다 댄 카메론_ 미술,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 바바라 런던_ 뉴미디어 아트의 과거 현재 미래 카스퍼 쾨니히_ 공공미술, 예술의 자율성과 역할에 대해 묻다 옮긴이의 말 / 열 명의 큐레이터가 말하는 국제 미술의 현장_김현진
캐롤리 테아(Carolee Thea) ● 저술가, 작가, 큐레이터이자 『스컬프처 매거진(Sculpture Magazine)』의 편집장이다. 5년 동안 작가와 큐레이터들과의 인터뷰를 『스컬프처 매거진』, 『트랜스>아트.컬처.미디어(TRANS>art.culture.media)』, 『쉬주(Shijue) 21』, 『뉴 아트 이그재미너(New Art Examiner)』, 『아트넷(Artnet)』, 『뉴욕 아트 매거진(NY Arts Magazine)』, 『아트뉴스(Artnews)』에 특집기사로 기고해왔다. 최근 발표한 에세이로 「베를린 글리츠크리이그(Berlin Glitzkrieg)」, 「로버트 어윈―철학적이고 실제적 육체를 위한 탈 오브제화(Robert Irwin: De-objectifications for philosophic and Actual Bodies)」, 「유럽과 미국의 블록버스터 전시들(Blockbuster Art Exhibition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The Guggenheim Museum in Bilbao)」 등이 있다. 스키모어 칼리지와 콜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헌터 칼리지, 뉴욕 시티 대학(M.A., 1976)을 졸업했다. 1990년에 NEA상을 수여했고, 현재 아터블(Arttable)과 AICA의 멤버이다.『이단―예술과 정치에 대한 페미니스트 저널(HERESIES: A Feminist Publication on Art and Politics)』(5th issue, 1978)의 편집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프랫 인스티튜트, 파슨스 미술 대학, 뉴 로첼 대학 등에서 강의해왔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현진 ● 1975년에 태어나 1999년부터 대안공간 루프,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큐레이터를 거쳐 현재 아트선재센터 학예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동안 『블링크(BLINK)』(공동 큐레이팅/아트선재센터, 2002.3), 『리빙 퍼니처(Living Furniture)』의 비디오 섹션인 「나우 온 TV(Now on TV)」(보충공간 스톤앤워터, 2002.6/상하이 비즈아트센터, 2003.4), 『리얼리티 바이츠(REALITY BITES)』(대안공간 루프, 2002.10)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Vol.20030512b | 큐레이터는 세상을 어떻게 움직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