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507_수요일_06:0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바라보기 / ~통해서 보기 / ~숨어서 보기 / ~길들여지기 ● 개인이 자신의 성욕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하는가는 그가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몸에 익힌 성에 대한 태도이고 삶에 대한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우리의 호기심은 로맨스 소설책이 풀어주었다. 하루는 책가방 검사가 있었다. 먼지나도록 맞았다. 제목을 보고 난 담임의 처사였다. 제목은 『불타는 욕망』이었다. ● 전시가 잡혔다. 작품의 제목을 적어 달라고 한다. 고심한 끝에 「XX와 XX」는 「무제Ⅰ」이 되었다. (변현수)
중학교 때였다. 섹스란 말이 튀어나왔다. 담임의 출석부 탓에 그 단어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 시간 이후로 공개된 문제아로 승격이 되었다. 그 당시엔 섹스란 단어보다 출석부의 위력이 더 강했다. ● 요즘의 성문화는 매우 다양하다. 파격적이고 구체적이고 장르의 구분이 없다. 나의 어릴 적, 그러니까 가장 호기심이 절정에 이르는 혹 주체하지 못했을 때 성이란 매우 비밀스럽고 외설스러운 것이었으며 억제된 것들이었다. ● TV매체나 도서를 통해 보게되더라도 간혹 의도적인 이유로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채널이 바뀌거나 책장을 덮어버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관리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 작업의 주된 내용들은 자신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것이 나-인간-여성이라는 주체의 내면세계의 성찰이기도 하다.
性은 본능적이고 개인적인 것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삶의 요소이다. 그런 까닭에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성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 연극, 무용,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분야는 물론 TV나 서적, 대중매체들의 선정적 광고를 대할 때면 한껏 개방된 성의 위력이 현대인의 삶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 性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 없는 금기가 아니며, 외설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해방을 만끽하고 있지 않은가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性표현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아직도 고루함이 배어있고 막상 우리의 성 현실을 들춰보면 일그러지고 뒤틀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性 표현의 방법 역시 개개인의 성향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작업은 아주 주관적이며 아주 사적인 방식으로 적극적인 표현방법보다는 ~바라보기, ~통해서보기, ~숨어서보기, ~길들여지기 와 같은 제한적 표현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회의 이중구조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방어적이고 인내하는 성표현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콤플렉스적 심리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전시장 전체를 여성의 개인적 즉 사적공간으로 전환시켜 꾸밈으로서 불안정한 욕구상태를 드러나게끔 설치하고, 여성의 시선을 안에서 밖으로 또는 밖에서 안으로 연결시켜 두 공간의 끊임없는 연결과 대조를 갖게끔 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이 성적 시선의 주체 즉 관음적 시선을 갖게되는 순간 여성이 능동적·공격적으로 위치지워지는 동시에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통제하기 힘든 욕망과 연관되어 위협적이고 모호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 남녀의 성에대한 불만이나 성의 개방 등의 이념적 입장을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성표현이 관대해지는 현 시점에서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성에대한 이중적 인식을 작업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였다. ■ 변현수
Vol.20030508b | 변현수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