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닮음, 우연, 시간

space 사진 청년작가지원 신금선 사진展   2003_0509 ▶ 2003_0522

신금선_Nina Goetz 1995년 6월 19일생_흑백인화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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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509_금요일_07:15pm

스페이스 사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

이 작업은 나와 다른 한사람이(사진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어떤 하나'에 다가가려고 하는 시도이다. ● 세상은 관계라고 하는 무수한 연결고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관계들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주어지고, 기대되는, 말하자면 아버지로서, 직장인으로서, 아들로서, 운전자로서, 아니면 또 다른 누구로서 조건지어지고 결정된다. ● 요즘 나는 한 사람 한사람이 얼마나 독특한 자신만의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자주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개인의 유일무이함이 닮음 속에서 반사되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 육체적인 면에서 생물학적인 부분인 가족간의 서로 닮음, 정신적, 심리적인 면에서 성격의 일치, 더 깊이로는 인간 본연의 닮음, 말하자면, 기쁨, 슬픔, 외로움, 사랑, 질투, 미움이라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의 닮음, 또는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공감 같은 것.

신금선_Paola Kalenberg 1986년 11월 9일생_흑백인화_2003
신금선_Corinna Hoengesberg 1966년 4월 25일생_흑백인화_2003

나는 이 작업에서 "한 인간의 유일무이함"과 "인간상호간의 닮음"을 동시에 보여주기를 시도한다. ●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본 말들이 있다. "그 녀석 아버지를 쏙 빼 닮았네" "국화빵이네" "도장 찍어 놓은 것 같네"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고 그냥 흘려듣곤 했던 말들이다. 또는 어렸을 때는 닮은 것 같지 않았는데, 50줄이 넘어서면서 거울 앞에서 깜짝 놀란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 이런 말들이 어느 한 순간 강렬히 내게 와 닿았다, 어느 날 전차를 기다리다 우연히 옆에선 유모차 안의 아이와 그 엄마를 보았을 때. "어쩌면 저리 닮을 수 있는지!" ● 이러한 눈에 보여지는 가족간의 서로 닮음을 매개로 "인간 상호간의 닮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 모델의 선정에 있어서도 철저히 우연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사진 찍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다는 것에 내 주관이 개입한다.

신금선_Steffen Redlin 1991년 5월 3일생_흑백인화_2003
신금선_Dagmar Redlin 1959년 1월 3일생_흑백인화_2003

길을 가다 우연히 닮은 아버지와 딸을 보게 되면 말을 걸고 전화번호를 받는다. 그리고 약속을 잡아 그들의 집을 방문해 작업을 했다. 닮았다고 해서 무조건 말을 건 것은 아니며, 왠지 끌리는 사람들이 있다. ● 그들 중 사비나 카터, 나는 그녀를 우연히 전시장서 만났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곧 세 번째 아이 출산예정일이라 했다. 처음 그녀의 집을 방문한 날,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한 첫 대화였다. 나 역시 항상 세 명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고 말을 했다. 남동생 둘인 삼 형제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라고 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도 남동생이 둘이라며 무척 반가워했다. 그 순간 어색함이 사라졌고 우리 둘은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 우연한 삼 형제의 두 남동생, 세 번째 출산의 세 아이 이야기. 서로 닮은 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어쨌든 놀라운 경험이었다.

신금선_Pascal Kretschmann 1994년 4월 17일생_흑백인화_2003
신금선_Crisrian Kretschmann 1969년 8월 16일생_흑백인화_2003

한 개인의 유일무이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모습"을 보고자, 또 보이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 이를 위해서 한 개인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역할과는 무관하게 완전한 자기 자신을 의식하게 되도록, 그로 인해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의도했다. 이러한 나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함으로써 나와 무관한 한사람이 나에게 다가오게 되고, 그리고 어떤 "자기 자신만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나 또한 유일무이한 그 한 개인에게 다가감을 경험하게 된다. ● 개개인의 "자기 자신만의 모습"에 다가가려는 나의 의도와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진 찍히는 자의 시도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려는(커뮤니케이션) 시도로 나아가게 된다. ● 이번 작업의 시작은 우연히 본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사진 -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또 두 분이 서로 아시기도 전에 어느 젊은 날 각자 찍은 사진 -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젊은, 서로 모르는 한 남자와 한 여자. 그 두 사진에 의하면 '지금 내가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우연의 결과처럼 보였다. ● 그 사진들로 인해 내 존재에 대한 우연성뿐만 아니라, 그들과 내가 - 서로 이질적인 피가 섞여 만들어진 나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서로 닮아 가는지, 아니면 또 다른 개별자가 되어 가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 신금선

Vol.20030507b | 신금선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