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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원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5번지 Tel. 02_514_3439
이재효의 상상력의 공간 속에서 일상의 잡다한 물건들은 작품으로 거듭난다. 담배꽁초의 필터들이 서로 잇대어져 작은 구조물을 이루는가 하면, 수건이 붕어 형상으로, 구부러진 파이프가 구렁이 형상으로, 그리고 펼쳐진 낡은 성경책의 한 면이 마치 깔때기 형상으로 깊게 파여져 있다. 이 외에도 도르르 말려 잇댄 나뭇잎들, 쌓인 나뭇가지들 등등 그의 상상력을 관통한 오브제들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 그의 주변의 모든 사물들은 이렇듯 그의 응시의 세례 속에서 작품으로 거듭난다. 여기서 나는 그의 작가적 면모를 높이 산다. 그는 단 한순간도 작가로서의 긴장된 시선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오브제들은 그냥 그렇게 머물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을 거듭 자극한다. 그럼으로써 오브제들 중 몇몇은 거대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 집적된 나무들은 둥글게 다듬어져 거대한 크기의 원형이나 반원형을 이루고, 얼기설기 엮어져 설치된 나뭇가지들이나 나뭇잎들은 그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마치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물을 보는 듯하다. ● 전작에 비해 이번 작업은 자연적이기보다는 조형적인(인공적인) 자취가 많이 느껴진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에다 못이나 볼트 나사들을 수없이 박아 넣고, 그 못이나 나사들의 단면을 갈아낸 것이다. 못이나 볼트가 내재한 금성성의 물질과 숯 덩이의 유기적 질료가 하나로 어우러져 독특한 대비 효과를 연출해내는가 하면, 금속의 표면을 연마한 것에서는 일말의 조형적 접근이 읽혀진다. ● 이런 조형적인 접근과 함께 마치 밤하늘의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연상시키는 것에서는 대자연의 형상화가 엿보인다. ■ 고충환
재효의 작업실에는 그가 만든 여러 작품들의 사진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사진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이 끌린 것은 눈온 날 발자국을 이용해서 여러 개의 원을 남긴 사진이었다. 발자국에 의해 만들어진 눈의 원은 연못에 떠있는 연잎처럼 보였고 인위적 개입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성의 대조처럼 보였다. ● 나는 바로 저것이 재효작업의 가장 재효다운 특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재효의 작업방식은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아이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숲에 들어가서 나무공을 만들고 풀밭에서 풀공을 만들고 눈온 날 발자국도장을 찍어 동그라미를 남겨보면 어떨까? ● 드러내는 재료의 본래성과 자연성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이런 것이 여기 있었나 싶은 낯선 무엇이 어떻게 하면 툭하고 튀어나올까? ● 겨울 마당에 쌓인 눈은 겨울의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가 지나고 난 마당에는 뭔가 낯선 그러면서도 익숙한 동그라미들이 남았다. 그 눈의 동그라미들이 내 속에 동심원의 파문을 일으킨다. ■ 한생곤
Vol.20030506b | 이재효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