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나는 이름, 어머니

문화일보 갤러리 가정의 달 기획展   2003_0506 ▶ 2003_0530

윤석남_붉은 밥_나무에 채색_154×118×7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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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506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_윤석남_강미선_유근택_이상일_김혜련_김영준_정소연_김은주_홍지연_안진우 참여문인_이어령_김혜순_심순덕_신경림_엘제 라스커-쉴러_함동선_구전민요 등

관람시간 / 10:00am~07:0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60

작품은 시야(視野)를 흐리고, 글은 심금(心琴)을 울린다. ● 5월 가정의 달 기념 기획 『기운나는 이름, 어머니』展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써 어머니에서 출발한다. 여자에서 어머니로의 탄생, 아이를 낳던 기억,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 희생, 위로, 그리고 애증.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회상으로 마무리된다. ● 어머니에 대한 다양한 시점-남녀, 세대, 연령, 역할 등의 관점의 차이가 보는 이들에게 각각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김혜련_노란 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15×150cm_1996
이상일_어머니의 땅 연작1_흑백인화_300×90cm_1997

문학과의 만남 시도-작가들 자작시도 선보여 ●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단순히 어머니에 대한 작품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 이전 미술도록들은 작품성을 전달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면, 이번 기획전의 전시도록은 문학적 요소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에 대한 예술충동은 미술은 물론이고 문학에서 더욱 활발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어머니'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을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 각각의 시 한편은 적절하다. ● 11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한 이어령의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를 시작으로 오래 전부터 작가 윤석남과 호흡을 맞춰온 김승희시인, 작가들의 애송시의 주인공인 신경림, 엘제 라스커-쉴러, 함동선, 심순덕시인의 시가 인용되었으며 작가 강미선, 홍지윤의 경우 각각 아들에 대한 애틋함,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자작시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된 문구들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홍지윤_고백-세겹의 휘장_천에 먹과 채색_370×330cm_2002
김영준_어머니의 마음_브로치, 반짓고리_혼합재료_2003

참여작가의 작품경향 ● 최근, 김승희시인과 『김승희, 윤석남의 여성이야기』(마음산책)를 펴내고 5년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한 조각가 윤석남은 이 책에 담긴 그림을 조각으로 제작하여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발표한다.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산 40~50대 어머니의 모습을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고 싶어 한없이 늘어난 팔과 어머니의 피땀이 맺힌 '붉은 밥'이라는 작업으로 선보인다. ● 강미선은 유학을 위해 북경에 두고 온 어린 아들을 떠올리며, 어렵고 힘들 때마다 '기운나는 주문'이 되어주셨던 어머니의 기억을 열 장의 소품작업을 이용해 들춘다. 특히 직접 써 내려간 시는 아들을 향한 절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풀어내고 있다.

김은주_무제_종이에 연필_200×200cm_2003
유근택_엄마와 아기_종이에 채색_180×190cm_1999

유근택은 두 개의 상반된 시선을 제시한다.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아내. 「사라짐에 대한 경의」와 「엄마와 아기」라는 두 작품을 마주하게 배치함으로써 미묘한 차이와 공통점을 끄집어낸다. 두 작품이 다른 연도에 제작된 것이지만, 어머니의 아들과 아내의 남편입장에서 세대가 다른 두 여인을 표현, 대치시킨 점이 재미있다. ● 김혜련은 강렬한 색채를 이용해서 자신의 출산의 기억을 회상한다. 「노란자화상」, 「백일되던 날」 등 중세시대의 성모자 이콘화를 연상시키는 황금빛의 탄생화(畵)는 출산의 인상을 아름다우면서도 고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 김영준은 브로치 등을 이용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해왔다. 조각을 전공했으나 디자인과 공예에 늘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직접 제작한 수십 개의 앤틱 거울을 어머니를 대표하는 도상(icon)으로 위치시키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통해 어머니를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 김은주는 여인의 자궁을 암시하는 거대한 원 안에 웅크리고 있는 인체의 모습을 4B연필로 표현함으로써 여체가 가진 생명의 근원성을 보여준다. ● 이상일은 웃통을 벗어제친 6~70대의 시골할머니의 반신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굵게패인 주름, 늘어진 젖가슴, 굽어진 등은 인생의 격정기를 살아온 어머니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정소연_아날로그 복제에 의한 이미지 변조-호흡_컴퓨터 프린트 80장(각 29.7×42cm) / 비디오 영상_2000
안진우_아들의 여자_합성수지, 모터, 어머니의 신혼여행 백_63×63×170cm_20004

정소연은 「호흡」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외할머니의 힘겨운 호흡장면을 찍은 VHS tape을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 순차적으로 복사를 반복함으로써 그 이미지가 점차 왜곡되고 추상화되어 결국에는 사라져버리는 장면을 22대의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이것으로 영원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삶, 그리고 순환을 표현한다. ● 홍지윤은 긴 천을 이용하여 세 휘장을 친다. 「세겹의 휘장」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49제를 지내고 돌아와 제작한 작품이다. 휘장 두 개는 먹으로, 가운데 휘장은 단청을 떠올리게 하는 오방색으로 제작되어 길게 늘어뜨린 무명천은 어머니와 딸의 길고 긴 고리를 연상시킨다. 이는 불교도인 작가가 어머니의 환생을 바라며 띄우는 사모곡이다.

강미선_기운나게 하는 주문, 어머니_한지에 수묵_201×64cm_2003

또 하나의 반전, 시어머니 ● 여기서 또 하나의 흥미있는 시도가 바로 안진우의 「아들의 여자」. 시어머니에 대한 유쾌한 딴지로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겪었을 법한 경험을 작품화하였다. 전사(戰士)같은 포즈로 보무도 당당히 서있는 한 중년여성은 '아들'에 대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한국의 비틀어진 어머니상을 반영한다. ■ 성윤진

Vol.20030506a | 기운나는 이름, 어머니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