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뮤즈

창조의 영감을 준 매혹적인 뮤즈 이야기   유경희 지음

지은이_유경희∥발행일_20030305_1215∥판형_19.4×15.3cm∥쪽수_272면 가격_16,000원∥ISBN_ 89-89800-13-7∥출판사 아트북스

출판사 아트북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4가 260번지 동소문빌딩 6층 Tel. 02_927_6790 (내선 122)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그럼 사랑에 미쳐라! ● 예술가는 태어날 때부터 예술가였을까? 특별한 영감을 받아서 창작열을 태우는 것일까?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_본문에서 ● 이 책은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조지아 오키프, 오노 요코,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쿠스타프 클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예술가 13명에게 온갖 예술을 담당하게 된 여신들을 일컫는다. ● 지은이는 이런 뮤즈를 이 책에서는 "예술가들이 지닌 창작의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즉 영감을 고취하는 그 무엇을 일컬어 뮤즈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뮤즈의 대상으로 예술가들을 한 명씩 호출하여, 그들과 함께 뒹굴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단순한 호가의 연애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로스적 사랑에 근간이 되는 뮤즈, 어머니와 같은 아가페적 사랑에 뿌리를 둔 뮤즈, 동성애적 뮤즈, 동료애적 뮤즈 등 다양한 형태의 뮤즈들이 존재한다. 또한 실체가 없는 광기와 고독, 상처와 질병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여기에 소개되는 뮤즈는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오히려 사람이나 철학 등의 '관계'를 통한 '창조적 영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투명한 '창구'가 된다.

예술은 뮤즈 없이는 한치도 진보할 수 없다! ●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일상, 고뇌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그 작가의 작품을 몸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되곤 한다. 단순히 예술가들의 생애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 영감의 점화제가 된 사람과의 관계부터, 진정 그가 원했던 이상과 그에 대립되었던 현실, 그 가운데 탄생한 예술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시작점과 끝점을 모두 짚었다. 그 예술가들의 '관계'에 대한 지은이의 관점이 명료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사랑에 미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예술은 뮤즈라는 존재 없이 한치도 진보할 수 없는 듯하다"라고 과감하게 질러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다. ● 『예술가와 뮤즈』는 "나는 끝났지만 한 여자를 탄생시켰다!"고 외친 유명한 현대 사진가 스트글리츠의 뮤즈 조지아 오키프로부터 시작하여, 프란시스코 드 고야, 잭슨 포록, 오노 요코,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툴루즈 로트레크, 폴 고갱, 갈라,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폴 세잔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예술가들과 '관계'되어 서로 영향을 끼쳤던 이들로 잭슨 폴록의 부인어었던 리 크래스너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페기 구겐하임, 오노 요코를 자신의 뮤즈로 삼았던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프리다 칼로의 변치 앖는 정신적 지주 디에고 리베라, 폴 고갱의 동료였던 반 고흐, 갈라를 뮤즈로 받아들였던 세 예술가 엘뤼아르·에른스트·달리 등이 함께 등장한다. ● 또한 예술가들의 풍부한 작품과 다채로운 사진은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용어 설명이나 뒷이야기를 덧붙인 'ART TIP'은 미술사적 정보까지 더한다.

세기적인 예술가들에게 창조의 영감을 준 매혹적인 뮤즈 이야기

조지아 오키프 ● 뉴멕시코의 황야에서 아흔아홉 살까지 수도자 같은 말년을 보냈던 조지아 오키프는 대표적인 미국 모더니즘의 화가요, 가장 성공한 여성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의 주변부에서 다뤄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키프가 남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사진의 누드모델로서 대중들에게는 섹슈얼리티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키프의 예술적 성장에 있어 스티글리츠의 지대한 공헌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스티글리츠에게 있어 오키프는 한동안 식었던 사진에의 사그라지는 창조력에 불을 붙인 '뮤즈'였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사진이 발명되기 바로 직전 초상화의 대가로 손꼽힌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질곡을 몸소 자화상이라는 장르에 담은 고야는 중년에 매독으로 인한 귀머거리가 되면서 주변 세계로부터 다소 격리되었지만 그의 시선과 상상력은 더욱 예리해진다. 그런 고야의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은 알바 공작부인과 마르틴 사파테르였다.

잭슨 폴록 ● 잭슨 폴록은 그 작품만큼 기이한 인생으로 유명하다. 알코올 중독과 정신 질환, 동성애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서 또한 빠질 수 없었던 여인이 있었다. 바로 같은 추상표현주의 화가이면서 네 살 연상인 리 크래스너이다. 유태인 특유의 강한 인상과 불같은 성품을 지녔던 그녀는 폴록의 아내이자 동료이며, 후견인이자 감시자였고, 폴록을 첫눈에 천재로 인정한 여자였다.

오노 요코 ● 비틀즈의 멤버이자 세기적 스타 존 레논의 아내로 세간에 알려진 오노 요코. 그녀의 예술가로서의 평가는 상당 기간 지연되고 왜곡되었다. 요코의 예술가로서의 성취욕이 존 레논이라는 대중적 스타를 의도적으로 겨냥, 유혹했음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요코는 그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예술가적 입지를 공고히 했고, 존 레논은 지적?예술적으로 우월했던 요코를 뮤즈와 멘토로 숭배, 자신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 클림트는 여성을 소재로 세기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을 그려 당시 미술계로부터 퇴폐적인 예술가로 비난을 받았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모델들과의 사이에서 사생아를 여럿 낳았다. 그러나 그가 일생을 함께 했던 여인은 법률혼도 사실혼의 관계도 아닌 에밀리 플뢰게라는 여인이었다.

프리다 칼로 ●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는 죽을 때까지 고통과 좌절 속에서 빛나는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녀의 작품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비범한 삶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에게 예술은 곧 그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사랑과 상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그것은 일종의 종교이자 저항과도 같은 것이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 화가로서는 드물게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균형성 왜소증이라는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된 로트레크는 서른 일곱이라는 짧은 생애를 독신으로 보냈다. 그는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어떤 여자하고도 진지하고도 지속적인 관계를 갖지 못했다. 몽마르트르의 창부들과 동고동락했지만 그들을 자신의 진정한 여인으로서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행과 소외에 대한 그녀들과의 동병상련의 일체감은 그로 하여금 위선과 가식을 벗어 던지고 창작에 몰입하게 했다.

폴 고갱 ● 10대에는 견습선원으로, 20대에는 파리의 주식중개인으로 그림을 수집하며 미술 지도를 받았던 그는 서른이 넘어 화가로 데뷔하지만, 작가로서 명성을 얻을 무렵 그는 타히티로 떠난다. 원시부족의 어린 여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여성편력은 대단했지만 궁극적으로 그의 뮤즈는 외부에 있지 않았다. 그의 뮤즈는 바로 원시와 야만성을 끊임없는 추구하는 바로 그 자신의 내면 즉 뜨거운 낭만적 혈통에 있었다.

갈라 ● 다다이즘 운동에 참여한 시인 폴 엘뤼아르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와 막스 에른스트, 이 세 예술가의 뮤즈이자 연인이자 누이이자 어머니로서 갈라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동적 드라마이다. 그녀는 금세기의 가장 위대한 세 예술가들을 매혹한 철저한 뮤즈로서 위대한 재능의 산파역을 담당했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악질'과 '냉혈하기 짝이 없는 여자' 등의 혹독한 평판을 받은 주인공이기도 했다.

앤디 워홀 ●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뮤즈는 누구였을까? 기이하게도 그의 뮤즈는 그가 평소에 사랑하고 곁에 두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게이들이 아니었다. 그의 뮤즈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뜻밖에도 '명성'이라는 실체 없는 욕망이었다. '가장 사업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모든 대중문화의 산물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그는 할리우드 스타와 맞먹는 명성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마르셀 뒤샹 ● 회화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뒤샹은 레디메이드를 예술로 둔갑시켜, 예술과 일상의 조화를 꾀한 가장 실험적인 예술가이지만, 평생을 거의 은둔하다시피 체스 두는 일로 보냈다. 그런 뒤샹은 20대 초반, 불교적이며 도교적인 무소유의 철학을 주창한 기원전 3세기의 화가이자 철학자인 피론의 영향을 받게 되며, 평생 그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살게 된다. 뒤샹은 어떤 욕망이나 집착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운 작가로 예술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겸양과 비의적인 태도로 일관한 도인이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서른 여섯의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모딜리아니로 하여금 예술의 황금기로 진입하도록 불을 당긴 여자가 영국 시인 베아트리스였다면, 그의 황금기를 얼마간 지속시켜 걸작들을 남기게 한 여자는 잔느였다. 광기를 지배하는 지적인 여자와 순수하고 자기 희생적인 현명한 처녀, 이 두 명의 뮤즈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와 로마 미술의 고전적 우아미와 단순미에 대한 숭배는 그의 작품들을 탄생하게 한 근원적인 힘이었다.

폴 세잔 ● 세잔은 화가들의 화가였다. 세잔을 반 고흐나 고갱에 견주는 일은 격에 맞지 않는다. 예술가로서의 근원적인 불안과 나약함, 분노와 발작이 계속되었던 그의 곁에는 오로지 고독과 회의와 침묵만이 함께 했다. 이런 그의 작업경향과 태도는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상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전범이 되었다. 진정한 예술가는 또 다른 예술가의 뮤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은이 유경희 ●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미술잡지사의 기자로 미술계에 입문, 큐레이터로 전향해 수년간 화랑에서 일하다가, 뮤지엄 인턴십 차 방문했던 뉴욕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했다. 그 후 서울로 돌아와 영상학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나치게 다양한 전공의 섭렵했다 할 수 있으나, 굳이 말하자면 예술을 근간으로 한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이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실존의 근원을 '미'에서 찾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을 당연히 매우 시각적 인간, 즉 이미지 중독자로 자처한다. 언어보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이미지는 오히려 그 모호함으로 인해 막강한 아우라를 보장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미술에 대한 편애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요즘은 예술이 아닌 예술가들과 사랑에 빠져 지내면서, 그들을 모티프로 삼아 글쓰고 있다. 현실보다 더 환상적인 것이 없듯이 예술가의 일생만큼 예술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종의 인간 심리학을 공부 중인데, 결국 예술을 통한 '사람 사랑하기'를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저 시각예술이 자신의 철저한 뮤즈가 되기를 원하며, 예술 자체에 대해 쓰는 것보다 그것이 내 안에서 어떻게 자라나는지, 즉 존재가 아닌 생성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따라서 자신의 글이 비평이 아닌 비평적인 것, 시가 아닌 시적인 것이 되길 원한다. 현재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미술평론가로 활동중이다. ■ 아트북스

Vol.20030505b | 예술가와 뮤즈_유경희_BOOK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