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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강수미_곽은숙_고틀립 바루흐_구본주_권치규_김대희_김성복_김영수_김영현_김윤환_김재화_김준기_ 김창겸_김천일_김현숙_김희경_문승영_박건웅_박경주_박병춘_박정환_박성윤_박영균_박은태_ 반지하(드라마고·지경)_방정아_방현일_변현정_서효정_석성석_송문갑_신민규_심규섭_양승수_오연수_ 윤주경_원동업_이경모_이경복_이광준_이명복_이민주_이부록_이상선_이수경_이상호_이인철_이중재_ 이진_이철수_이탈_이희진_임경섭_임옥상_전미영_정재훈_정정엽_최금수_최병수_최보연_ 한성원·이승민·이소영_한재철_KEN21_Antal(L.A. DEAK)_Constance Vepstas_Roger Cummiskey_ Steeven Freeland_Thea Blue Badal_Wayne Godfrey Nieman
온라인 전시_까페시월 www.artoctober.com
까페시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2번지 Tel. 02_336_8406
많은 시각예술가들이 반전의 마음을 담아 『Art for No War』에 함께 했다. 이제 다음 전시일정을 위해 '까페시월'에서의 오프라인 전시를 마감하면서, 참여작가 명단과 작품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진행형 참여전시 『A4反戰』의 시작을 알린 후부터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전까지, 서울-인천-광주-파리-LA에서 출품작들이 '까페시월'로 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 작품 하나하나의 진정성과 열정을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며, 미술(인)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자기발언과 함께 호흡한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당초 경매를 통해 반전기금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다. 다른 경로로 애초의 취지를 살릴 계획임을 밝혀둔다. ● 이 프로젝트는 반전운동이 아닌 전시기획에서 출발했다. 올해가 한국전쟁 휴전협정 50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한 작가의 조언을 받아서, 3년째 접어든 현장 프로젝트를 '반전평화'의 메시지로 정한 것이다. 한반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한국내전을 잠시 접어두기로 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휴전협정 상태에서 군사적 대결을 벌이고 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동해에서는 유람선이 남북을 오가고 서해에서는 군함들이 박치기를 하고 총포성을 울리는 기막힌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지 않은가. ● 3월 들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가시화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광화문 촛불시위에 주말에 한 번 참가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무기력함과 비굴함이 나를 지배할 때, 나는 일로써 탈출구를 찾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전시를 만드는 일이 아니었던가. 반전평화 프로젝트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준비된 것이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실행가능한 일을 찾아 빠르게 실천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 이상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을 해야하므로 A4용지라는 가벼움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A4반전(Art for No War)』이라는 모토를 정하고 나서야 망설임을 떨칠 수가 있었다. ● 모래폭풍에 더위가 겹치면서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시가전이라니 상황은 더욱 비극적인 참상을 낳을 것이다. 기나긴 고통으로 남을 전쟁을 목도하면서, 아메리카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 문명 속에 숨겨진 야만의 폭로, 이라크인들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 등 지속가능한 주제를 놓치지 않아야만, 현실과 예술의 경계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남은 전시기간동안 뒤늦게라도 출품할 작가들과 온-오프라인상의 관람객들을 위해, 40여명의 출품작가 가운데 몇 분을 소개한다. 만화, 페인팅, 드로잉, 입체,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두 거명하지 못해서 아쉽다.
구본주의 「부시맨」은 역시 예술가의 진면목 중의 하나인 손맛을 실감할 수 있는 작은 수작(秀作)이었다. 전미영은 주부 정체성을 살려 도마와 식칼로 '칼맞은 성조기'를 만들었다. 작가의 미덕은 야무진 손끝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생각한다. 박병춘은 청테이프를 붙혀 '총을 든 사람'을 만든 「테이프맨」을 출품했는데, 그 옆에 일곱 살 난 아들 정환이의 그림이 함께 붙어있다. 한재철님과 방현일님은 이 전시와 무관하게 반전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가 때맞추어 출품하기도 했다. ● 빨간 크레파스로 찍찍 그어놓은 '美'자 아래 가운데 손가락만을 치켜든 사람이 있다. Fucking USA의 메시지를 담은 간결하고도 강렬한 포스터. 지난 연말 촛불시위 현장에서 화가 박영균이 가져다 준 것인데, 사람들 발자국이 찍힌 채 '까페시월' 한 가운데에 붙어있었다. 최금수는 그 위에 A4용지 한 장을 이용해 아래 포스터와 같은 양식으로 反자를 써넣는 것으로 출품작을 마감했다. 이른바 기생(寄生)아트. 그의 속닥거림과 부산한 움직임은 늘 반짝인다(사실 이번 전시에서의 "A4"는 그의 아이디어를 얻어 쓴 것이다). 반미 없는 반전은 공허하다는 것. ● 『A4반전』과는 별개로 독자적으로 진행한 작품을 보여준 경우도 많았다. 한발 앞서 현장에서 뛴 이들이야말로 행동주의적인 아티스트들이다. 김영현은 홍대앞 놀이터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를 열었고 그 과정을 담은 사진자료를 전시했다. 모래더미 위에 선인장을 심고 조약돌에 반전 메시지를 담아 Peace 마크를 그리고, 그 윤곽을 따라 촛불을 밝히는 퍼포먼스였다. 파리에 있는 김윤환·김현숙 부부는, 거리 바닥에 미군의 침략전쟁을 폭로하는 낙서하고, 이라크 여성 복장으로 거리에 나섰다. 박건웅은 지난 3월 1일 이후, "유관순, 부시, 노짱, 전투경찰, 바그다드의 어머니" 등의 인형을 만들어서 촛불시위에 참석해왔다. 그 현장 사진들과 실물 인형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광준은 이승민 등의 젊은 미술가들이 만든 반전포스터(작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칸 침공 때 콜비츠 판화이미지로 만든 포스터의 업그레이드 버젼) 수백장을 관람객들에게 배포했다. '반지하'라는 그룹활동을 하는 드라마고와 지경, 이미 반전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었던 그들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전쟁놀음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 오프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시 후반부에 도착한 미국인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었다. LA의 갤러리 아스토의 디렉터 임대식이 움직여 출품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인디안계 여성작가 바달(Thea Blue Badal)는 빨레 후 주머니에서 나오는 찌꺼기들과 천조각으로 만든 「찌꺼기 성조기」를 보내왔는데, 전쟁을 바라보는 인디안계 아메리카 여성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역설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 동영상 작품들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전쟁기념관에서의 취타대와 군악대 사운드를 배경으로 한 윤주경의 붉은 깃발은 자유의 여신상의 수직-남성-권력적인 이미지를 교란시켰다. 김대희의 대사와 영상 또한 오랫동안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화가 이명복의 영상을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부시, 럼스펠드, 파월 등 붉은 톤의 아메리카 핵심 인물들이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보이는) 박수치는 장면을 느린 속도록 반복하면서,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클로우즈업한다. 구음에 가까운 아라비안 보컬의 강렬함과 더불어 전쟁광들과 약자의 얼굴이 분노로 다가오게 한다.
『현장2003:A4반전』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국회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돕기 위한 국회의 파병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아트시월 커뮤니티에 '비이포'라는 아이디의 독자가 이런 글을 남겼다. "파병반대에 대한 전시계획은 없나요? 전쟁은 반대하는데, 파병은 찬성한다는 희한한 소문들이 들리길래…"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실언에 가까웠다. "다음주에는 A4반전 2차 오픈을 할 계획입니다. (…) 사안의 흐름에 따라 파병반대를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비이포는 쪽글 답장에 다시 이렇게 썼다. "사안의 흐름에 따라 … 상당히 상황윤리론에 입각한 시선이군요. (…) 파병 동의안이 개 같은 국회에서 통과되고 나면 반전열기도 식지 않을까요? 사전에 '에이포반전'을 파병반대의 흐름에서 기획하셨어야지 (…) 시류편승용 기획 같아 좀 씁쓸합니다." 물론 그 뒤에 전시참여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언급했고,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도 잊지 않았지만, 내게 남는 것은 씁쓸함이라는 단어였다.
한달간의 진행형 전시인지라 온라인전시, 온-오프라인에서의 홍보, 작품 추가접수 및 2차오픈 등 이후의 할일들을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파병동의안 통과 소식과 '비이포'의 '파병반대' 거론은 이 전시의 처음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다소 당황스러웠던 나는 공동기획자인 구정화가 애초에 거론했던 "까페전시는 너무 약하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주의적 방식이 필요하다"라는 문제제기를 인용하면서 예견된 씁쓸함을 토로했고, 전시진행의 향배에 관한 고민을 짧게 내비쳤다. ● 아직도 예술은 종종 자율성 논란에 휘말리곤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모토는 이미 지나간 옛날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다른 변종으로 깊이 뿌리박혀있다. 삶을 통해 관철되는 진지한 고민과 풍부한 실천이 없는 기획을 위한 기획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남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어쩌면 나 자신, 『반전을 위한 아트 : 아트를 위한 반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예술의 영역이 삶의 영역과 분리-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일, 나에게 주어진 숙제 중의 하나이다. ● 전쟁이 끝나고 모두들 이라크 전쟁이 여운을 잊어가고 있을 때, 박경주의 한 마디 쪽지글이 날아들었다. 전쟁은 지금 끝났지만, 전쟁의 상처는 3대를 대물림한다는 말이었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만큼이나, 어니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무게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한다는 것이다. 부시와 사담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이라크 민중들의 상처와 자주적인 국가 재건을 위한 몸부림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자주와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들의 신인 알라의 이름으로. ■ 김구
Vol.20030503b | 현장 2003 : A4反戰_Art for No War展 전시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