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501_목요일_06:00pm~09:00pm
시공간 프로젝트 brainfactory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공포와 불안 조바심 긴장 / 언제나 이방인이며 방관자이고 / 또한 관찰자로서의 빗겨선 무소속감과 거리두기 / 조증과 울증의 줄타기 / 극단적 취향 / 병적인 예민함과 공존하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화 / 내재된 폭력과 분노 좌절 / 비관주의와 낙천주의의 부적절한 균형 / 지독한 폐쇄적 성향 / 종류가 다른 사람 그래서 위안이 되는 /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무관심 / 집약적인 단순 노동의 편집증적 작업방식
위에 나열된 단어들은 작가 황희정이 자신과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진솔하게 요약한 단어들이다. 언제나 그렇듯, 작품은 작가의 분신으로 그의 인생에 연장선 상에 있고, 순간 순간 보여지는 유형의 결과물이며, 그의 일생을 채워주는 많은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 황희정은 어렸을 적부터 폐쇄적 성격의 소유자였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누구나가 천편일률적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하고,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듯, 똑같은 사고와 행동하기를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던 듯 싶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며,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가 몸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녀는 작업을 통해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 혹은 자아와의 놀이를 시도해본다.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성심의 자세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가 스스로 얘기하는 작가의 폐쇄적 성향이 역전되어, 오히려 선명하고 극적으로 작품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타자와의 소통 또한 시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황희정 작업의 소재는 어떤 단어나 사물을 보았을 때, 또는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상상들 속에서 찾는다. 때로는 우연히 닥쳐오는 상황들을 작가가 선택하여, 서정적 생명감을 부여한다. 작업이 특정한 개인으로 작가의 일상사와 맞닿아 있는 만큼 주된 관심사는 사람들이다. 특정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가질 법한 그리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법한 아이러닉한 여러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디선가 마주치게 되는 문구나 이미지, 사람들 또는 우연히 손안에 들어오는 물건들과 그것들에 대한 사소하고 작은 생각들이 곧 작업의 소재가 되고 결과가 된다. ● 재료를 사용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다양한 질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우리가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서 시각을 자극하는 방식에 형태나 색 이외에 물질자체의 특성에서 가지는 경험적인 연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이다. ● 부드러운 소재의 천이라던가 뾰족한 못, 실이나 비닐 등의 재료가 주는 촉각의 자극을 표현의 방식으로 내세우고자 한다. 색이나 형태에서 우리가 가지는 것보다 친밀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함이다.
또한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정곡을 찌르는 시적인 제목을 부여하므로써, 작업과 제목과의 거리감을 보는 이가 연계시키는 행위를 통해서 생각의 실마리를 따라 작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소중한 만남과 같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주친 생각과 사물을 그 상황을 그대로 고스란히 경험하고 그 안으로 들어와서 바라보기를 바란다. ● 작가가 최근작으로 선보이는 손뜨개 작업들은 무서우리 만큼 집요하며, 작가가 스스로 고백하는 "집약적인 단순 노동의 편집증적 작업방식"의 일면을 볼 수 있는데, 작업과정 만큼이나 그 완성된 결과물에서 범상치 않은 예민함과 긴박감을 엿볼 수 있다. ■ 오숙진
Vol.20030501b | 황희정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