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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416_수요일_06:00pm
모란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02_737_0057
고뇌하는 심상표현 ● 오늘날 현대 미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표현양식이 다양하며 복잡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아(自我)의 발견이나 자기가 처해 있는 위치를 확인하기는 매우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작가들은 항상 독창적인 작품 표현으로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위치에 있기를 갈망한다. ● 그러나 현실은 방향을 모르는 혼돈(混沌) 속에서 헤매고 있다. 각 장르의 혼합으로 회화인지 조각인지 설치미술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고, 다양한 미술양식의 변화에 분별 없이 편승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차경화(車景和)는 뚜렷한 자기의 위치를 설정하고 창의적인 조각전을 열게 되었다. 그는 늘 조용하면서도 학구적이고 논리적인 성품을 가졌으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무한한 사고와 노력을 하였다.
차경화는 평소에 자연에서의 이미지, 인간과 자연 등의 관계를 작품으로 많이 표현하고 연구하였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특히 인간관계를 모티브로 하여 자신의 마스크와 주변사람들의 마스크를 라텍스 고무로 직접 뜬 다음, 그것들을 틀 안에 설치하고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각기 다른 표정의 연출을 시도했고, 피폐한 인간의 나체를 같은 방법으로 제작하여 인체에서 나오는 변화를 표현해 왔다. 이는 자신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옥죄는 틀에서의 탈출과 그 틀 안에서 정도(正道)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한 것이었다.
이러한 작품들에 연이어, 이번에 발표한 서랍공간을 통한 자아심상(自我心象)의 표현은 자아와 인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랍은 인간의 삶과 직접적 관계를 설정하고 있으며, 하나의 도구, 부속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랍은 어떤 사물을 채우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 ● 또한 서랍은 공간성·입체성·시간성·역사성·폐쇄성 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의미와 상징성을 가진 서랍을 오브제로 하고, 지나간 과거에 대한 추억과 망각, 현재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 미래에 대한 설렘과 불안감, 그리고 소유·정리·경험·구속·감금·개폐 등등을 표현 내용으로 하여 작품을 제작했다. ● 차경화 작품의 특징은 서랍장·책상·의자들의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오브제 형태를 직접 제작한 데 있다. 재료 선택에 있어서는 책상·서랍 등 직접오브제 사용은 목재였으며, 오브제 형태의 제작물은 철재와 혼합하여 사용했다. 작품제작의 방법은 몇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 표현하려는 내용에 따라 오브제의 변형 없이 사용한 것, 오브제의 사용은 있으나 잔인하리 만치 뜯어내고 오려내어 불안이나 초조 등의 내용을 엿볼 수 있게 한 것, 그 뜯어지고 오려진 파편들을 하나의 형체로 구성하여 물체와의 관계성을 시사한 오브제로 등장시킨 것, 그리고 책상·걸상 오브제 형태로 철재와 나무파편으로써 제작하고 뜯겨지고 오려진 형태로 승화시킨 것 … 등의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한 실제 작품들을 보면, 그을려지고 퇴색한 현실의 오브제는 완전히 사라진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철재작품 역시 수많이 찢겨진 파편과 물체들이 마치 눈·비에 붉게 산화된 붉은 색의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 전체적인 작품의 구상은 기하학적 구상형태이며, 평면에도 공간성을 많이 부여하였다. 작품들의 대부분 형태가 서랍이 비어있거나 서랍 위를 뜯어내어 내부를 들여다보이게 처리했으며, 바닥과 벽면에 설치의 형식으로 진열하였다. 작품 전체에 대한 느낌이 화사한 작품성의 구현이 아니라 형태를 파괴하고, 재조립의 형태로 인간의 고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파괴된 사회상, 황폐화된 인간상의 표현으로 보여졌다. ●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람과 사물과의 만남, 과거·현재·미래의 상황을 작가의 심상을 통하여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많은 내용을 연구하고 표현하여, 훌륭한 작품을 계속하여 발표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신예작가 차경화에게 기대되는 바가 크다. ■ 김봉구
Vol.20030413b | 차경화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