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아티누스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3_041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_이기일_홍지연_방병상
갤러리 아티누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6번지 Tel. 02_326_2326
1960년대 베트남전 반대를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고, 평화와 사랑, 그리고 자연과 자유정신을 외쳤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고유명사 "Flower Power Generation", 그 이름이 말해 주듯 꽃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향기가 있다. 꽃잎을 하나씩 따며 사랑을 노래하던 히피들의 자유, 평화 정신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지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반전, 사랑과 평화" 라는 다소 진부한 듯한 주제가 다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적인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형식만 달랐지 그 정신 속에는 변함 없이 진지하고 순수한 태가 난다.
역시 "꽃"이라는 소재는 젊은이의 순수성과 사랑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소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생명, 시간의 흐름, 섹스, 환희 등 다양한 알레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들 모두 사랑이라는 커다란 집합 안에 포함된다. 그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풍토와 햇빛 그리고 오랜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만개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꽃이다. 시간을 거슬러서도 자연을 거슬러서도 안 되는 지극한 자연경배사상과 한 생명에 대한 쉼 없는 사랑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꽃이라는 소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 형태와 질감이 갖는 유약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그것이 표출하고 있는 에너지는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주고 화약 냄새로 찌든 마을을 향기로 덮어 버릴 수 있는 위대한 것이다. 이번 Flower Generation 작가 3인은 꽃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이용해 모순된 상황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시각화하고 있다. 방병상, 이기일, 홍지연 3인이 펼쳐 보이는 사진, 자수, 회화 속에 나타난 꽃의 이미지는 서로 다른 색깔로 현대의 문화코드를 해석하고 있다.
먼저 방병상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꽃의 이미지를 카메라 렌즈 속에 때론 클로우즈 업해서 때론 과감하게 절단하며 부각시키고 있다. 아줌마의 몸배 바지 속에서 뮤즈를 찾을 줄 아는 위트와 관찰력이 놀랍다. 그에게 있어 꽃이 새겨진 "옷이란 문화와 시간의 흐름 가장 능동적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매체"이다. 또한 방병상 작품 속의 꽃은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풍자한다. 순수와 속물, 예술과 키치 사이의 교묘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패턴화되어 반복되는 꽃의 이미지 속에 투영된다. ● 이기일의 꽃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가죽 위를 정교하게 한 바늘 한 바늘 자수를 하며 새겨 넣는 꽃잎은 생명탄생의 순간을 목격해서 일까 경건한 숙연함 마저 준다. "기념 주화 뒷면의 꽃 부조 이미지"에 착안하여 꽃의 이미지를 평면에 화석화한다. 시스템화된 사회 구조 안에서 똑같은 형식, 모양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꽃을 피우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마치 새끼를 위해 잔가지를 날라 둥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어미새의 그것과 같은 정성과 신비로움이 담겨 있다. 캔버스 대신 가죽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점, 완성작을 보여주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 과정 전체를 관객과 함께 하고자 한 이기일의 전략이 돋보인다.
"경계 허물기, 공간과 시간 섞기" 등을 보여줬던 홍지연은 이번 전시에서 꽃을 통해 시대성과 문화성의 교차와 융화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통 화조화를 연상케 하는 구도에 그가 평소 보여주었던 팝아트적인 색채가 가미되어 이질적이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헤겔, 칸트로 이어지는 서구 모더니즘 문화와 교육 속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찾아야만 했던 시대가 만들어 버린 하이브리드 문화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가늘게 늘어진 꽃줄기 속에 흐르는 이 시대의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되묻기를 홍지연은 바라고 있는 듯 하다. ●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풍부한 문화적 혜택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에는 무관심하고, 성공을 향해 질주하지만 이내 자포자기하는 세대…어쩌면 현대 경쟁 사회가 만들어 놓은 파워 게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청년위기(Quarterlife Crisis)"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오늘날의 젊은 세대의 단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병상, 이기일, 홍지연 등의 젊은 작가들의 외침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 이대형
Vol.20030412b | flower gener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