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327_목요일_06:00pm
이브갤러리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267-120번지 아뜨리앙 3층 Tel. 02_2212_7670
삶의 회화적 해학과 내재된 운율로서의 입체 ● 그의 작품에는 삶의 즐거움이 녹아있다. 예술철학의 지고함이나 미학의 가치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작품에는 미술에 관한 자신만의 향유가 깃들어 있다. ● 어떤 이즘이나 유파와 상관없이 그날 그날의 일기를 쓰듯이 그렇게 다양한 재료와의 우연한 대화를 즐길 뿐이라고 '아직은 그렇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 그의 작품에는 삶의 해학이 있다. 때로는 빈정거리듯 만화적인 투로, 때로는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의 숨결로 다가가고 있다. 결코 특별하지 않은 극히 일상적인 범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획득함으로써 그것에서 마치 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하나씩 조합하여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완성된 결과의 화법적 경향은 지극히 즉흥적이면서도 일러스트적인 성격을 갖는다. ● 20C초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의 말처럼 그는 다작을 강조하되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태어나기도 전에 사산할 확률이 만기 때문이리라. ● 그의 작품에서는 음악적 음율과 율동감이 느껴진다. 마치 앙상한 겨울의 나목을 연상케 하는 일련의 기하학적 조형물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빠르고 경쾌한 속도감과 절제된 음율의 내재성을 엿보게 한다. 원, 원판, 직선, 곡선 혹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솔잎 덩어리 같은 구조물로 구성되어진 그의 작품은 마치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부르는 동요의 한 곡을 연상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하고 평이한 조형적 구성이 유쾌한 리듬감과 편안함으로 전이되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비가 되기 위해 애초에 무수한 실을 뽑아내는 유충처럼 지금의 그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작품구상의 소재를 꾸준히 실제로 옮기고 있다. 참선을 하는 구도자가 덧없는 망상을 계속하여 털어버리듯이 그러한 심경으로 저들이 추구하는 유행과 관계없이 우선 자신의 머리와 손을 털어 내고 싶다고 겸손해 한다. 그래서 그동안 털어버린 생각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자고 주위의 사람들이 그를 꼬드겼다. 그야말로 털어버린 것들에 대한 재고정리를 겸한 첫 전시회가 된 셈이다. ● 무조건적 향진도 때로는 뒤돌아보는 궤적의 여유가 필요하다. 작가 조진형에게 그 궤적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본인의 쑥스럽고 어눌한 성격에 비하면 참으로 큰 용기를 낸 전시회이다. 실을 무척 뽑아냈으니 나비가 아니더라도 거미라도 되어 그 줄에 무엇이라도 걸릴 것을 기대해 본다. ■ 양종석
Vol.20030329a | 조진형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