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city to city

이예승 개인展   2003_0326 ▶ 2003_0401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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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326_수요일_05:00pm

백송미술문화재단 향당상 수상기념展

백송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번지 Tel. 02_730_5687

반짝이는 것, 비치는 것에 대한 집착 ● 누구나 한가지씩은 애착이 가는 장난감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유난히도 표면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에 집착을 하였다. 특히 거울을 한번 손에 쥐게 되면 꽤나 한참동안 질리지 않고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 손에 쥐어진 조그만 거울에 반사 된 강한 햇살을 따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피곤 하였다. 손거울에 반사된 햇살은 나의 손놀림으로 스포트라이트 조명처럼 한곳에 가만히 머물기도 하고 때로는 빠르게 흔들거렸다. ● 이렇게 반사된 빛에 의해 어둠에 잠겨 시선이 머물지 못하는 한 귀퉁이까지도 또 다른 세계로 변화되었고, 무한의 세계로 변화된 공간은 나를 매료시켰다.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바라보기 ● 어린 시절의 이러한 놀이를 통해 도시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습관이 자연스레 형성된 것 같다. 길을 걷다가도 가끔은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듯 도시 한 귀퉁이에 앉아서도 무의식적으로 빌딩 숲을 에워싸고 있는 유리에 비치는 이미지를 유심히 바라본다. ● 이렇게 습관적으로 주변을 관심 있게 바라봄으로써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대상의 섬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무언가 유리에 비쳤다가 이내 멀어진다. 또다시 다른 건물의 창에서 그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게 유리구조 속에서 반사되고 비치는 이미지들은 유리창 여기저기를 옮겨가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순간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미세한 움직임은 시선에 따라 공간의 리듬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담담하고 부드럽게 무한한 공간감을 만든다.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그곳에 길들여짐 ● 하루하루 수많은 이들을 만나며 다른 일과를 보내지만 거대한 구조 속에서 맴돌며 결국엔 도시라는 틀로 우리의 삶은 귀결된다. 단지 삶의 모습이 변화 뿐 도시 속에서 헤매며 길들여지고 순응하게 된다. ● 이러한 도시는 반복적인 선들의 끊임없는 교차로 이루어진 구조체이다. 자칫 획일적이고 메마르게 보일 수 있는 도시 환경은 인간에게 삶의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또한 인간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 너무나 익숙해져 자연스럽기까지 한 도시는 나에게 있어 진저리가 날만큼 지겨운 곳이기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그 속에서 함께 하는 것과 만들어내는 따뜻함으로 크게 숨을 쉴 수 있는 곳이다. 또다시 이 거대한 구조 속에서 나를 숨쉬게 하는 유리 숲을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과 눈을 맞추며 또다시 소통을 시도한다.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이예승_from city to city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03

소통하기 ● 빌딩 숲을 걸어가며 순간적으로 시선이 머문 이미지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유리 숲의 한 순간이 포착된 듯한 사각으로 규격 되지 않은 화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화면은 길게 연결되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살며시 복잡하게 채워진 구조의 끝자락에서 다양한 굵기의 무채색의 선들이 벽면을 따라 뻗어나간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담담하게 벽면 빈 공간으로 사라졌다 다시 생성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이렇듯 선들이 벽면을 타고 흩어지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구조는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틀 속에서 맴도는 우리 삶의 모습을 넘어서는 이상향인 것이다. 지금도 어딘 가엔 있을 그 곳을 꿈꾸며 다시 도시를 걷는다. ■ 이예승

Vol.20030327b | 이예승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