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대안공간 루프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3_0322_토요일_05:30pm
작가와의 대화_2003_0329_토요일_03: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최진기는 작업실이나 집에서 보이는 일상의 사물에 세상에서 보여지는 다른 생명체를 대입시켜 새로운 생명을 준다. 흔히 쓰는 그리고 하찮게 여겨지는 플라스틱 자나 글자의 수정용 테이프, 빗, 스카치 테이프 볼펜 등을 변형시켜 작은 일상의 순간을 새로운 세계로 변형시켜 갑자기 활기를 띄게 만든다. 그는 순간의 상황과 평범한 일상 오브제 속에서 숨겨진 세상의 현상과 법칙을 찾아내어 유머스럽게 표현한다. 단순하고 딱딱하며 볼품 없는 형태에 약간의 변형을 통해 무한한 놀라운 세계를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만든다. 그는 사물에 마술을 걸 듯 생명을 주고 그 사물은 금방 주변을 환기시켜 우리에게 새로운 환타지아를 가져다 준다. 사물에 늘 질문하고 사고하고 대화하는 작가의 습관이 삶 자체에 침투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들을 주목하고 현재 존재하는 물건들에게 진실하여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일상의 소품에서 해독하려고 애썼던 자취들, 표지들과 신호들로 가득 찼다. 그의 작은 소품은 우리의 생활, 희망, 고통, 고독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정치, 경제 거대요소까지 포함한다. 최진기는 미술을 통해 사회적 맥락을 잡아낸다. 그는 물건에 내재된 모순적 이중적 의미를 비판적 안목과 가벼운 웃음으로 병치시킨다. 그에게서는 플라스틱의 변변찮은 물건들은 소수자와 소외자의 대역이다. 디지털시대 최첨단으로 만들어져 새롭게 등장된 물건들은 바로 그 전에 우리가 늘 유용하게 쓰던 오브제를 대신한 것이다.
컴퓨터 위의 종이에 올려져 있는 수정 테이프로 만들어진 붕어는 분홍색과 흰색의 집 모양의 연필 깎기와 더불어 동화의 나라로 빠져들게 한다. 「수정테이프 붕어」는 잘못된 문구를 수정하는 테이프와 건망증을 암시하는 붕어로 복잡한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삶을, 화장대위의 「고슴도치브러쉬」는 머리를 빗는 노란 플라스틱 빗으로 주변환경에서 자기 방어적인 고슴도치를 대입시켜 권력, 부, 학벌위주의 사회의 소외된 소수자들을 암시한다. ● 「휴대폰과 싸우는 두 마리 전화선용」으로 휴대폰이라는 최신기기의 등장으로 소외된 일반전화의 선으로 싸우는 용의 형태로 표현하고 「볼펜도마뱀」과 「빅볼펜자벌레두마리」는 싸구려 볼펜을 구부려 만들었다. 전화와 볼펜은 한동안 필수 불가결한 도구였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구의 발달과 새로운 기계의 등장으로 그 역할은 미미하다. 필요에 의해 대량 생산된 물건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불필요하게 되어 벌레처럼 숨어버린다. 싸우는 「씨디케이스악어」와 「카세트케이스악어」 도 같은 맥락이다. 멍게를 담은 분홍색 플라스틱 대야와 화분받침대로 만든 「멍게다라」, 「화분받침풀」, 「화분받침꽃」은 꽃, 식물을 보조역할이 도구가 주역으로서 등장하는 작업이다. 30cm 플라스틱 자를 불로 그을리고 녹여 수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로 만든 「30cm 지네」는 일정한 규칙과 규범에 의해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현대인들을 대변하고 있다. 책꽂이 벽을 가진 공간에 앉아 있는 「달팽이스카치테이프」는 인류의 발전적 요소이면서 동시에 내면적 자아를 찾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지식의 이중성을 말하고 있다.
이 싸구려플라스틱 사물들은 급변하게 변하는 시대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제, 정치적 권력구조에 돌아가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의 장난기에서 재미를 함께 공유하며 절망이 아닌 일상의 행복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읽는다. 정치, 경제 권력의 큰 구조를 움직이며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생이 아닌 순간과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인간 본연적 삶을 말이다. ■ 김미진
Vol.20030322b | 최진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