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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32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고상우_박경택_박세진_송민철_윤미연_이인희_이중근 장종관_전미숙_정수진_조병왕_천영미_홍영인
전시설명 프로그램_전시기간 중 매일 03:00pm/06:00pm 특별 강연회_권은선_"오픈 유어 아이즈"-영화·미술_2003_0410_목요일_06:00pm_소갤러리 내 비디오룸 영상작품 상영_매주 토·일요일_02:00pm/04:00pm_소갤러리 내 비디오룸
지역 순회전 마산 삼진미술관 / 2003_0425 ▶ 2003_0525 강릉 문화예술회관 / 2003_0712 ▶ 2003_0727
한국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전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5
현실의 확장 또는 확장된 현실에 눈뜨기 ● 최근 들어 영화나 TV,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장르 속에서 비현실적인 혹은 비논리적인 상황이 자주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페인 출신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영화 『디 아더스 The Others』(2001)에서 죽은 영혼들은 현실 저 너머에 존재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끼어 들어 공존하는, 그래서 더욱 섬뜩한 존재로 나타난다. 어떤 현상이 기존 관념으로 이해되거나 수용되지 않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고 우리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논리적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접하게 될 때,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결코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또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현상들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며 어쩌면 이미 현실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런데도 두려움으로 인해 이를 애써 외면하고 기존의 관념적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마치 『디 아더스』에서 변화하는 외부현실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자폐적인 존재로서의 죽은 영혼들과 다를 바 없다. 아니 그들과는 달리 살아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의 가상현실 체험 등과 더불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현상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되던 많은 경험들이 개개인의 일상으로 보다 쉽게 수용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진 직·간접적 체험의 가능성과 그 가능성의 실현은 분명히 외부세계에 대한 수용태도를 유연하게 만든다. 여기서 변화를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해진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인해 자신이 보고자하는 편협한 표피적 현실만을 보게 된다면 타인과의 소통, 세계와의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벽 속에서 스물거리며 튀어나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유령 곧 '숨어있던 현실', 기존의 '눈'으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기 위해 새롭게 '눈'을 떠야하지 않을까.
미술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비현실적인 세계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적 표현의 장을 여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기존 가치체계의 틀과 한계를 벗어나고자 우연성을 강조한 다다 미술, 현실풍경을 수수께끼와 같은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렸던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 회화, 동화와 같은 정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낸 샤갈의 환상미술 등이 예가 된다. 이 중에서도 형이상학 회화 및 다다이즘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탄생한 초현실주의 미술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 미술은 현실에서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이질적인 대상들을 조우시키거나 일상적 형상이 자리 바꿈을 통해 새로운 상황을 일깨워 주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꿈과 상상 그리고 현실이라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상태가 초현실이라는 보다 확장된 현실 안에서 화합하는 것을 추구한 것이다. 도구적 이성에 대한 회의 그리고 상상력의 우위 및 잠재력의 발현을 기반으로 꿈과 현실을 소통시키고자 한 그들의 태도는 실제로 세계에 대한 인식의 틀을 현격하게 변화시켰다. 일반화된 상식과 논리를 비껴가고, 이에 의심을 품는 태도를 통해 가려져 있던 숨은 진실을 찾아낸 것이다.
『오픈 유어 아이즈』는 육체의 '눈'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고 받아들이게 된 외부세계가 과연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진실인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눈'은 물리적인 감각기관의 하나로서 뿐만 아니라 편견에 덮여 가려진 실제를 파악하는 인식의 '눈'도 의미한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경험한 현실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될 때,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현실이 믿을 만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머리 속을 맴돌게 된다. 현실 거부라기 보다는 현실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이와 같은 의문과 호기심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열린 '눈'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눈'을 통해 고정관념으로 인해 깨닫지 못하고 있던 '또 다른 현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우리의 지각이 좀처럼 쉽게 닿지 않는 공간을 작가 나름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박세진, 장종관, 조병왕) 서로 이질적인 대상들을 한데 모아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박경택, 이인희, 정수진) 대상을 기존 문맥에서 분리시켜 새로운 상황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거기서 발생되는 의미를 추적하기도 한다. (전미숙, 홍영인) 그리고 상반되는 두 가지 상황을 중화시켜 균형을 이루는 작업 (고상우, 윤미연) 또는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통념이나 일반적인 정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송민철, 이중근, 천영미)
참여작가들은 일상 삶 속에서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낯설게 혹은 불편하게 하고 서로 다른 문맥이 상충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를 통해 익숙하던 것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되는 원인에 대해 질문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문화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파헤쳐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일상의 익숙한 것들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일상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모호하게 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이번 전시는 스펙타클한 볼거리들을 제공하는 한편 개념적인 사유의 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우리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세세한 부분을 향해있는 작가 특유의 예민한 관찰력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모두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형미
Vol.20030321a | 발견2003:오픈 유어 아이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