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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321_금요일_06:00pm
일주아트하우스 미디어갤러리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내 Tel. 02_2002_7777
오브제를 이용한 문신작업으로 현대인의 상처와 욕망의 흔적에 주목해 온 작가 김준이 일주아트하우스 미디어갤러리에서 첫 영상전(제8회 개인전)을 갖는다. 꿈과 현실, 사회적인 것과 생리적인 것의 괴리를 포착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사우나'라고 하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를 채택하여,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의 지난 3년간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24시간 사우나가 성업 중인 우리 사회에서, 30-40대의 남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했을 사우나의 진풍경을 포착하고 있다. 김준은 『사우나 벨』을 위해서, 흥국생명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미디어 갤러리 전체를 사우나의 수면실로 설정하고, 24시간 사우나의 한 풍경을 옮겨 놓은 하나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을 연출한다.
갤러리에 들어선 순간, 방문객은 스크린에 투사되는 3D애니메이션 작품 속에서 나신의 '몸'들이 단잠을 자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사우나라는 이 공공의 장소에 모인 '몸'들은 사적인 영역이 극도로 제한되어 버린, 익명의 주체이며,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기계적인 일상의 리듬에 길들여진 '몸'이다. 아침이 오면 벨소리에 맞춰 일어나 고단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몸'은 기계적인 일상의 리듬을 기억하는 장소이다. 『사우나 벨』에서 '사우나의 휴식'과 '휴대폰 벨의 암묵적인 강요'는 주요한 모티프로 사용되어, 현대인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의 꿈과 현실을 상징한다. 업무에 지쳐, 이어지는 술자리에 밀려, 사우나의 수면실에서 토막 잠을 청하고 있는 군상들은 아침이 오면 핸드폰 벨소리에 맞춰 일어나 고단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만 하지만, 그러나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고 싶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고 싶은 직장인의 아침풍경을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포착하여 아이러니한 풍경으로 담아냄으로써, 김준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고단함과 사회적 시간이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을 직설화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준은 색다른 공간 연출 방식을 사용하여, 관람자에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전시 관람 형태를 제안한다. 미술관에서 정숙을 지키며 진지한 자세로 작품을 관조하는 것, 이것이 이전의 전시 관람 형태가 지닌 시각적인 '바라보기' 방식이라면, 『사우나 벨』에 입장한 방문객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 편안하게 누워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갤러리 바닥에 장판과 매트를 깔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프로젝션되는 3D 애니메이션 속의 인물들처럼 편하게 누워서 작품을 감상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상황의 연출은 작품의 감상을, 어려운 난제를 풀도록 요구되는 숙제와 같은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통해, 함께 웃고 함께 호흡하며 시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경험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요컨대, 김준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업 『사우나 벨』은 이성적인 '눈' 보다는 공감을 나누는 '몸'의 체험을 통한 새로운 감상의 문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 신일순
Vol.20030320b | 김준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