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generation photo exhibition

아시아사진학회 기획展   2003_0312 ▶ 2003_0326

박수정_phantom(환영)_흑백인화_2002

초대일시_2003_0312_수요일_06: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7711

한국사진의 지형도가 무척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 사진과 메이킹 사진이라는 전통적인 이분화구도와는 무관한 다양한 작업들 역시 산개 하고 있다. 아니 이제 사진과 미술, 사진과 비사진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사진예술은 재현 이미지에 의존하는 다양한 의미체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에서는 국제 미술전과 사진페스티벌을 통해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업이 선보였고 그만큼 새로운 작업들이 부상했다. 이를 통해 한국 사진의 새로운 흐름과 새로운 세대의 부상을 감지할 수 도 있고 나아가 사진계의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 역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 역시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곳에서 사진은 가장 활달해 보인다. 외형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작가수도 많아졌고 그만큼 사진관련 기획전시와 사진에 관한 논의들도 풍성해졌다. 그로 인해 사진을 보는 시선, 사진을 사유하는 방법들도 무척 세련돼졌다. 회화가 지난한 모색을 벌이고 설치가 점점 진부해져 가고 영상이미지 작업들 역시 타성적으로 변해 가는 와중에 사진만은 모든 장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이란 매체가 지금처럼 인기가 있었던 적도 드물 것이다. 사진은 무한정으로 복사가 가능하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이미지 표시법이며 누구나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 그만큼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친밀하게 느껴왔던 것인데 그 익숙한 사진을 '다시' 보는 것으로써 모종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사진을 재고하게 한다. 그것이 오늘날의 사진이 되었다. 특히 사진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인 스펙타클 사회, 미디어 사회의 중요한 일상적 사고를 형성한다. 그리고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미지와의 놀이야말로 궁극적인 쾌락이다. 사회시스템 역시 이미 현실을 이미지로 변용시키며 또한 반대로 이미지를 신체화 시키고 있다. 그 한복판에 사진이 있다.

엄나영_흑백인화_2002
김유은_선물, 가족의 또다른 이름..._흑백인화_2002
고은지_그림속의 풍경_흑백인화_2002
임선영_A Girl with korean flag_흑백인화_2002
조은영_재활원 사람들_흑백인화_2002

무엇보다도 사진이나 비디오 같은 복제 이미지는 채우려는 욕망보다는 남겨져있는 어떤 '흔적' 또는 '상처'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하나의 흔적이 암시하는 바는 존재라기 보다는 상실과 종결되지 않는 생각 등에 관해서 이다. 결국 사진은 단순한 기록(기계적 재현)을 넘어서 점차 하나의 이미지로 읽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의 '사진'으로부터 벗어 나와 '이미지'(상, 영상, 형상)로 탈바꿈하면서 주제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주제에 대한 개성적 예술적 해석으로 읽히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주제와 작가, 작품이라는 삼자간의 관련 속에서 파악되는 현대적 개념을 획득하게 된다. ● 이제 기념비적 예술과 관념들이 사라진 마당에 예술 전반이 새로운 입장 전환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상의 단일한 정체성의 균열로서, 그리고 어느 특정한 시점과 장소의 기록으로서 정의할 수 없는 매우 모호한 역사 의식의 침투로서, 이러한 다중적이고 혼돈스러운 시점을 소화해낼 수 없는 주체의 좌절감이 은연중 스며있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진의 작품으로서의 한계, 사진적 읽기의 습성을 무력화시키는 동시대의 사진은 사진의 의미를 공간 재현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재현 중에 일어나는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며 매체의 순수성을 잃고 매체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 목적으로서의 사진보다 수단으로서의 사진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오늘날 젊은 작가들은 사진에 투영된 작가의 이미지 혹은 작가의 감성에 반사된 사진이미지에 관심이 크다. ● 이번 전시는 아시아사진학회에서 기획했으며 20대 작가 15명을 선정했다. 선정기준이나 전시의 컨셉은 특별히 없다. 다만 이들을 통해 한국사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며 동시에 현재의 수준을 가늠해보려는 것 같다. 대부분 정통적인 사진기법을 보여준다. 이들은 사진을 통해서 자아와 현실, 자신의 구체적 삶의 공간을 문제시한다. 다분히 다큐멘트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 결국은 사진 찍는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질문해보는 시선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는 동시대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고 읽을 것인가, 자신이 삶과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고은_Interface_컬러인화_2002
김형민_향수_컬러인화_2002
김주_The Girl Story_컬러인화_2002-2003
김수명_another world_컬러인화_2000-2002
이대성_사회적 제스쳐_컬러인화_2002
구유란_세일_컬러인화_2002
홍성용_사진관_컬러인화_2002
조우혜_씸시티-도시만들기:서울2003_컬러인화_2003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개별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짧은 단상을 적었다. ● 구유란은 인형박스 안에 인형흉내를 낸 자신의 모습, 이른바 마론인형의 분신적 모방을 통해 여자의 정체성 논의를 끌어낸다. 대중소비사회라는 틀 안에서의 여자, 보여짐과 선택됨을 갈망하는 여성의 수동적 태도에 대한 중첩된 시선을 접한다. ● 김유은은 자신의 근본이 되는 가족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인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사진은 '나'의 계보학적 추적의 인덱스가 된다. ● 김형민은 재개발지역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아련한 추억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도시화의 그늘에서 오는 퇴행과 느림이 향수와 맞물리는 지점이 사진이 된다. ● 박수정은 낯익은 익숙한 풍경에서 추억을 길어 올렸다. 한 개인의 추억과 여러 정서에 의해포착된 현실의 단면들은 그래서 낯설다. 낯섬만큼 기이하다. ● 이고은은 고인돌을 찍었지만 그 대상은 더 이상 역사적 자료, 사료적 가치의 증거로 기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그 역사를 사적으로 전환시켜 자신만의 감정과 예술적인 아우라로 물들였다. ● 이대성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일련의 관습화된 제스츄어를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 만남에 따라 의례적으로 짓는 손을 흔들고 웃는 행위는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제스츄어에 가깝다는 인식은 소통의 행위와 사회라는 관계망 속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 임선영은 자신의 정체성과 규범, 표상체계를 사진을 통해 말한다. 특정한 이데올로기로 인해 형성된 자아, 문화적으로 훈육되고 습득된 가치관을 문제시 하는 것이다. ● 조우혜는 서울이란 도시공간을 담았다. 원경으로 자리한 그 경관은 낯설고 비현실감이 감도는 기이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서울이란 공간의 이질적이고 혼성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 조은영은 정신지체장애자들을 파인더 안에 담았다. 파안대소하는 그들의 얼굴과 표정에는 순박함이 묻어있다. 정상인의 안면에서 찾기 힘든 이 자취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어떤 모습의 원형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규칙한 치아의 배열, 대충 깍은 머리, 카메라을 의식해서 지어내는 어색함과 짐짓 시선의 가늠으로 무장된 모습들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박한 해체이다. ● 홍성영은 사진관을 찍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가설의 무대가 있고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렌즈를 응시하는 대상/인물이 있다. 사진관 안의 설정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그는 다름아닌 사진관의 주인이다. 늘상 손님들에게 적당한 포즈를 요구하고 가족사진, 돌사진, 인상사진 등의 정해진 나름의 규범을 통해 정형화된 틀을 만들던 자신이 도리어 대상으로 돌변했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메카니즘을 내부에서 보여준다. ■ 박영택

Vol.20030315a | Next generation photo exhibitio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