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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개인展   2003_0305 ▶ 2003_0311

이선주_바다_천에 염료, 침대_실물크기_1998

초대일시_2003_0305_수요일_05: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이미 너무 들어서 낡고 낡은 것이다. 그러나 그 답은 언제나 알수 없고 빈곤하다. 존재, 혹은 존재의 근원이란 말은 그렇게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 존재란 우리가 눈을 뜨고 만나는 이 지극히 평범한 사물들 그 자체일까? 아니면 일상을 넘어서 그 어디에 따로 있는 그 무엇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경우라도 우리의 시선은 일상과 일상의 사물들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만일 존재의 본질이 우리가 만나는 사물과 일상 그 자체라 하더라도 혹은 그것을 넘어서 있다고 해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단 일상과 일상의 사물을 똑바로 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지금, 여기이다. ● 형이상학이란 말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말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일상의 사물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찾으려 할 때 형이상학은 하나의 상징적인 말로 늘 따라다닌다. 우리의 현실과 일상을 넘어서는 꿈과 무의식, 그리고 형이상학의 상징이 바로 작가에게 있어서는 바다의 이미지이다. 작가에게 있어 바다는 형이상학적인 본질, 혹은 근원적 존재의 한 표상이다. ● 현실/꿈_의식/무의식_존재/근원의 이분법 속에서 작가는 꿈과 무의식을 통해 근원을 찾아보려 하였다. 따라서 존재의 근원을 표상하는 바다의 이미지는 꿈과 무의식 속에서 계속 드러나게 된다. 우리의 무의식은 꿈속에서 근원적 존재를 만나고 일상을 뛰어넘는 경험과 사유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침대와 이불, 슬리퍼 같은 사물들에 바다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바다의 푸르른 넘실거림을 담은 그런 사물들은 작가에게 있어 존재의 근원을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이선주_바다_천에 염료, 침대_실물크기_2003

우리가 사는 이 현실, 의식의 세계, 그 기저에 무엇인가가 따로 깔려있다고 믿은 사람들은 그 근원을 찾아 수없이 헤매었다. 작가 역시, 존재의 본질, 근원이라는 낯익은 문제를 떠안고 작업한다. 거기서 붙잡은 본질을 드러내는 하나의 이미지가 온갖 생명을 품고 있는 바다이다. 그 바다는 꿈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존재의 본질로 다가온다. 바다의 이미지는 뿐만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도 존재의 본질을 찾는 외침으로 드러나 있다.(「시계」) 낯익은 쓰레기 봉투와 베어먹다 만 사과 조각에서도 존재의 본질을 향한 질문은 따라다닌다. (「쓰레기 봉투」, 「사과」 등) ● 작가는 바다의 이미지를 연작으로 하여 낯익은 사물들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묻고 싶다. 형이상학적인 욕망은 계속해서 사물,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며 무의식의 세계, 혹은 존재의 근원을 찾아 헤매이게 한다. 형이상학, 꿈, 무의식, 본질... 그 모든 것들의 이미지인 푸른 바다가 잠 속에서도 스멀거린다. 작가의 욕망을 끝없이 드러내는 이미지로써... ■ 이선주

Vol.20030303a | 이선주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