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종석 영상설치展   2003_0226 ▶ 2003_0304

이종석_나무_컴퓨터 영상 설치_2003_부분

초대일시_2003_0226_수요일_05:00pm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Tel. 02_732_6458

헐벗은 나무 한 그루 ●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늘 자연의 풍광을 끼고 살았던 이의 유년이라면 그 그리움이나 목마름의 깊이가 이해될 법 하지만 서울서 나고 자란 이종석의 속내에 그런 자리가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되었다. 적어도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을 무렵에는 서울에도 비슷한 풍경이 더러 있지는 않았겠느냐고 나는 금새 되물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리고 그 풍경이 서서히 잊혀질 때쯤, 또 풍경보다 사람의 속내가 궁금해질 때쯤. 그 때쯤이었을 것이다. 그가 마음 속에 나목(裸木) 한 그루를 품게된 순간은. 이제 더 이상 곁에 둘 수 없는 풍경은 심연 속에서만 살아 있다. 그리고 이파리 하나 없는 그 나무를 흔들어 깨울 때마다 속에 담고 있던 풍경은 말없이 터져 나온다. 그런 것이다. 우리는 모두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피워올리기에 요원한 헐벗은 나무. 이종석의 작품은 그렇게 서로의 어깨를 도닥이듯 쓸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한번씩 흔들어주자고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또 아는가. 그렇게 깨우다보면 어느 날 잎새 하나 피워올릴 날이 올지도.

이종석_나무_컴퓨터 영상 설치_2003_부분
이종석_나무_컴퓨터 영상 설치_2003_부분
이종석_나무_컴퓨터 영상 설치_2003_부분

상호소통, 즉 인터렉티브interactive라는 아주 적극적인 소통의 단계를 위해 그가 투여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길다. 샘플 이미지를 수집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씩 보름씩 다녀야 하고, 또 그것을 편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편집을 마치면 더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해, 혹은 그것을 더욱 풍경다운 풍경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지 수정 작업을 한다. 앞서의 것만큼의 시간이 또 소요된다. ●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이종석이 품고 있는 헐벗은 나무의 속내를 만난다. 이 도시 속에서 그대는 과연 안녕한가 하고 묻는 한 그루 나무와 만난다. 순간 우리 자신의 속내와도 슬쩍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을 품고, 동양화의 힘있는 붓질 하나를 기억하는 나의 감성이라고 외치는 이종석의 낮고 무늬 없는 목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하다. ■ 황록주

Vol.20030227a | 이종석 영상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