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김민호_김선형_문정화_박병춘_박종갑_유근택_임택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동풍(東風)은 자생적인 한국화의 바람을 의미한다. 그것은 서양의 것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동풍이 아니다. 자연스런 우리의 정서에 기인해 새로운 현대 한국화의 태동을 주도하고 21세기의 발전된 한국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운동으로서의 동풍을 나타낸다. ■
울리다·다물다 ● 인간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온갖 것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유용한 수단으로 인해 폐단을 겪게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유용한 수단 중의 하나인 '언어'에 인간의 욕망이 더해질 경우를 곱씹어볼 필요성을 느낀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잘 포장된 말들은 설경처럼 세상을 조용히 덮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상을 넘어 '참모습'을 직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 문정화
실루엣으로 표현된 나의 작업 속의 인물들은 도시인의 모습이다. 교차로(건널목)의 상황으로 묘사된 이 실루엣 인물들에서 현대도시의 삶을 압축하는 상황을 묘사하고자 하였다. 규칙, 기다림, 조급함, 짧은 시간 등 현대사회의 코드를 교차로의 상황으로 표현하고자 함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코드로 시간이라는 명제를 선택하였다. 과거의 시간들보다 더 잘게 쪼개져 있는 현대의 시간 속에서 도시인들의 삶은 그만큼 바쁘고 지루하다. 시간은 그들 삶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삶의 공간이다. 그리고 일정한 공간 안에서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현대도시의 공간은 그래서 차갑게 느껴진다. 더불어 차갑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삶에서 만남과 각자의 공동체를 통해 자위와 위로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분히 비인간적인 그러나 인간적인 공간의 도시, 그래서 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도시의 각박함에서 잠시 벗어나 잃어버리고 있는 각자의 무엇에 대해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즉 나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해와 달의 형상은 그것들에게서 인간이 가지는 본능적 신비감, 즉 희망, 꿈, 추억, 경외 등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함이다. 표현된 해와 달의 형상은 시간을 암시하는 동시에 도시의 삶에서 놓치거나 잃어버린 각자의 그 무엇(자연, 꿈, 추억, 희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장치로 선택되어 현대도시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 대한 반성의 이중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더불어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의 삶의 모습을 거닐 듯 살펴보는 회화적 즐거움이 나의 작업 속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부터인지 동양화의 화면으로 정착한 서양회화의 황금분할의 화면이 아닌 동양 고유의 사색적 화면, 즉 걷고 노닐면서 관찰하는 화면을 이번 전시를 통해 시도하고자 한다. ■ 김민호
옮겨진 산수 ● 지금까지 "玄에 대한 사색"이라는 주제로 작업한 나에게 조선후기 화가 강세황의 영통동구에 나타나는 입체묘사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또 하나의 조형적 의미를 일깨워주는 그림이 되었다. ● 이 그림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바위의 배치와 당시에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준법을 벗어나 채색의 농담으로 입체를 표현했다. 그리고 떠있는 듯한 바위의 배치는 동양화 시점인 다시점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 해석하여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를 옮겨진 산수라 명해본다. ■ 임택
기억의 풍경 ● 최근 나의 관심은 전통회화의 한 축을 이뤄왔던 산수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내느냐 하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산수화는 풍경화로 불려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것은 단순히 명칭의 변화 뿐 아니라 개념 자체의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 동양인들이 산수를 바라봤던 시각은 자연 속에 인간이 함께 속해 있다는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단순히 대상으로서의 풍경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장르의 미술에 비해 훨씬 더 시대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상태이다. 나는 조선의 화가들이 구현했던 진경산수와 풍속화의 현대적 재현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내가 그리는 작품엔 내가 실제로 여행했던 장소와 다른 시간, 장소에서 찍었던 즐거운 인물사진이 함께 공존한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하나의 공간을 연출해내는 것이다. ● 이번 전시에는 두 가지의 산수화를 선보인다. 하나는 박스로 제작된 산수화다. 직사각형의 길다란 박스에 사방으로 산수화가 그려져 잇고 각기 다른 시간대의 인물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박스는 천정에 매달아 설치한다. 관람객은 그 주위를 돌며 다른 시간, 다른 정소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 또 하나는 '고무판 산수화'이다. 고무를 오려붙여 산수화를 그리는데 동양화의 모필의 맛을 고무판을 이용해 표현함으로써 강직한 선과 입체감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잇다. '고무산수'를 통해 본인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아름다운 동양화를 구현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 박병춘
GLIMMERING 영혼-그 안식의 자리 ● 내 작품에 담겨진 주된 언어는 '마음의 근원'을 찾는 것이다. ● 다원화된 세계 속에서 인간들을 까닭 모를 불안과 번민에 시달리며 불확실성에 대한 어두운 상념 속에 존재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가져다준 현실 속의 편리함은 결코 인간의 원초적 고뇌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 서를 불문하고 인간의 본연에 대한 수행과 성찰이 진행되어 왔지만 현실적 삶에 중독된 많은 이들의 눈 속엔 아직도 세상은 자연스럽지 못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사유의 장을 열어보려는 의도로서 이번 전시는 준비되었다. ● # 안식의 방_ 전시실에 빛이 들어오고 의자가 나타난단. 의자 위에 잠시동안 인간의 형상이 드리워지고 이내 사라지며 앉아있던 흔적만이 의자에 굳어진 채 서있다. 하얀 꽃을 물고 온 새 한 마리는 의자 주변을 날다 의자 앞에 쳐진 투명한 비단 위에 내려앉는다. 이내 새의 영혼은 비단 위에 형상만 걸어두고 사라진다. ● # 환영의 방_ 전시실에 커다랗고 하얀 화판이 벽에 붙어있다. 한 남자가 화판 앞에 다가서서 두툼한 손을 화판 위에 올려놓더니 이내 화면 속으로 사라진다. 전시실에 불이 꺼지고 여러 날이 지났다. 한 여자가 화판 속의 동그라미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여러 날이 지나고 여러분은 화판 앞에 서 있다. ● 길을 걸으며 문득 마주치게 되는 영혼의 숨소리를 듣는다. ■ 박종갑
풍경의 속도 ● 나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내가 질주하는 버스 속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되는 사건의 연속성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본다. ● 내가 어느 때부터인가 그 지점을 주목하고 드로잉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순간적인 드로잉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대상의 움직임으로부터 다가오는 힘은 결국 내가 달리고 잇는 것이 아닌 대지 스스로가 생성과 사라짐을 반복하는 속도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바로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 유근택
Vol.20030220b | 東風 2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