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212_수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엄마에 대한 생각Ⅰ ● 엄마는 급성간염으로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고 한해가 끝나기 직전에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겨왔다. 얼굴은 물론이고 눈까지 샛노랗게 된 엄마를 병원에서 보고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한 세기가 끝난다며 세상을 들썩거릴 즈음 나는 혹시라도 엄마가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하여 곁에 붙어서보냈다. ● 처음에 마음과 몸이 모두 상해 불안해 보이던 엄마도 차츰 안정을 찾았고 꼭 한 달만에 퇴원하여 여수로 다시 돌아가셨다. ● 엄마는 내가 어릴적 부터 늘 바빴다. 보통들 말하는 희생의 어머니는 우리 엄마하고는 좀 멀다. 물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는 우리를 키우고 사랑하셨을 거다. 사실 그렇다는 걸 느낀 지는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항상 다른 곳에 더 신경 쓰는 엄마가 아쉬웠던 적이 많았으니까. 병원에서 엄마는 딸이 있어 참 좋다고 하셨지만, 그건 몰랐을 거다. 그 한달 동안 나도 엄마가 내 옆에 항상 있어서 참 좋았다는 걸…. 한번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엄마가 내 옆에 있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어쨌든 앞으로는 내내 건강하셨으면 하는 것이 엄마에 대한 내 생각이다.
엄마에 대한 생각Ⅱ ●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면 엄마는 기본적으로 식물성이다. 식물성. 엄마는 식물을 좋아한다. 늘 꽃과 나무를 만져서 나이에 비해 손이 거칠고 밉다. 나는 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유난히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요즘처럼 포장이사도 없었던 때 이사를 하게 되면 우리 집의 가장 골치 아픈 이삿짐은 바로 무지하게 많은 엄마의 화분들이었다. 우리 식구들 중 누구도 그 식물들에 애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꽤 미워하는 쪽이었다. 엄마는 우리를 쳐다보는 시간보다 그 식물들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 썩 사랑스럽지도 않은 그 화분들은 박스에 차곡차곡 쌓을 수도 없으니, 며칠에 걸쳐 식구들이 하나씩 들고 날라야 했었다. 모두 투덜대면서…. 게다가 나는 식물이 시들거나 말라서 죽는걸 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마음이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꽃다발 받는 것도 싫어했고,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내 집을 갖게 되자 엄마는 이것저것 집에서 놓고 보라고 식물들을 주고 싶어했지만, 나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잘 가져오지 않았었다. ● 지금은 나도 반쯤은 식물성이다. 결국 나는 엄마랑 너무 닮았다는 걸 인정해야 했고, 나도 엄마처럼 식물성이 될거 라는 예감이다. 지금 내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식물은 엄마에게서 얻어온 것이다. 그리고 옛날 그 식물들 앞에서 엄마가 느꼈을 기쁨을 나도 느낀다. ■ 김은정
Vol.20030208a | 김은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