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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207_금요일_05:00pm
오프닝 퍼포먼스_성능경
참여작가 정복수_백진숙_엄혁용_안창홍_이환권_천성명_우관호 이순종_조용신_한진수_송영규_신용식_성능경_이미혜
프로젝트팀_안두진_박정란_김효정_한석현
책임기획_박소진_성희종_안현정_여미경_윤홍미_이동일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02_737_7650
"나타나는 것은 그 자체 속에 본질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타나는 것이 바로 본질이다. 어떤 존재자의 본질이 이미 그 존재자의 내부에 깃들어 있는 하나의 능력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이 존재자의 수많은 나타남의 연기를 지배하고 있는 공연한 법칙이며 그 연쇄의 진리이다."_싸르트르 『존재와 무』
1. 들어가며 ● 최근 미술계는 일반인들의 다양한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음악, 연극, 무용 등 예술의 제 분야 뿐 아니라 사회학, 철학, 사학 등의 타 분야와도 폭넓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장르간의 붕괴로 인한 미술언어의 다양화 현상은 미술 내적으로 볼 때,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보다 발전된 양상을 보여줄 수 있으나 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점차 미술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미술계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기획하여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이슈들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성곡미술관에서 기획된 바 있는 다양한 전시들은 이러한 관람객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소통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2003년을 여는 첫 전시인 싸이코드라마展 역시 정신의학에서 시도되고 있는 싸이코드라마의 극적 형식을 미술언어로 환원시켜 일차적 감각기관인 시각적 코드를 통해 일반인들의 의식적 참여를 끌어드리고자 기획되었다.
2. 미술언어의 확장된 시도, 싸이코드라마展 ● 싸이코드라마展은 기존의 싸이코드라마가 주는 정신 심리극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미술적인 조형언어로 환원된 시각화된 주제로서 재구성된다. 싸이코드라마의 基底에는 인간의 내적 갈등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심리학, 정신의학, 철학 등의 사유성을 기반으로 한 학문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나, 전시로 구성 한 싸이코드라마展에서는 싸이코드라마의 정신성과 극적 요소를 미술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정신의학과 미술의 접목은 20세기 초반 모더니즘의 한 맥락으로 유럽 미술계를 선도했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인간의 정신을 육체와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했던 프로이트를 포함한 정신분석학자들의 새로운 학설은 천재 혹은 낭만적 이상가로 불리어 왔던 예술가의 의식세계를 화폭에 정당하게 쏟아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주었다. 당시의 이러한 시도들은 미술의 형식과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현실세계로 작가의 잠재된 의식세계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싸이코드라마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정신의학과의 연관성은 이와 다르다. 표현영역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는 앞선 시도에의 연장선상에 놓을 수 있으나, 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기법의 하나인 싸이코드라마를 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관람객이 체험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즉, 전시를 통해 관자는 자신의 존재를 타자와의 관계성을 통해 자각하게 되며, 내적 심리 상태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 이번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노출된 인간의 심리적 불안상황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정신 질환에 대하여 개인정신치료나 약물요법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닫혀진 내면의 잠재심리를 표현하는 데 그 효과가 인정되고 있는-싸이코드라마의 집단 심리극을 번안해서 사용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가 자신과 타자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즉, 싸이코 드라마가 가지는 즉흥성, 현재성, 창조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내재적 사유를 시각화된 코드를 이용해 끌어낼 것이다.
3. 시각예술을 통한 존재성 희구_전시구성을 중심으로 ● 인간의 모든 삶은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 그러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은 누구든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은 행복 안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욕망을 향한 자기 존재에 대한 실존적 탐구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본 싸이코드라마 展은 자신의 삶과 실존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전시이다. ● 행복이란 인간이 만족하고 기뻐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기쁨이나 환희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므로 완전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행복은 만족이 지속되는 욕망이 채워진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인간의 만족은 무엇에서 오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자아 또는 타자와의 갈등이 없는 자기극복(만족)의 상태를 행복의 기본조건으로 보고 실존을 확인하는 작업으로써 싸이코드라마를 선택했다. ● 극으로써의 싸이코드라마는 타자와의 벽을 허무는 단계로부터 시작된다. 싸이코 드라마의 첫 단계는 대화와 접촉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의 친근함을 조성한 뒤, 마술상점을 통해 자신이 버리고자 하는 것과 얻고자 하는 것을 맞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극에 참여한 자아는 스스로가 가진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은 보조자아(일종의 다중자아기법) 또는 타자와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 문제의식과 갈등에 대한 객관화된 자기평가 과정을 갖는다. 극은 실존하는 자아와 맞닿는 과정인 빈 의자에서의 독백으로 끝나지만, 주인공은 삶이라는 큰 무대로 극을 연장시켜가게 된다. ● 싸이코드라마展은 싸이코드라마의 형식을 시각화적으로 환원하여 크게 '마술상점', '이중자아', '빈 의자'라는 주제로 나뉘며,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한편의 싸이코드라마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각 테마에 따라 선택된 다양한 작가들은 전시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다양한 내적 심리를 평면, 사진, 설치, 영상, 입체, 퍼포먼스 등의 미술언어로서 풀어내고 있으며, 미술관이라는 공간성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눈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을 쏟아내게 된다. 이를 통해 관람자들은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 다양한 자기표출에 대해 共感 이나 거부 등의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적 공간에서 떠올리기 어려웠던 자신의 내적 갈등을 보다 높은 반응성을 통해 심화시키게 된다. ● 워밍업 단계에 해당하는 '마술상점(1층)'은 자신의 내적 갈등이나 문제점을 쏟아내고, 이를 통해 확대된 자아의 감정표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싸이코드라마를 처음 대하는 일반인들에게 싸이코드라마의 내용과 형식을 설명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공간구성 방식을 채택하여 자유로운 자아노출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서적 탐색과정으로 구성된다. 즉, 싸이코드라마 기법과 형식을 설명하는 설치공간과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자아탐색을 위한 시각화를 도모하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 두 번째 단계인 '이중자아(2층)'는 작가에 의해 시각적으로 환원된 이미지에 말을 거는 본격적 전개단계로써 다양하게 노출된 타자의 인상을 간접 체험하면서 이를 통해 자기극복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 공간은 파티션을 활용한 일대일 공간구성방식을 채택하여 보다 밀도 있는 사유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내?외적 심리 사유를 강조한 작업들을 중심으로 정신적·개념적 측면을 부각시켜 작품으로 환원된 보조자아가 주인공과 같이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심리상태를 주관적 입장과 객관적 입장의 공존으로 이끄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 마지막 단계로써 기획된 '빈 의자(3층)'라는 주제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공간으로써 싸이코드라마의 극적 요소와 미술언어의 결합을 강조하여 다이나믹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앞의 두 단계에서 회화, 조각, 영상 등의 다양한 시각적 도구를 사용했다면, '빈 의자'의 공간은 무대를 적극 활용한 극과 퍼포먼스 공간으로 표현된다. 특히 관객의 움직임 자체가 적극 개입됨으로써 자신이 지금까지 체험한 자기극복 과정을 일깨워서 자기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연장된다. 즉, 이 공간은 여러 개의 의자를 놓고 자신주변의 중요한 관계를 설정한 후 자신의 의자를 비워놓고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상태 들여다보며 자아의 강화 과정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다. ● 기존의 싸이코드라마에서는 자아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주인공이 그의 주변을 보조하는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서 자기인식의 심화과정으로 들어가지만, 이는 1회적인 순간성을 특징으로 갖는 극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는 것 이외에 본질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전시를 통한 싸이코드라마는 시간이라는 제약성을 갖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관람자 개인의 내적 갈등을 다시금 되새김질하고 나아가 전시기간동안 갈등을 풀어내는 심리적 공간으로 언제든지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극으로서의 싸이코드라마와는 다른 의미성을 지닌다.
4. 나오며 ● 본 전시는 현대미술과 극, 그리고 인간의 정신적 사유를 결합하여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극의 참여에 있어서 주변상황에 따라 문제의식의 강도를 결정짓는 일반인들의 사고를 고려할 때, 1차적 감각반응인 시각적 코드를 이용한 싸이코드라마展은 관람객에게 극을 통한 싸이코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다 심화된 내적 사유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기존의 정적이고 수동적인 미술관의 모습에서 벗어나 관람자에게 동적이고 자발적인 내면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본 전시는 본격적 시도가 미미했던 현대 미술과 극, 정신의학과의 결합을 실험해 봄으로써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하였다. ● 각 층의 테마에 의해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표현하지만 극이 시작되면서 창조적 자발성과 '지금-여기'라는 현재성을 통해 관람객과 작가는 그 문제를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박소진·성희종·안현정·여미경·윤홍미·이동일
Vol.20030206a | 싸이코드라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