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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20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_강효정_이영옥_이은실_최성규
대구MBC Gallery M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1번지 대구문화방송 1층 Tel. 053_745_4244
제3의 공간을 찾아서 ● 「공간」은 조형예술의 바탕이자 재료이다. 평면에 작업을 하든 양감을 다루는 조각물이든 공간자체를 조형하는 설치미술이든, 조형예술에서 「공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다루는 기술은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은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집이기도하고 동시에 매우 특수한 집이기도 하여서 대중성과 전문성(예술성)이 교차하는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 우선 이번 전시를 구성하기 위해 편의상 「공간」을 크게 「물리적 공간」, 「심리적 공간」,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판타지 공간」으로 분류하여 출품을 의뢰했다. 세번째 「판타지 공간」은 앞의 두 공간과 구별되는 공간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세번째 공간은 우리 의식의 공간, 사이버공간(E-space/ 원래 전시제목인 Espace는 공간을 의미하는 불어인데 공교롭게도 E-space로도 읽힌다), 이외 물리적·심리적 공간에 분류되기 어려운 모든 공간이 포함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무의식 공간」은 편의상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 우리 「몸」을 예로 세 가지 공간을 이해해보면, 몸뚱아리 자체는 물리적 공간이 될 수 있고 사고하고 판단하고 꿈꾸는 무형의 공간은 「판타지 공간」으로, 감각적인 것으로부터 촉발되는 온갖 감정과 갈등의 공간은 「심리적 공간」으로 분류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공간이 조형적으로 변형되어 드러나는 공간을 「제3의 공간」으로 규정했다. 「제3의 공간」은 세 가지로 분류된 공간으로부터 비롯되되, 조형적 변형을 거친 또다른 「미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미적 공간」은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예술적 공간이고, 넓게는 모든 예술작품이 찾아나서는 미답의 공간이며 가능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 강효정은 조각을 전공한 작가로 서로 다른 재료들(동과 돌)의 조합을 통해 비구상적인 순수 조형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으나, 이번 전시의 출품에서는 청동을 이용해서 자신을 탐구하고 규정해내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작가 강효정이 보여주는 「심리적 공간」은 인물 형상의 자유로운 왜곡을 통해, 자아직시를 위한 노력에서 겪게되는 심리적 갈등을 유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물(형상)의 양감 조절을 통해 심리적 갈등을 드러낸다는 것은 평이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가장 정직하게 접근해보는 작가의 도전이 특히 주목된다. 또한 조각가로서 덩어리를 표현적으로 다루는 작가의 감각 역시 주목된다.
작가 이영옥은 구상작업을 통해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을 평면에 담아내고자 한다. 사실적 구사력이 뒷받침되어 있는 작가는 평면에 조잡한 천의 선명한 묘사와 무표정한 인물을 결합해서 이들의 충돌로 미지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나른하게 떨어지는 숲의 그림자나 어딘지 알 수 없는 숲속의 설정이 공간의 「오리무중五里霧中」을 더욱 강화해주면서 「그 곳」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니까 작가 이영옥은 시각적 충돌을 통해 제3의 공간을 찾아나서는 셈인데, 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해내는 것이 앞으로 작가의 예술적 목표로 보인다. 물론, 작가가 추구하는 공간은 자동기술법을 구사해서 이르고자하는 무의식 공간과는 구별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미답의 영토를 열어줌으로써, 우리 경험의 영역을 넓혀놓을 것이다. 이 공간이 그야말로 「판타지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작가 이은실은 모든 조형의 시원을 기억하며 그를 회복하고자 「손」으로 작업한다. 손으로 종이를 뜨고, 현대 도시가 묻어버린 식물의 변화와 속도를 기록하기 위해 종이 위에 식물을 섞어놓는다. 이것을 일차재료로 삼아서 다시 전시공간을 이리 저리 구획한다. 「작가의/주술의/마술의」 손길을 거쳐 주조된 물리적 공간은 관객들의 침입을 통해 심리적 공간 · 판타지 공간으로 전환되기를 기다린다. 작가 이은실은 「손의 기억」을 통해 펼쳐진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한 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 틈이 「제3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문이 될 것이다.
작가 최성규 역시 손으로 작업하는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최성규의 작업은 우리 의식의 항아리를 채우게 되는 과정, 「발굴, 기록, 언어, 책」 이 모두에 대해 기록된 이미지들을 불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불러낸 이 이미지들의 구성이 바로 작가 최성규의 작업이다. 이미 활자로된 신문이나 온갖 정보지들을 꼬물꼬물 오리고 붙여서 만들어진 것. 새로 발굴된 유적, 미지의 우주공간, 내의식에 묻혀진 것들의 발견 등 우리삶/역사의 기록을 추가하는 온갖 종류의 발견에 대한 기사나 정보의 기록물들을 다시 작가의 기억의 강도에 따라 불러내 꼴라쥬하고 있다. 작가 최성규의 작업은 의식의 항아리 속 깊숙이 손을 넣어 손의 감각으로 끄집어낸 선별된 감각_의식의 공간이다. ● 이들 작가들이 「제3의 공간」을 추구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작업과 작가 스스로와의 관계에 관한 고민을 거치게 되므로, 자신과의 솔직한 대면을 통한 상처와 회복이 묻어있다. 상처 없는 공간은 얄팍할 것이고, 회복 없는 공간은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 이 상처와 회복의 흔적들이 강할수록 예술적 질감은 높아지리라고 믿는다. 이들 작가들은 매우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자신의 작업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미적공간을 탐사하고 또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작가에 대한 애정어린 관람과 조언이 이들이 만들어가는 「미적 공간」을 더욱 튼실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미적 공간」의 탄생은 우리 모두의 재산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다. ■ 남인숙
Vol.20030205a | Espa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