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미술문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5-2번지 Tel. 02_335_2964
왜 '마네와 모네'인가? ● 마네와 모네는 이름이 비슷할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작가로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 마네는 인물화를 주로 그렸지만 풍경화를 보면 모네의 그림과 유사하고, 모네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지만 인물화를 보면 마네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문제가 이 책에서 해소되며 두 사람을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게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혼동하기 쉬운 두 사람의 작품들을 병렬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여준다. ● 전통을 종합한 마네는 한 스승 아래서 6년 이상 전통회화를 익혔을 뿐 아니라 여러 뮤지엄을 방문하면서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고 그들의 화풍을 익혔다. 따라서 마네의 작품에는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할스 고야 등의 화풍이 있다. 요즘 말로 하면 마네는 신지식인에 해당되는데 자신이 익힌 많은 대가들의 주제와 화풍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또다른 류의 화풍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의 '마네의 손'은 그가 많은 대가들의 기법을 자신의 손에 담아 새로운 양식으로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 새로운 시각세계를 연 모네는 마네와 달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혼자 힘으로 자신의 양식을 만들어나갔다. 모네의 아틀리에에는 바로 자연이었다. 그는 자신의 눈과 느낌만을 믿으며 산으로 들로 나가서 직접 바라본 장면을 묘사했다. 새로운 시각세계가 저절로 열릴 수밖에 없었다. 폴 세잔은 모네를 가리켜 "얼마나 놀라운 눈인가!" 하고 감탄했는데 대가들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렸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의 '모네의 눈'은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 두 사람은 당대의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이들을 산에 비유하자면 마네의 산에서 보면 모네의 산이 커 보이고 모네의 산에서 보면 마네의 산이 커 보인다. 이렇게 비견되는 두 인물이지만 인물화와 풍경화의 각기 다른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으므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문자들에게는 교양서, 전문가에게는 유용한 자료 ● 마네와 모네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술사 속에서 이들의 위치를 가늠하고 회화세계를 비교해볼 수 있는 교양서적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은 풍부한 에피소드와 함께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들의 작품을 소개했으므로 일반 독자들이 교양서로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마네와 모네가 영향을 받은 화가와 이들이 영향을 준 화가, 당대 화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전면 컬러 도판 492컷이 화가들의 작품을 눈으로 비교 분석하게 해준다. 습작이나 드로잉, 같은 주제를 다른 화가가 그린 것, 같은 주제를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그린 것(특히 모네의 경우)들을 나란히 볼 수 있으므로 마네와 모네 각각의 작품세계 또한 종합적이고 심도 있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209명의 인물과 살아 숨쉬는 마네와 모네 ● 이 책은 마네와 모네가 골격을 이루지만 그들을 둘러싼 많은 평론가와 후원자, 그리고 동료 화가들의 이야기가 살이 되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9명의 인물들 가운데는 당대에 활동했던 화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델, 문인, 화상, 정치인들이 있어 이들이 함께 한 일화들을 통해 미술사 속에 나열된 개념이 아닌 살아 숨쉬는 마네와 모네의 회화세계를 접할 수 있다. ● 특히 마네와 모네가 활동했던 19세기는 문인들이 화가들과 교류하며 남긴 주옥 같은 미술 비평들 때문에 미술비평의 황금기라 할 만큼 많은 미술평론들이 발표되고 또 영향력도 컸다. 에밀 졸라, 보들레르, 말라르메는 마네와 친분이 두터웠으며 마네뿐 아니라 많은 인상주의자들의 미술을 소개하고 평론을 썼다. 미르보나 모파상은 모네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 주변에 그의 재능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의 평론과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했으므로 독자들의 구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이다. ● 마네와 모네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 ● 마네가 1863년에 그린 「풀밭에서의 오찬」과 「올랭피아」는 모던 아트의 문을 연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다. 앵그르 이래 여인의 누드는 많은 화가들의 선호하는 주제였고 관람자들도 원했고 또 그런 그림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마네의 누드는 화실의 화가 앞에서 벗은 여인이 아니라 센 강가로 피크닉 온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누드였다. 설사 화실에서 그리더라도 마네의 누드는 정숙하거나 요염한 여인의 것이 아니라 창녀의 벗은 몸이었다. 「풀밭에서의 오찬」과 「올랭피아」는 이런 누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당시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작품들이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 즉 회화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상상의 장면을 그려낼 수도 있고 창녀도 비너스가 될 수 있다. 마네의 이런 정신이 모던 아트의 문을 열었다. 기교에 있어서는 전통을 존중하고 따랐지만 주제에 있어서는 혁신을 꾀했다. 모던 아트는 이 같은 혁신적 주제와 더불어 출발했다. ● 모네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는 그룹을 결성해 새로운 양식의 운동을 전개한 데 의의를 둔다. 모네는 인상주의 양식을 창조하고 이를 여덟 차례의 그룹전을 통해 동료 화가들과 함께 알렸다. 모던 아트의 첫 미술운동이 모네의 의해 전개된 것이다. 그에게 추가된 영예로운 평가는 말년의 작품에 나타난 완전추상에 가까운 올오버all-over 이미지이다. 과거의 작품은 하나의 주제가 있고 부주제가 주제를 보완하든가 대조를 이루든가 했는데 모네의 그림에서 주제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림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났다. 올오버 추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잭슨 폴록에게서 나타났는데 이런 가능성을 모네가 반세기 전에 이미 예고했다.
The Great Couples 기획 의도 ● 이 시리즈는 미술사에 영향력을 준 중요한 예술가들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일대기를 그들의 계보와 함께 비교하고 서로 주고 받은 영향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 예술가의 창조성은 환경, 즉 그가 속한 사회, 성장배경, 교육과정, 친구 예술가들과의 교류, 자신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컨대 벨라스케스와 렘브란트의 작품을 모사하고 연구한 마네의 그림에서 두 대가의 영향이 발견되고 또 마네가 베네치아에서 그린 그림은 모네를 의식하고 모네의 방법으로 그린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동시대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예술가들 두세 사람의 생애를 함께 알아보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요소들까지 살펴본다면 예술가의 미적 관점은 물론 미술사까지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 기획서 가운데 『마네의 손과 모네의 눈』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뭉크 쉴레 클림트의 표현주의』 세 권이 일차로 출간될 예정이다. 『마티스와 보나르』, 『르누아르와 드가』 『로댕과 부르델』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클레와 미로』 『브랑쿠지 노구치 세라』 『존스와 라우센버그』 『워홀과 보이즈』 『바젤리츠와 키퍼』 등을 연결지어 출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 도서출판 미술문화
저자 김광우는 1972년부터 뉴욕에 거주하면서 City College of New York과 Fordham University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예술의 중심지가 된 뉴욕에서 많은 예술가들을 접하면서 미술과 미술비평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일찍부터 뉴욕미술 패러다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대가와 친구들' 시리즈를 집필했다. ● 저서 『폴록과 친구들』 1997 , 『워홀과 친구들』 1997, 『뒤샹과 친구들』 2001, 『마네의 손과 모네의 눈』 2002, 『뭉크 쉴레 클림트의 표현주의』 2003(근간),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2003(근간)
Vol.20030129a | 마네의 손과 모네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