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일주아트하우스 홈페이지로 갑니다.
일주아트하우스 미디어 갤러리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내 Tel. 02_2002_7777
'성 권력의 문화적 각본들'은 작가 조혜정이 한국사회 속의 여성들이 처한 다양한 사회적 위치를 인터뷰와 '역할극'의 방식을 차용하여 만든 비디오아트 작품전이다. 작가는 8인의 다양한 세대와 계급의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윤리적, 문화적 체계에 내재한 권력관계를 살펴보고, 그들의 문화적 상황을 다시금 재현하는 '역할극'의 형식으로 여성연대의 작은 실천을 제안한다. ● 조혜정은 인간에게 태생부터 주어진 성(性)과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성역할,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성질서와 권력의 체계에 대한 사회학적 관심을 비디오로 담아내고 있는 작가다. 작가는 2001년 '사회적 몸 젠더와 제스츄어, 공간에 관한 실험'전에서 여성과 남성의 일상적 행위(전화를 받는 것, 앉아있는 자세 등)에 대한 성 역할 바꾸기를 통해 각 성별 의 보편적인 제스츄어가 지니고 있는 차이와, 그 차이가 사회적 성역할의 학습과정의 차이를 함축한다는 것을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일상의 미미한 동작이 함축하는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한 조혜정의 실험은 이번 전시에서 좀더 구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진행된다.
인터뷰: '성 권력의 문화적 각본들'에서 작가는 10대에서 60대에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자신이 현재의 상황,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구성된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계급적 정체성과 문화적 양식의 차이를 분석하게 되는 동시에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심리적 약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 역할극: 역할극은 인터뷰한 여성들과 사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8인의 여성들이 그들의 인터뷰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역할극은 25세의 여성이 55세인 작가의 어머니를, 19세의 여성이 코스프레 참가자인 18세의 고등학교 여학생을, 34세의 여성이 조기유학 아이들을 둔 43세의 주부를, 24세의 여성이 30대 후반의 베트남 이주 여성노동자를, 30세의 여성이 65세의 시골 노인을 재현한다. 전혀 다른 세대와 다른 상황의 여성들을 재현하는 역할극의 진행과정에서 작가는 행위자들에게 단순한 인터뷰 언어의 반복이 아니라, 그들의 화장법, 의상, 헤어스타일 그리고 그들의 제스츄어 전부를 재현하도록 요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역할극의 과정을 통해 행위자들이 자신이 재현한 대상에 대해 느꼈던 이질성을 극복하고, 그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사적인 테두리 내에 머물러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공유하는 체험이며, 개인의 갈등 속에 함축된 거대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인식하게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사회적 상황에 관련된 각기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면서, 그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조감도를 그려내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방식(『세계의 비참』(동문선, 2002) 참조)을 차용한 조혜정은 인터뷰에 '역할극'이라는 새로운 공유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불행에 대한 세대간, 계급간의 이해를 도모한다. 이처럼 작가가 제시하는 '사회적 역할 바꾸기'는 글로벌리즘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점점 약화되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연대의식과 실천의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동시에 '성 권력의 문화적 각본들'은 페미니즘 비디오아트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예술이 지고 가야할 시대에 대한 해석과 재현의 의무를 실천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비디오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이영자
Vol.20030121a | 조혜정 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