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115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B1 Tel. 02_732_2655
나에게 있어서 그림 그리는 일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남과 다른 나'를 찾고 이를 극대화시키면 '남과 다른 작업'을 하게됩니다. /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는 '나만의 정서'를 만듭니다. '나만의 정서'는 손끝의 움직임으로 화면에 묻어납니다. 그리고 관람자는 화면을 통해 '나'를 만납니다. / 그림으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남과 다른 나'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찾은 '나 자신'을 관람자가 내 작품과 만남으로써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기억이 닿는 한 나는 도시의 아이였다. 나에게 서울은 현재를 살아가는 장소인 동시에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 어떤 이는 서울의 밤이 삭막하다고 말하며 무심히 지나쳐 가는 수많은 차와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 그러나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도시의 남만으로 다가온다. /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는 서울의 모습, 오히려 낮보다 더 경쾌하고 활기찬 서울의 밤이 나는 좋다. ●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찬란한 불빛을 가르며 달리는 밤의 드라이브가 나는 좋다. 밤하늘의 별에 대한 추억이 없는 나는 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하늘 저 멀리서 조용히 반짝이는 별빛보다는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불빛들이 나는 더 친근하다. / 그 빛들은 사물에 새로운 색을 준다. 낮에 보던 것과 다른 경관을 연출하는 빛들은 나에게 다채로운 영감을 준다. ● 나에게 서울은 일하고 사랑하고 휴식하는 장소이다. 어딘가로 떠나보지 않아서인지 나에게는 그리워할 다른 곳이 없다. /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편히 쉰다. 내 삶의 모든 것을 누리는 서울은 그래서 나에겐 지극히 편안한 곳이다.
규칙적인 선의 반복은 도시인의 계획적이고 질서 정연한 삶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며 서울의 밤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의 모습이기도 하다. / 종이 아래 묻힌 먹선은 사람의 그림자이자 사물의 그림자이다. 이들은 곧 우리 삶의 그림자이다. / 화면을 덮은 종이 조각들은 불빛의 퍼짐을 표현하기 위해 한지를 뜯어 붙인 것이다. 화면전체에 붙여진 종이는 서울이 밤을 뒤덮는 불빛을 나타낸다.
나의 작업과정은 단순하며 인내를 필요로 한다. 밑그림을 그리고, 전체적인 명암의 균형을 잡고 나면 줄곧 붙이는 행위가 계속된다. /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을 재현하고 있다. / 규칙적이고 반복적이고 질서 정연한,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지만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현대인의 삶을 작품제작과정을 통해 재현해 보았다. ■ 김민정
Vol.20030115a | 김민정展 / KIMMINJUNG / 金珉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