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인간

권재홍_김재민 2인展   2002_1205 ▶ 2002_1231

권재홍_도시와 인간_2002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공통적인 모종의 동기 하에 거주지역을 형성한다. 인간은 다윈의 '진화설'에 반발하듯 더 이상의 환경에 부응하는 신체의 변화를 이루기 보다 스스로에게 편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창조와 변화의 결과물로 인간의 생활을 가장 편리하게 만드는 형태의 환경인 '도시'를 건설한 인간들은 이제 첨단과학과 첨단문명의 이기 속에 순종하며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더 이상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인간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라는 이름의 커다란 괴물을 양육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현상이 아닌가…

권재홍_도시와 인간_2002

김재민과 권재홍의 작품 속에서 도시를 이루고 사는 인간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도시를 주체화시킨다. 인간은 더 이상 주체가 아닌 듯 하다.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생활하고 있으며 부속품이며 투쟁가다. 그들은 새로운 신화의 속편을 만들어 낸다. 신의 권위에 대항하여 그들의 왕국을 이루며 문명을 고속화시킨 그들은 이제 '도시'라는 이름의 절대자에게 헌신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결말은? ● 김재민의 사진 속 군상은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화면 속 각자의 표식은 단지 작가가 만들어 낸 이름일 뿐이지 실제 사회적으로 그 인물을 지칭해 오던 identity의 표시가 아니다. 작가는 이들을 희롱하고 있다. 개인은 더 이상 주체적 자아를 드러내지 않으며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 요소들 ? 자동차, 신호등, 구조물들, 가로수 등등 ? 과 다르지 않다.

김재민_도시와 인간_2002

도시와 함께 인간의 새로운 신화에 대한 개념을 생각한다면 권재홍의 작품 앞에서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제는 아름답지 않은 자연보호 캠페인, 크리스마스 그리고 아이들의 꿈 등은 너무도 선명하게 시각화되었다. 이는 퇴색해 버린 동화이며 전설이 되고 새로운 신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과 희생은 마치 자연의 섭리로 비춰지며 우리가 자연을 그렇게 취급했듯이 도시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어버린다. ● 곳곳에서 진행되는 지구종말의 징후들은 결국 이루어지고야 마는 것인가? 인간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비극적 존재로서 신화의 마무리를 맺게 되는 것인가? 루프에서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들은 그러한 시니컬한 감성으로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두려움으로 떨고 있지만은 않았으며 도시의 장관을 만들어낸 창조자이다. 이제 인간의 가치는 도시를 구성하는 부속품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그것을 비판할 능력이 있는 존재이며 언제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존재이지 않은가. ■ 김인선

Vol.20021225a | 도시와 인간-권재홍_김재민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