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강홍구+배준성展   2002_1213 ▶ 2002_1229

강홍구+배준성 공동작업_화가의 옷_비닐에 아크릴, 사진_126×178cm_2002

초대일시_2002_1213_금요일_5:00pm

갤러리 아티누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6번지 Tel. 02_326_2326 libro.co.kr/artinus

퓨전+합성 ●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개성의 두 작가의 공동 작업임과 동시에 서로 다른 장르와 이미지를 폭 넓게 수용하고 있는 그들의 자유로운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이란 공통된 매제를 사용하고 있는 이 두 작가 모두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섞어 놓고 잘라내고 다시 결합시킨다. "세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다는 강홍구 선생의 말처럼 저녁식사 자리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연상케 하는 나체의 여인이 앉아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신이 또 다른 자신에게 총을 겨누기도 한다. 이처럼 그의 합성 사진 속 이미지들은 과장되고 상호 대립적이다. 익숙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고 유명 영화의 한 부분을 인용하여 거기에 자신의 이미지를 결합시키기도 하여 관객이 보다 쉽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비판 의식과 진지함이 묻어 나온다.

강홍구_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저수지의 개들)_컴퓨터 합성 사진_1996

포장된 이미지 ● 선물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은 선물 포장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포장지를 풀어헤치며 그 안의 내용물을 알아가는 과정 즉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묘한 성취감 마저 안겨 준다. 하지만 포장지와 내용물이 너무나 다른 경우, 혹은 기대와 너무나 달라 괴리감마저 느껴지는 경우 우리는 일종의 충격에 휩싸인다. 이번 "PLUS"展에는 이처럼 숨겨진 내용을 발견하는 즐거움 혹은 충격이 있다. 일상생활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에 또 다른 이미지를 합성시키고 그 위에 얇고 투명한 비닐을 입혀 다시 한번 그림을 그려 넣는다. 화려한 서구식 고전 의상을 입고 있는 한국인 모델…그가 입고 있는 허울을 벗겨내고 싶은 충동에 비닐 커버를 살며시 들어 올리면 벌거벗은 모델의 모습이 드러난다. 비닐을 걷어 내는 이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상상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미지에 대한 동경이며 진실에 대한 굶주림이기도 한다. 진실이란 벌거벗은 모델의 모습도 비닐로 가려진 페인팅도 아닌 바로 이 짧은 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배준성의 얇은 비닐 위에 그려진 화려한 의상이나 강홍구가 합성해 놓은 사진작업처럼 오늘날의 진실이란 순간적이며 유동적이며 작위적인 것이다.

배준성_화가의 옷_비닐에 아크릴, 사진_143×183.5cm_2002

발칙한 상상 ● 우아하게 내려뜨려진 드레스를 살짝 걷어올리면 어떤 모습의 여인을 만날 수 있을까? 마치 어린아이들이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걷어올리듯이, 약간의 도발적인 상상력과 이를 수행할 용기를 가지고 비닐 옷을 들춰보자. 그 안에는 또 다른 포즈의 여인이 혹은 남성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누드이다. 작가 배준성은 누드 인물사진 위에 비닐을 올려놓고 그 위에 앵그르, 쿠르베, 다비드 등 서양 고전 작가들의 명화 속에 등장하는 의상을 꼼꼼하게 그려 넣는다. 배준성은 사진과 회화, 동양과 서양, 현재와 과거, 복제와 원화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며 해석의 여지를 넓히고 있다. "화집을 넘기면서 받은 느낌을 담은 일종의 독후감입니다. 화가이면서 동시에 감상자가 되는 겁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림이란 또 다른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창작 동인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새로운 시각 경험이란 본래 도발적이고 발칙한 상상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발칙한 상상력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며 관객의 즐거움이다. ■ 이대형

Vol.20021216a | 강홍구+배준성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