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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1.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나는 뉴욕에 있었다. 언젠가 부루클린 미술관에서 Saatchi 컬렉션을 주로한 '센세이션'이라는 전시가 있었다. 국내에도 여러 미술잡지에 소개가 된 걸로 알고 있다. 그때 현지에서는 여러 논란이 있었고 가톨릭과 보수적 커뮤니티의 반론이 힘을 얻어 당시의 뉴욕시장은 미술관의 예산을 동결하는 조치하는 발표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그 전시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직·간접 선전이 역겨워 직접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언론에서 흑인얼굴의 장식적 의상을 입고 있는, 동물의 대변을 섞어서 그렸다고 하는 성모마리아 상을 많이 다룬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동구권 출신의 친구가 "너도 예술가로 출세하려면 하나님의 뺨을 때리지 그래"라고 했던 말은 잊을 수 없다. 그 말은 '엉덩이에 바셀린을 발라야 한다'는 류의 이야기와는 다른 의미로 들렸었다. ● 짧다면 짧은 5년여 미국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와 지금까지 사실 난 주춤거리고 있었다. 심하던 약하던 간에 문화적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문화를 얘기하고 싶지 않다. 문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경향이 나를 그 자리에서 떠나게 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2. 나의 작업에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하나는 사물 혹은 내가 다른 위상(位相)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고, 또 하나는 반사(reflection)와 굴절(refraction)에 가린 현실(reality)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 나는 소년시절에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면증에 시달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일상으로 무디어진 사고의 덕과, 부활과 영생에 대한 희미한 소망으로 이를 달랠 수 있지만 여전히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에 대한 구체적 영상이 없음으로 나는 이것저것을 빗대어 그것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또한 유대인의 야훼도, 회교도들의 알라도, 한민족의 한울님도 아닌, 나의 하나님에 대한 실재를 온갖 부정적 정의를 고려하면서 그것의 자기 체험적 존재에 대한 증언도 하고 싶다.
3. 영상매체와 기타 테크놀로지를 작품에 도입하는 문제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매체는 작업기구이며, 표현도구일 따름이다. 요즈음 나의 환경은 점토나 대리석보다는 컴퓨터의 모니터가 더 가깝고, 물감과 캔버스보다는 VTR과 프린터가 더 친근하다. ● 불과 몇해 전만 해도, 아니 최근까지(또는 앞으로 몇년동안) "미술과 테크놀로지" 운운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표현방법 그 자체만으로 미학 혹은 미술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 조차도 그런 제하의 전시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물감과 캔버스 같은 재료 혹은 도구 이상의 이슈가 아닐 수도 있다. ● 그러나 미디어의 현실의 반영과 기록,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의 발동은 매력적이며, 발광(發光)하는 모니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 작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 김진석
Vol.20021208a | 김진석展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