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

심재근展 / photography   2002_1123 ▶ 2002_1128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컬러인화_20×20inch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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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1123_금요일_05:00pm

스페이스 사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

우항리 공룡화석지 ●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해안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약 9천만년 전)시대 호수 지역으로 호남에서는 최초로 용반목, 조반목, 수반목 등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의 집산지로 밝혀져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세계적인 퇴적학 명승지이다. 종합학술조사와 국제 심포지엄까지 거쳐 명소로 부각된 중생대 백악기 지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을 비롯해 '티아노사우르스'와 익룡 등 세계적으로 정교한 공룡의 발자국 5백여점이 한 곳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유일한 곳이다. 또한 1999년 강원 엑스포 환경 박람회에 선보인 한 환경단체의 폐품을 이용한 공룡조형도가 실제 크기로 설치돼 있어 더욱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_우항리 공룡화석지 소개글 중에서...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컬러인화_20×20inch_2002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컬러인화_20×20inch_2002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컬러인화_20×20inch_2002

우리는 도대체 관광지에서 무엇을 보고 오는 것일까? 종종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그곳에 왜 갔었는지? 또 어떤 것들을 느끼고 왔는지? 심지어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스개 소리로 관광지에서 남는 것은 기념사진뿐이라던가? 관광지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그곳을 오고가기 위해 허비한 시간이 더욱 많고 그렇게 도착한 관광지에서는 그 앞에 써 있는 안내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정작 관광지 앞에서는 그곳을 다녀갔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 찍기 바쁘다. 그러다 보면 진정 그곳에 왜 다녀왔고 무엇을 느끼고 왔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 우항리 공룡 화석지를 들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해남 땅끝 -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단지 그곳이 우리나라의 최남단이라는 이유였었다 - 에 가던 중에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이나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잘못 들어선 길을 가는 곳곳에 '우항리 공룡 화석지'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들른 우항리에는 허허벌판 한 가운데에 폐품 깡통으로 만든 공룡 조각들이 서 있었다. 물론 그때는 공룡 발자욱과 지층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각 건설이 한참이라 폐품 깡통으로 만든 공룡에 대한 인상이 더욱 강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보호각 공사가 끝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 조형물에 대한 강한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 그곳에서 이렇게 강한 인상을 받게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해본다면 '생경함'이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대한 놀라움이다. 오랜 시간 한적한 남도길을 달려 외딴 바닷가에서 불쑥 등장한 조형물이라 그 생경함이 더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조형물들을 도심의 놀이공원에서 맞닥뜨렸다면 그렇게까지 생경함을 느끼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깡통 공룡 앞에 서 있다보면 초현실주의자이며 시인이었던 로트뢰아몽이 말하던 '해부대 위에 재봉틀과 우산이 함께 놓여있는 풍경'을 맞닥트렸을 때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깡통 공룡들과 우항리라는 곳이 만나는 생경함들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컬러인화_20×20inch_2002
심재근_우향리 깡통 공룡 만나기_디지털 출력_12×16inch_2002

나의 시선을 붙잡은 다른 하나는 조형물 앞에 쳐진 밧줄이다. 이것이 워낙 허술하게 쳐져있어 어떤 목적인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다양한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암묵적 기호로 볼 때 분명 '금지의 표시'라고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이런 표시들은 고가의 물건이나 작품들을 전시해 놓을 때 일반인들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폐품으로 만든 깡통 공룡들 앞의 '금지의 표식'이라면 아이러니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싸구려 폐품으로 만들었다고 그 조형물이 싸구려일리는 없지만 그 조형물의 제작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이런 표식은 우스울 수밖에 없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 등과 같은 매체에 의해 기계복제시대가 펼쳐지면서 새롭게 대중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들의 예술 작품 수용 개념이 의식가치儀式價値에서 전시가치展示價値로 변화할 것이라 예언 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금지의 표식은 의식가치의 대표적인 표식이라 한다면 전시가치로 보여지고 있는 조형물 앞의 이 표식은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벤야민의 예언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 표시들은 무비판적인 대중들에게 더욱 그 힘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예술이나 사진이 전시가치로써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보았을 때 이런 금지의 표식들은 늘 뿌옇고 습한 안개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그리 달갑지 않게 보여진다. ● 현실의 세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사진의 숙명이고 또 사진가가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면 현실은 분명 사진의 중요한 소재와 주제가 된다. 이번 사진들도 이런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 졌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가 현실과 마주서 있는 관계 속에서 현실이 나에게 작용했듯이 이 사진들도 현실에 작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심재근

Vol.20021123a | 심재근展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