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925_수요일_05:00pm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Tel. 02_738_6806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아"와 "존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 언제나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련의 과정들 끝엔 언제나 높은 아집 사회의 낙오자란 생각과 함께 패배자의 심정을 동반하게 했다.
자아와 존재. Ego and Being. ● 그것이 바로 내가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게 한 근원적인 이유라고 하겠다. 나를 표현하는 길, 더 나아가 존재를 확립하는 길. 그리하여 나는 카메라와 렌즈, 빛과 오브제를 통해서 하나하나 필름에 담는 작업을 시작하게된 것이다. ● 누군가는 오브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는 작품 속에 오브제들은 내게 아주 특별하다. 설령 위험하다 할지라도 난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표현하고자 할 것이며, 이러한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 기본적인 컨셉은 셀프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다. 사람은 어쩌면 흥미로운 오브제 일 수 있지만 나의 경우에 사람을 찍는 일은 유독 싫어하는 범주의 하나이다. 그들을 담아내려면 상호교감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기본적 전제가 늘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 작품에선 휴머니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사물과 소통하는 법. ● 나는 그 길이 더 쉽고 빠르다는 생각뿐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굳이 찾아내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어느 누구라도 그 사진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러나 명확한 감성으로써 작용하고 있을 "무언가"를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것은 없겠다. 공통의 코드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 어쩌면 요원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립(而立)의 나, 윤성민에게는 평생을 두고 해 나가야 할 지향점이다. ■ 윤성민
Vol.20020928b | 윤성민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