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925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2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출생 이전부터 불타던 빛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 날개가 녹아 대지로 추락한 신화 속의 인물인 이카루스의 피를 이어받았는가. 이고은의 첫 개인전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하늘에 대한 동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의 상응(相應)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담은 설치 작품이다. ● 이번 개인전에 제작되어 보여주는 작품은 두 작품으로「가상-비행」과 「감성의 프로세스」이다. 「가상-비행」은 하늘에 대한 동경이 인연이 되어 만난 남편의 도움으로 비행기에서 찍은 하늘에 대한 비디오 영상과 지상에서 본인이 찍은 비디오 영상이 교차 편집되어 있다. 강박관념과 같이 그를 쫓아다니는 하늘. 그러나 마하 속도의 전투 비행기에서 찍은 영상은 그가 꿈꾸고 동경해오던 하늘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 공중에서 찍은 하늘의 영상은 그에게 어린 시절에 보았던 하늘에 대한 갈망만 더해간다고...... ● 그가 꿈꾸는 하늘은 무엇인가. 그는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여행하는 세관 박스와 테이프, 랩을 사용하여 「감성의 프로세스」라는 설치작품으로 자신의 삶과 어릴적부터 동경한 하늘에 대한 감성을 프로세스화 했다고 한다. 자전거 바퀴가 달려 있어 어찌보면 손수레 같기도 하고, 동체의 날개와 후미의 날개를 보면 그 형상이 비행기인 이 설치 작품은 프로펠러 대용으로 빗자루를, 추진기의 부문은 철재 의자의 뼈대를, 동체와 조종석의 부문의 경계는 캔버스 철재 좌대를, 동체에는 임산부의 배속의 아기를 초음파로 찍은 사진을, 날개에는 갓난아기의 똥 기저귀를, 꼬리 부문에 아기울음 소리와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면서 선로를 이탈한 형상을 띠고 있어 방앗간을 적의 성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과 같이 좌충우돌하는 그의 현재 삶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게 희화화하고 있다. ● 그의 하늘은 무엇이 길래 그는 이제 막 이륙하는 것도, 추락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비행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일그러지고 일탈된 형상으로 상징화하여 표현하고 있는가. 그는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세관 박스에 자신의 하늘을 담아 등기나 또는 소포로 전세계의 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평론가들에게 보내고 그것을 다시 받아 다양한 문화에서 사는 사람들의 느낌들을 프로세스화 하여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는 미완의 과정으로 남고, 친구에게 자신의 하늘을 소포로 보내고 다시 받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사진만을 보여주었다. ● 그는 그 박스에 무엇을 담아서 보내고 싶었을까. 그는 박스의 프로세스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자신이 담고 싶은 하늘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행기의 심장부인 비행사의 자리에 놓고 싶다고 하였다. 그 사진은 항공용 화물 상자에 라이트 박스로 비춰져 약간은 뿌연 파란 하늘로 영화『베티 블루』속에 나오는 하늘 이미지를 연상케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진의 거의 절반 이상이 중앙에서부터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하늘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니 그는 왜 하늘의 사진을 찢은 것일까. ● 그가 건네준 두터운 작가 노트의 한 구절에는 하늘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하늘이 시원하지 않고 꽉 막혀있는 것 같아! 저 맑고 밝은 하늘색이 어쩔 땐 답답해. 저 답답한 막을 걷어서, 뚫어서, 찢어서, 투명하게 만들어서 하늘이 가려버린 그 이면의 무한한 세계를 보고 싶어" 이 구절에서 보듯이 그가 의미하는 하늘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바라보던 청량한 하늘이나 비 개인 오후에 바라보는 하늘을 의미하지 않는다. ● 그가 "박스에 하늘뿐만 아니라 소리, 빛.....등 무형의 것들을" 담아 보내겠다는 작가 노트의 구절에서 보듯이 그의 하늘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하늘이 아니라 비물질적이며 무형의 것들은 아닌지. 그리고 그 무형의 것들은 외부의 하늘이 아니라, 니체가 이야기 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존재의 충족 이유의 원리를 해명하고 개체화의 원리를 지탱시키케 하는 아폴론적인 이성을 파기하고 자연의 가장 깊은 근저로부터 환희로 넘치는 황홀감을 맛보게 하는" 그런 내면적인 감성의 하늘은 아닌지. ● 찢어진 사진 속의 그 깊은 심연이 그의 이성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릴 때마다 삶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것 같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그렇게 우스꽝스런 비행기로 자신의 삶을, 아니 우리의 깊은 잠을 두드리는 것은 아닌지. ■ 조관용
Vol.20020928a | 이고은展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