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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913_금요일_05:00pm
일주아트하우스 미디어갤러리·아트큐브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내 Tel. 02_2002_7777
자연이 지닌 태고의 순수함, 우리의 능력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성질, 그리고 그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한 미적 체험을 숭고미(崇高美)라 한다. 그러나 근대 이후 테크놀로지의 거대한 발전은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인공물들을 빚어내고, 우리가 자연의 대상에 느꼈던 감정은 인공물에 대한 경이와 공포의 감정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감정을 문화비평가들은 '히스테리적 숭고'라고 말하는데 이 히스테리적 숭고는 과학과 기술의 혜택이면서 동시에 저주인'근대화'라는 터널을 통과하면서 체험된 현대인들의 강박증이다.
『김지영 개인전-허공속의 시간들』은 이러한 기술문명으로 인한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무의식과 꿈, 그리고 삶의 모태인 자연으로 초대한다. 용암을 품고 있는 화산의 울림,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바다 속을 유영하는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작가의 기존 설치 작품들에서는 자연의 원시성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감각, 즉 단순히 시각만이 아닌 몸 전체의 감각적 환기를 요구한다. 이렇게 순수한 자연의 숭고한 가치에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은 폐쇄성이 극대화된 탈 현대사회의 구조가 가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몸짓, 혹은 히스테리에서 벗어나려는 치유의 몸짓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맥락아래 작가는 이 전시에서 숫자의 배열이 나타내는 객관적 시간에 대한 재고를 통한 주관적 시간의 체험을 유도한다. 주관적 시간은 시계라는 기계로 계산되는 근대적 시간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파악하는 자연의 시간이다. 프로젝트 2대로 투사되는 숫자의 흐름은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는 흑백과 칼라의 이미지로 대비되고, 주변의 모니터에 보이는 허공 속에서 흔들리는 회중시계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피부처럼 이식되어있는 근대의 시간체계가 폭력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초현실적인 배경에 떠 있는 시계는 그것이 결국 기계에 불과할 뿐, 우리가 체험하는 세월과 기억의 주관적 시간에 아무런 영향을 비치지 못함을 역설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정확하게 계산되는 시·공간이 아닌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상대적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이 상상의 공간 속에서 시간은 세월의 굴곡과 요철을 지닌 채 우리 앞에 다가온다.
히스테리적 숭고를 느끼게 하는 시간과 기술 통제 사회 속에서 더 이상의 상상을 허용하지 않는 듯이 보이지만 작가는 태고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잠재의식을 환기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작가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들 속에 나타나는 꽃잎, 폭포, 사막과 바람들로 표현된 것으로, 굳이 의식하려고 하지 않아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미세한 감정들의 떨림, 꿈과 무의식이 드러내는 최면상태의 몽롱함, 나른하고 황량한 느낌으로 나타난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경직되지 않은 좀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공의 체험을 위한 것으로, 그 순간적 경험은 우리의 삶의 고삐를 잠시 풀어줄 수 있는 또 다른 상상의 모태가 될 것이다. ■ 이영자
■ 아트큐브 상영 안내_2002년 9월 13일부터 9월 15일까지 3일간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김지영의 단채널 비디오 영상작품 「도시의 환영」, 「정적의 흔들림」, 「망상의 꽃잎」, 「사막의 바람」을 반복 상영합니다.
Vol.20020921a | 김지영展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