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송은미술대상전

주최_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2002_0904 ▶ 2002_0910

박찬용_이젠 꿈꿀 수 없는 꿈 Ⅱ_브론즈,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_182×121×69.5cm_2002

초대일시_2002_0904_수요일_04:00pm

공평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공평빌딩 Tel. 02_733_9512

송은미술대상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북돋아주고, 전시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해 송은문화재단이 작년부터 해마다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141명(평면-122, 입체-19)이 응시하여, 그 중에서 59명(평면-44, 입체-9)의 입선작을 일차로 가려내었고, 본선 출품자 51명 중에서 8명의 수상자를 내었다. 특히 이번 본선심사에서는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과정에 나타나는 부조리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 다른 시간에 개별적으로 심사함으로써 특정인의 목소리나 특정인을 밀어주는 공모전 심사의 고질적인 폐단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 조선시대 선전에서 오늘날의 국전에 이르기까지 공모전은 지금까지 젊은 작가들의 화가로서의 등용문이자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져 왔지만, 그 폐단 역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미술작품은 다른 영역에 비해 우열을 가리기가 참으로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의 안목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것에 의해 좋은 작품의 기준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들의 기준이 그 시대의 아카데미즘으로 정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아카데믹한 것에 저항하는 가운데 탄생된다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도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이중섭이나 박수근은 당시에 선전이나 국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작가들이란 점은 그 단적인 예다. 또한 오늘날 한국작가로서는 드물게 세계적인 작가가 된 백남준이 만약 60년대에 그의 비디오 작품을 국전에 출품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심사위원들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들의 아카데믹한 기준에 벗어난 그 작품은 아마도 입선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예술에서의 권위는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송은미술대상전은 국전이나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대전 등의 우리나라 메이저급 공모전에 비해 규모가 작고 권위가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방법에 따라서 그 점이 더 매력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다.

박종갑_들리는가..._한지에 혼합재료_194×130cm_2002

미술작품을 점수로 전환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평가는 평가자마다 관점이 약간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조형성'과 '시대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다. 조형성은 자기의 생각을 손으로 옮기는 능력을 말하며, 작품에서의 유기적 통일성과 완성도를 좌우한다. 시대성은 과거의 틀에 박힌 관념이나 양식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작품의 신선도를 좌우한다. 정체성은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삶의 체험에서 형성된 독특한 정서가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개성을 좌우한다. 작품의 평가가 주관적인 것은 이 세 가지 기준점에서 개인마다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기준은 각각 분리된 것은 아니고, 서로 침투하며 삼위일체를 이룬다. 작가들 역시 이 세 가지 위치의 작용관계를 고민해야 하는데, 대체로 이위일체나 심지어 일위일체를 작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형성만을 강조하면 기능공이 되고, 시대성만을 주장하면 사상가가 되고, 정체성만을 고집하면 독설가가 된다. 예술가는 이것들을 조화시키고 화해시키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박진표_屋外(옥외)_캔버스에 혼합재료_180×145cm_2002

이번 공모작들은 대체로 조형성이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으며, 상대적으로 시대성과 정체성이 취약한 경향을 보였다. 그것은 우리의 조형능력 위주의 대학교육 풍토에서 기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또 어떤 작품은 뛰어난 아이디어로 시대성을 포착한 작품도 있었으나 조형적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이것이 심사를 어렵게 하는 점이다.

심민섭_Room_에칭, 엠보싱_180.5×101cm_2002

나의 경우는 시대성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다. 그것은 이번 공모전에 응시하는 작가들의 나이가 대부분의 한참 새로움을 모색해야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젊은 작가들이고, 또 우리 건에서 그러한 작가들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 대상으로 선정된 박찬용의 「이젠 꿈꿀 수 없는 꿈 2」는 짓을 수 없는 개의 형상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을 풍자한 작품으로, 조형성과 시대성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미술상으로 선정된 박진표의 「옥외」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배나와 정체성의 면에서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 평가된다. 그리고 박종갑의 「들리는가...」는 한국화 특유의 여백과 절제의 정서를 현대적 미감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심민섭의 「Room」은 세련된 조형감각으로 판화 기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그밖에 몇몇 우수한 작품이 상운의 부족으로 수상에서 제외된 점은 아쉬운 일이지만, 대체로 공정한 심사가 되었다고 자위한다.

이영조_익명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2
최순영_남과 북의 21 2002-7_화선지에 수묵_140×174cm_2002

끝으로 열악한 문화풍토 속에서도 고분분투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준 송은문화재단에게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지원사업이 발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 최광진

Vol.20020907a | 제2회 송은미술대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