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서의 세계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의 사진들展   2002_0828 ▶ 2002_1013 / 월요일 휴관

율리아 죄르겔_라스보르카-카자흐스탄 출신의 독일 이주민들_컬러인화_1995

참여작가 Axel Boesten und Kai-Olaf Hesse_Barbara M ller_Corinna Wichmann Enno Kapitza_Eva Leitolf_Frank M ller_Fred Dott_Ingo Taubhorn Jitka Hanzlov _Julia S rgel_Karin Apollonia M ller_Martin Fengel Nikolaus Geyer_Peter Hendricks_Stephan Erfurt Ulrike Myrzik und Manfred Jarisch_Wolfgang Bellwinkel

대림미술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1번지 Tel. 02_720_0667 www.daelimmuseum.org

이번 '하나로서의 세계' 독일 사진전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최근 10년 동안 독일의 일상의 모습을 다룬 사진전으로, 1997년 출판된『현대 독일 사진집』을 토대로 동서간 통일을 이룬 새로운 독일에서 독일 국제교류처ifa가 2000년 기획한 전시이다. 이 전시는 동과 서로 분단되었던 독일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와 혼돈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고 통일 이후 서방의 자본주의 물결이 밀려들어옴에 따라 버려지거나 또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구 동독의 실태를 이해와 화합의 시선으로 추적한 휴머니스트적 사진 작품들이다. 모두 독일의 1990년대 사진들로서 냉전 시대의 종말과 통일 이후 역사적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하며 그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후속 작용에 날카로운 관심을 보인다. ● 이외에도 문화의 세계화 내지는 획일화로 희생물이 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모습도 다루며 현대화를 위한 거대한 건설공사 현장 모습을 통해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긍정적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 이와같이 이 작품들은 대중적이고 상업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오늘날 예술 경향에 동조하기보다는 따뜻한 인간적 시선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울러 50년 이상 분단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며, 그동안 서로 다른 체재 속에서 남북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이를 통일 후 어떻게 극복하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 것인가를 미리 심사 숙고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가 통일을 앞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페터 헨드릭스_사무치는 그리움_컬러인화_1994-8

대부분이 1960년대 태어난 19명의 초대 작가들은 우리의 일상을 매우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한다. 일상 풍경, 건축물, 인물, 시대적 사건 등 직접적으로 자신의 현실과 관련된 것들을 각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사진 저널리즘에 근원을 둔다. 그러나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보도사진이라기 보다는 이미지의 미학적이고 심리적인 요소들을 더욱더 중시하며, 자신의 고유한 표현력으로 대상의 존엄성을 심사숙고하여 묘사한다. ●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로서의 사진', '잡지의 시대', '현재의 독일 사진', '전기적 요소의 발견',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 등 다섯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마르틴 펭엘_안디 볼_컬러인화_1997

먼저 '프로젝트로서의 사진'은 독일 통일의 기쁨보다는 이윤에 혈안이 된 서방 기업들의 자본주의 물결과 이들로부터 마치 먹이에 굶주린 짐승들처럼 취급당하는 동독을 다룬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보잘 것 없는 체코의 작은 마을, 또는 매춘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마약에 중독된 여인들 등이 있다. ● 두번째, '잡지의 시대'에서는 독일의 사회학자 하인쯔 부데에 의해 '68세대'(1938년과 48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분류되며, 90년대의 독일 사회를 주도했던 이 신세대들이 나찌 체제에서 비롯된 독일의 잘못과 강제수용소에 대한 책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독일의 과오 등을 가차없이 인정한다. 파쯔매거진, 에스젯매거진, 그리고 짜이트매거진 등이 이들의 단골 잡지로서 사회적, 정치적 사건보다는 사치와 유행에 관심을 보인다. 예술, 패션, 외국풍물, 혹은 록앤롤 등을 소개하며 대상의 기록적 묘사보다는 그 이상의 좀더 섬세하고, 정보전달 보다는 이미지 자체를 위한 이미지를 추구하여 예술사진과의 접목을 시도한다. 예술사진이란 잡지를 위해 촬영된 것이 아니라 화랑이나 미술관 등에 전시되기 위한 사진을 의미하는데, 토마스 루프 같은 예술가의 사진이 잡지의 표지로 실리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흑백사진이 "더 사실적이고 진정한 것이며, 꾸미지 않은 명확하고 진실된 것"이라는 전통적 주장에 반하여 이제 아무런 흥미도 끌 수 없는 상투적 표현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 신세대들은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들마저도 화려한 색채로 촬영한다.

카린 아폴로니아 뮐러_옛날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_컬러인화_1992~6

세번째는 '현재의 독일사진'이다. 오늘날 사진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사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며, 대중 사회학이 이미지에 미치는 역할을 의식한다. 예를 들어 벼룩시장의 낡은 사진들의 발견과 일상사 등에 관심을 갖는다. 이때의 일상이란 타락한 일상을 구원한다든가 또는 일상을 미화시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장 흔하고 지독하게 자동화된 일상으로서 초현실주의자들 처럼 억지로 승화시키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다. 단지 일상 그 자체를 누설하는 것이다. ● 마르틴 펭엘은 냉엄한 컬러사진 시리즈로 비극적 사건을 암시적으로 촬영하며, 위르겐 텔러는 패션과 기록 사진의 경계선 위에 있다. 만프레드 야리쉬는 어머니의 살림살이에 대해 지나치게 꼼꼼한 재고 조사를 함으로써, 가정주부에게 집은 더 이상 건축학적 공간이 아니며, 살림은 공예품의 앙상불이 아니라 조각조각, 보푸라기 하나하나 까지도 처리해야만 하는 신경쇠약의 천국이 된다.

볼프강 벨빈켈_전후시대_컬러인화_1995/96

네번째는 '전기적 요소의 발견'이다. 공적인 주제와 사적인 주제를 엄격히 구분하고, 정치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르포 사진보다는 그 차이에 무관심한 다큐멘터리 사진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예컨대 주변부의 삶을 다룬 낸골딘은 뉴욕, 베를린, 도쿄에서 벌어지는 유랑자들의 생활 모습을 사진으로 출판하였고, 틸만스는 사소한 모티브를 상징적으로 전환시키며 중심의 문화보다는 그 변두리의 생활양식에 관심을 보인다. 그들의 세대는 정치적인 것을 우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친구들은 생애에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 때문에 내 사진작품의 상당한 부분을 친구들과 그들의 삶에 바쳤다."라고 고백하며 사진은 자신의 생활을 전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고 마르틴 팽엘은 가족의 사진 앨범에 등장하는 어떤 친구의 삶을 재구성한다. 잉고 타웁호른 역시 가족에 대한 실험적 작품들을 한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서전이라는 시리즈가 삶이라는 검은 테두리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러시아인들이 버리고 간 병영을 다룬 뮐러는 잔해와 개인적 증거품들을 담아낸다. 또는 니콜라우스 가이어는 만신창이가 된 베이루트를 샅샅이 탐사하며 폐허에 대한 상투적 표현에서 벗어나 어떤 개인들의 인물사진을 투영해 그 절망적 이미지의 판박이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

바바라 뮐러_베를린_컬러인화_1995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어떤 소재가 사진에 적합하고, 어떤 미학적 현상들을 사진이 반영할 수 있고 반영해야만 하는가? 예컨대 회화, 다큐멘터리 영화, 건축 혹은 사진 에세이 등의 미학적 현상들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생각은 컬러 사진의 연속물이나 시리즈로 구상하는 것, 다른 사진들을 패러디 하는 것, 그리고 전기적, 혹은 자서전적 연관성 등의 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사진은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착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 의미 자체를 빼앗아 버리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 대림미술관

Vol.20020827a | 하나로서의 세계-독일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