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닌 그늘에 던지는 조그마한 농담

임승현展 / painting   2002_0821 ▶ 2002_0827

임승현_동물원_한지에 수묵담채_56×130cm_2002_부분

초대일시_2002_0821_수요일_05:3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는 항상 따돌림 받는 약간 모자라는 아이가 꼭 한명씩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못했고 옷이 지저분했고 도시락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소풍 가는 날조차도 그 아이는 똑같은 도시락을 싸왔고, 아무도 그 아이의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 ● 몇몇 아이들은 그 아이를 지독히 괴롭혔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아이보다 낫다는 안도감과 여유를 즐기며 그 아이를 동정했다. 마치 착한 백인이 불쌍한 흑인 노예를 동정하면서도 절대로 그들과 섞이지 않는 것처럼...

임승현_오아시스-가판대_한지에 수묵담채_49×88cm_2002_부분

막내로 태어나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자라온 내 나이 벌써 서른이 되었다. 30대... 슬그머니 거울에 내비치는 뱃살, 그 광분하던 헤비메탈 음악도 시들하게 들려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왠지 씁쓸해진다. 아직 한창이건만... 바르게 산다는 것이 곧 무능으로 연결되는 이 사회 속에서 밟지 않으면 밟히고 마는 이 무한경쟁 시대 속에 던져진 나는 왠지 자신이 없다.

임승현_동존-삼형제_한지에 수묵담채_44×55cm_2002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욕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한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무언가에 마취되어 상실과 변질을 겪는 존재는 아닌지?

임승현_중독_한지에 수묵담채_32×65cm_2001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직 젊은 우리는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게 될까? 나는 이 그늘 아닌 그늘에 대하여 조그마한 농담을 던지고자 한다. ■ 임승현

Vol.20020815a | 임승현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