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821_수요일_05:3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는 항상 따돌림 받는 약간 모자라는 아이가 꼭 한명씩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못했고 옷이 지저분했고 도시락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소풍 가는 날조차도 그 아이는 똑같은 도시락을 싸왔고, 아무도 그 아이의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 ● 몇몇 아이들은 그 아이를 지독히 괴롭혔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아이보다 낫다는 안도감과 여유를 즐기며 그 아이를 동정했다. 마치 착한 백인이 불쌍한 흑인 노예를 동정하면서도 절대로 그들과 섞이지 않는 것처럼...
막내로 태어나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자라온 내 나이 벌써 서른이 되었다. 30대... 슬그머니 거울에 내비치는 뱃살, 그 광분하던 헤비메탈 음악도 시들하게 들려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왠지 씁쓸해진다. 아직 한창이건만... 바르게 산다는 것이 곧 무능으로 연결되는 이 사회 속에서 밟지 않으면 밟히고 마는 이 무한경쟁 시대 속에 던져진 나는 왠지 자신이 없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욕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한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무언가에 마취되어 상실과 변질을 겪는 존재는 아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직 젊은 우리는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게 될까? 나는 이 그늘 아닌 그늘에 대하여 조그마한 농담을 던지고자 한다. ■ 임승현
Vol.20020815a | 임승현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