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에 반영된 생명의 꿈

김미란展 / sculpture   2002_0809 ▶ 2002_0829

김미란_코끼리_동, 나무, 양털_95×75×70cm_2002

초대일시_2002_0809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0층 Tel. 02_527_6282

자연과 예술 ● 자연은 질료이고 예술은 그 질료로 빚어진 작품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최상의 상태이지만 예술이 없다면 자연상태는 최상이었던 씨앗이라도 완숙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완전함도 사람의 손으로 더 가꾸지 않으면 부족한 것으로 머문다. 어떠한 종류든 완성을 위해서는 연마가 필요한 것이다._발타자르 그라시안 ● 최근의 조각은 시간과 공간개념을 포함하고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한 설치와 영상 매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새로움에 대한 다양한 욕구는 작가들로 하여금 조각의 전통 개념을 탈피하여 작품의 구조나 형식을 새롭게 탐색하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현대조각에 있어서 조형개념의 확대는 작가의 손길에 의한 형식과 기교를 넘어서 평범한 사물이나 일상적 이미지조차도 작품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비추어, 김미란의 작업은 일정한 의미에서 전통적 조각의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사물을 통한 현대인의 모습과 잠재적 자아를 찾기 위한 탐색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획일화된 사회 심리에 대한 조각적 발언이자 오브제를 통한 회고적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작품에 중요한 맥락은 자연의 모방을 통한 생명의 문제로 귀착된다. 즉, 김미란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싹은 일상의 공허와 황폐화된 사회의 평온에서 돋아나는 생명의 메타포이다. 그녀는 또한 발견된 오브제를 통해 동물이나 생태계의 조건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대상의 조건들! ! 을 본질적 요소로 단순화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김미란_용_동, 나무_330×150×110cm_2002

남양주시 평내동의 개조된 축사를 개조한 작업실. ● 그녀의 작업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주변의 숲과 공장, 버려진 나무들은 그녀의 산책의 결과물로 얻어진 수집품들이다. 그녀는 그것들을 깎고, 갈고, 손질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예술적 생명체로 부활시킨다. 재료가 가진 물성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재료 그 자체의 내재적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나무를 다듬고, 금속을 단조하며 끊임없는 육체적 노동을 작품에 투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미란_침묵의 소리_나무, 소라, 유리_40×30×30cm_2002

'손'으로 생각하는 작품. ● 움직이는 것과 고정된 것, 자연적인 것과 가공된 것, 형태의 발견과 탐색, 직선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 자연물과 변형된 형태 등의 대립항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상호관계와 존재의미들을 찾아 나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의 작업은 자연과 사회의 상호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오브제들 - 시계추, 박자기, 자물통, 고목, 신발 - 등은 우리사회의 무분별하게 버려진 대상에 대한 현실 속의 조형적 메타포로 존재한다. 이러한 조형적 메타포는 곧,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소외문제와 격리된 삶 속의 공허감, 억압된 심리로 살아가는 우리 현실의 파편적 비늘들이다. 또한 이러한 오브제들과 조합된 의자, 방석, 새싹, 상자 등은 혼탁한 세상을 예술의 힘으로 정화시키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꿈을 대신하는 작가의 상징적 대상들이다.

김미란_휴식_동, 나무, 인조털_90×55×45cm_2002

김미란의 작업은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그것들간의 긴장관계를 통해 서정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채워져 있는 물질의 질량감, 그것을 비껴 가려는 텅빈 공간과 같은 구조는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며 유토피아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자기 존재의 확인이 아닐까? ● 썩어버린 고목, 앉을 수 없는 의자, 둔중한 돌틈 사이를 비집고 돋아나는 싹의 존재는 우리 삶의 슬픈 눈물과도 같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테크놀러지 시대에 그녀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흐름이나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3차원적 조각성을 담보하면서도 개념적 표현에 몰두하고 있는 성실한 작업태도를 볼 때,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작가로서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다. ■ 신경아

Vol.20020807a | 김미란展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