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td td t〕

책임기획_송필_김혁   2002_0719 ▶ 2002_0820

〔d td td t〕展_비닐에 혼합재료_각각 지름 270cm_2002

참여작가 김시하_김은정_김헌_김혁_송필_이중원 전인호_전준호_최욱_최종범

코디네이터_이주리_이재광_정해숙

세종문화회관 데크프라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777

녹음이 짙어 가는 여름. 경복궁과 덕수궁을 잇는 세종로에 투명한 물방울들이 나타난다. 회색의 야외 공간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들. 〔d td td t〕전의 전경이다. 발음기호로 표시한 '〔d td td t〕'은 세 개의 물방울 혹은 점(占)을 부르기 위한 약속일 뿐, 그것을'물방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쩜(占)쩜쩜'으로 불릴 수도 있다. ●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거리에 나온 거대한 투명 슈퍼볼(zorbe)이다. 현대미술이 백색의 회벽 큐브 공간을 거부하고 도로로 공장으로 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생경한 장소로 튀어나온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야외 전시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야외 전시와는 다소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슈퍼볼의 공간은 기존의 문제점들을 인식함으로써 출발한 것이다. ● 기존의 전시 공간은 사각의 규정된 틀, 혹은 닫혀진 공간 안에서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보여졌다. 하지만 이미 현대미술에 있어 전시의 개념은 작가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특히 대중과의 만남, 즉 다수의 익명성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중요시 여긴다. 이것은 그동안 미술이 음악·영화와는 달리 사람들의 인식 속에 '어렵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대중과 괴리된 문화, 미술은 그렇게 소외되어 왔다. ● 대중 음악, 대중 소설 등은 있으나 대중 미술이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다. 응용디자인을 일는 말이라 생각한다면 순수 미술에서의 대중 미술이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따라서 사람들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아울러 그들의 감정과 많은 접점을 이루며 교류하고자 이 전시가 마련된 것이다. 전시는 투명한 볼 안에 있다. 관람자는 그 작품은 물론 둘러싸인 공기까지 자신의 영역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그 외부의 막이 이루어낸 외부의 공간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미술은 대중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 전시는 그러한 미술의 소외를 도한 대중의 미술로부터의 소외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자 기획되었다. ● 투명한 슈퍼볼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를 닮아 있다. 작품은 자궁 안에서 평온하게 숨쉬는 아기처럼 그 안에서 7월의 햇살을 받으며 평온한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그러나 슈퍼볼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작품을 보호하는 단순한 기능적인 차원에서 선택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특성의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개별적인 슈퍼볼의 막들이 어우러져 흐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전시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슈퍼볼이라는 공간을 사용해서 저마다의 특성을 발휘하도록 기획하였다. 기획자에 의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틀 안에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전혀 다른 성향의 작업들이 슈퍼볼과 슈퍼볼을 통해서 이어지고, 그렇게 전시의 전체 흐름을 만들며, 광화문 일대의 지역적 특색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 전시 장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매우 다른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덕수궁·경복궁 같은 전통적인 공간이 있는가 하면 미디어센터·갤러리·대사관·문화원도 있다. 또한 국내 주재 해외 기업들의 사무실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름(相異)'이 마치 흐르는 거대한 강줄기처럼 세종로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 작품에 사용한 슈퍼볼은 작품간의 이질적인 느낌들을 한데 묶어 조화와 흐름을 만들어낸다. 즉, 삭막한 빌딩 숲 사이의 싱싱한 생명성을 조성한다. 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생명의 근원이다. 그리고 그 물은 흘러갈 때 살아 있다. 고여있는 물은 변질될 뿐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흘러가고, 줄기와 줄기가 모여 더 큰 흐름으로 연결될 때 더욱 건강하게 살아 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어우러지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단조롭던 일상은 생생해질 것이다. 이번 전시로 무덤덤한 도심에 촉촉한 동화적 공간 조성을 기대해 본다. ● 또한 그 슈퍼볼은 하나의 점이 될 수 있다.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모여 면을 이룬다. 다시 면이 모여 입체를 형성한다. 모든 형태의 근원은 점이다. 따라서 이 구는 세상의 중심, 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점 세 개가 모인 말줄임표 '…'는 모든 의미의 함축을 상징한다. 문장 중간 혹은 말미에 사용하는 말줄임표는 많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즉, 대화로써 서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상상 속에서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말줄임표는 세상의 모든 의미와 형식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슈퍼볼은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신보슬

김은정_phwe_비닐에 네온사인_지름 270cm_2002

김은정 ●「phwe」는 '휴∼'하는 숨소리를 뜻한다. 네온이라는 재료는 문명을 대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한숨 쉬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산스러운 세상에서 여유로움이 없다. 따라서 잠시 스스로 멈추어 가자는 의미다. 또한 이곳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사람들도 작품을 보다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바쁜 이곳에 쉼표를 던지고 싶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중원_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4개의 대륙_비닐에 혼합재료_지름 270cm_2002

이중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4개의 대륙」은 미래를 상상하면 작업한 것이다. 후손들을 위한 새로운 대륙을 상상해 보았다. 대륙이라는 것은 슈퍼볼의 구 형태에서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 작업을 하면서 슈퍼볼, 풍선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풍선이란 꿈과 환상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거나 어떤 현상들을 비관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게 되기가 쉽다. 따라서 긍정적인 사고를 꿈꾸며 제작한 것이다.

송필_악수_비닐에 가죽과 혼합재료_지름 270cm_2002

송필 ● 작업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껍질(가죽)이라는 매체는 '안과 밖'을 교란시키는 일종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주로 시각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기정 사실화하지만 그것은 그 껍질만을 우선적으로 본 것뿐이다. '안과 밖', '껍질과 속'에는 그 두 가지의 절대 개념 외에도 수많은 코드가 작용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소라는 동물의 가죽을 다시 분해, 조립하여 소가 아닌 제3의 코드들을 만들었다. ● 그것은 인간이 절대적으로 믿는 권력, 힘, 미와 같은 것으로 소의 형상(가죽)에서 분해되어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힘을 가진 동물이거나 꽃의 형상으로 조립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힘을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나약한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고 권력과 힘의 뒷면에서 벌어지는 아무 것도 아닌 '별 볼 일 없는'의 의미일 수도 있다. 작품에서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것들의 교란선을 찾기 바란다.

김시하_바로 곁 within reach_비닐에 혼합재료_지름 270cm_2002

김시하 ● 작업의 주된 테마는 '편안함을 주는 일상의 모든 것' 이다. '바로 곁' 작업은 만들어낸 작은 정원이며 또한 스스로를 보호함과 동시에 더불어 우리 주변에 스쳐 지나는 것을 보호하는 비닐 하우스와 같은 개념으로 설정된 인공적인 공간이다. 보호를 위한 공간의 생성은 결국 다수 속에서의 개인으로서 느끼는 강박관념에서 편안하게 하려는 의식의 또 다른 표현이며 그것은 얇은 비닐막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간에서 도로 블록 등 틈 사이의 작은 풀들과 같이 우리 주변에 숨쉬고 있는 생명에 대한 인지와 보호 의식, 그리고 이 인공적인 공간이 주는 편안함의 메타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김혁_온실_비닐에 혼합재료_지름 270cm_2002

김혁 ● 인간과 그 삶에 있어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모든 것과의 관계이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나에 대한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그 관계라는 막에는 소통이 전제된다. 관계로 형성된 막은 소통을 위해 새로운 공간의 여지를 만들어야 하며 이것이 내 작업에서 보여지는 구멍들이다. ● 구멍을 통해 이 쪽과 저쪽이 서로 연결되거나 어긋나기도 하며 내면이 보이기도 한다. 결국 슈퍼볼의 공간은 소통을 위한 장이다. 그 안의 작은 새들은 나의 내면의 소통의 욕구를 대변한다.

최종범_2th-sound-space_비닐에 혼합재료_지름 270cm_2002

최종범 ● 원이라는 기호는 오래동안 모든 문화에 있어 표의문자로서 사용해 왔다.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무언가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것을 표시하던지, 태양과 달의 기호로서 사용했던 것이다. 또, 점성학에서는 물질에 대한 정신과 모든 가능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것의 공통점은 에네르기라는 개념이다. dot가 원을 형성하고, 원이 닫혀진 공간을, 공간은 강력한 구를 구성해, 그 안에서 정신적 감각적 그리고 창조성이 높은 행위와 외계부터 내계를 가른 고립이 존재하게 된다. ● 슈퍼볼 안에 달린 다수의 스피커를 통해 나온 음향은 고립된 구안(내계)에서 강한 파워와 또다른 창조로 인해 외부로 전달해 간다. 관객은 구주변을 돌며 외부와 차단되어진 제한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와 음행진동을 촉각과 시각(다른 매체를 통해서, 예로 볼 위에 고인 물방울의 흔들림)으로 체험하게 된다. 밖에 존재하는 소리(또는 타인)와 안에 존재하는 음향(또는 작가 자신)하고는 또 다른 공존성과 가치성을 이야기 한다. 스피커를 자세히 보면, 선이 잘못 연결되어 있던지 소리가 안나오는 것들이 있다. 이는 모든 것이 완전할 수가 없고, 무음 또한 하나의 음으로서 공존한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작품제목 중에 2는 두가지의, 그리고 th는 telepath의 약자로서 "두가지(안과 밖)성의 마음 속을 감지한다"는 뜻을 지닌다.

특별공연_송인영 NOW무용단/SP밴드_2002_0725_목요일_06:30pm

Vol.20020805a | 〔d td td t〕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