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원재란展 / painting   2002_0807 ▶ 2002_0813

원재란_가슴만들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02

초대일시_2002_0807_수요일_06:0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어린 시절,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일기를 썼다. 그때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야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멍청하리만큼 순수한(?) 맘으로 매일의 일과를 기록하고 정리하던 내게 참다운 꾀, 일명 '잔머리'를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원하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나는 '잔머리'를 굴려 일의 결과 방향을 유리하게 돌려놓게 되었는데, 그 방법은 '일기'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밝혀지는 것처럼.

원재란_날개 달린 코르셋을 입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2×53cm_2002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을 만큼 떳떳한 방법이었다. '일기'가 공개된 후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변화에 어색하지 않도록 대처하면 모든 일 처리는 '나'를 위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그런 일이 있은 후엔 자주 그 방법을 썼다. ● 그때를 생각하면 목표를 위해 적절한 방법(?)을 그 나이에 맞게 잘 이용했던 것 같다. 이제 그런 적절한 방법에 모른 척 속아 넘어 가야할 나이에, 다시 그 방법을 이용해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공개하려고 한다.

원재란_비키니를 꿈꾸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02

하루 하루가 너무 똑같아 가끔씩 미친 짓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콧날이 시큰할 정도로 가슴 시린 적도 있으며, 또 어느 날은 내가 '살아있음'을,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사정없이 칼날을 세운 적도 있다. 그리고 무기력이 뇌 세포로 증식해 갈 때는 아무 말도 할수도 들을수도 없었으며, 무관심에 소외감을 느낄 때는 매 순간 순간을 눈치 봐야했다.

원재란_수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02

스스로 타인과의 무관심과 소외감으로 겪게되는 갈등과 혼란 속에 일상의 상황을 철저히 '개인의 일기' 형식으로 재현했으며, 그때의 상황을 상상력과 기억에 의해 표현하고자 했다. ■ 원재란

Vol.20020802a | 원재란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