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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724_수요일_05:0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을 가장 많이 노출하는 경우는 자신의 사적인 것을 이야기하거나, 표현할 때이다. 이 때 약점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수군수군 댈 가십거리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내밀한 것을 드러내는데 상상물을 가장 단단한 언어라는 형식 속에서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상물은 자신에게 온전히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에 놓이게 된다. 뒤집어놓거나, 바꾸어놓아도 보호되지 않는다. 사적인 것이 사적으로 보호되지 못하고, 열정, 비탄, 기쁨 등은 구조들에 의하여 끝내는 어떻게 말할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끝나버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김송미의 이번 전시는 이러한 점에서 작가 자신의 약점을 가장 많이 노출하고 있다. 김송미가 그려내는 사랑의 감정은 고스란히 대중문화의 텍스트나 생산물을 빌어 나타난다. 사랑은 속물적이고, 키치적이며, 상업적이고, 가짜가 판치는 경박한 세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
흔히 '뻥튀기'로 불리우는 손가락 과자와 그 과자 하나하나에 둘려있는 반지장식들, 그리고 그 날라갈 듯 가벼운 반지장식들을 사고 파는 팬시점과 노점들. 수많은 이들이 불안하게 간직하고 있는(언젠가는 잊혀질) 헤어진 날의 기억을 코드화한 또 다른 손가락과자 기념물들. ● 밀폐용기에 담긴 음울한 붉은 물 속에 저장된 생선가시와 목에 걸린 생선가시가 전해주던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의 은유인 생리를 가시화한 붉은 액체. 잘린 머리칼과 그 머리칼에 녹아있을 보이지 않는 수년간의 시간과 그 시간을 비웃듯 짧은 시간에 싹을 틔워 보이는 무우 씨들. ● 수년동안의 사랑의 기억을 우려내는 차봉지와 그 차봉 속에 든 머리카락 덩이.
그러나 어떠한 가능성을 담고 있지 않는 이러한 표면과 이미지는 미끌어지면서 틈새를 만들어내는데, 틈새로 슬쩍슬쩍 깊이와 순수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곤 한다. 작가는 사랑 경험을 대중문화의 양식적 특징과 분위기로 재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바라보는 어떤 방식을 재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사랑 경험은 과거의 것이면서 또한 현재적으로 진행되고, 그 곳을 배회하면서 이 곳에 주의를 빼앗긴다. ● 그래서 김송미의 작품에서는 라깡이 말하고 있는 언어적 혼란, 즉 기표들 간의 일관된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특징적으로 읽어내게 된다. 작가는 대중문화의 양식들을 빌어쓰고는 있으나 이 양식적 암시와 유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유희는 작가가 자신의 사랑 경험을 이미 지난 어떤 것으로 기억하는(현재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로 느낌(시간의 불연속성을 고집함)으로써 상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충동과 반성, 무기력과 저항, 중독과 자각, 기만과 관찰이 동시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김송미의 작업은 영원한 현재의 불연속적 흐름을 보여준다. 반복과 지속의 일상공간을 생생하고 강렬한(과도할 만큼) 지각의 세계로 바꾸어놓으면서 작가는 현실세계의 연속적 표면에 균열을 시도한다. ■ 임정희
Vol.20020721a | 김송미展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