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719_금요일_06:00pm
책임기획_현혜연
스페이스 사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Tel. 02_2269_2613 4zine.org
'살인하지 말라' ● 사회적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계율이자 금기이다. 하지만 살인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며, 물리적 폭력의 직접적 장소인 사체는 쌓여간다. 그리고.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관들의 행보 역시 빨라진다. ● 전시제목 『범인은 사진 속에 있다』는 형사들의 현장감식 사진촬영 지침서로 발간된 책자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전시는 범죄 감식을 위해 사건현장을 기록하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장 사진은 모든 폭력의 흔적들을 날카롭고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 기록한다. 이 사진들은 현장의 정확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또한 사건을 해독하고 예측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범죄는 형사들의 경험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관찰되고, 하나의 시나리오로 탄생되며, 그 내러티브의 구조를 따라 카메라의 눈은 전경에서부터 점점 가깝고 좁게, 세부적으로 들어온다. 특히 사체는 폭력의 물질적 지표로서, 살아있던 그(실상 대부분은 그녀)가 언제 어떻게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증언하다.
범죄 사진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특수한 영역에 있지만,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사건을 판단, 예측, 증거하기 위해 다른 사진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형식과 태도와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그렇고, 그 사진이 국가권력기구를 통해 권위를 획득하게 되는 여정이나, 범죄에 관한 지식과 담론 생산에 기여하는 측면은 사회 속에 포진한 다양한 사진에 대해 폭넓은 이해와 성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범죄사진, 수사사진을 원래 있던 도구적인 맥락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와, 사진-재현-예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려는 것이다. ● 전시되는 사진은 연출된 범죄상황을 촬영한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한 작업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현장 사진의 자료적 접근과 태도를 모방한 사진이다. 그 모방을 통해 범죄 사진의 형식과 태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 다른 하나는 그러한 시각을 배반하는 사진이다. 맥락을 빠져나와 언뜻 보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는 모호한 사진들은 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범죄이다.
또 우리는 범죄사진의 맥락과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성찰하기 위해 실제 수사에서 쓰이는 다양한 장치들을 빌려왔다. 사진의 확실한 자리를 지정하는 현장감식 보고서, 범죄의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 실제 수사의 주체인 형사들과 그것을 통해 지식과 담론을 생산하는 범죄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실었다. 특히 보고서는 과학수사계 형사가 우리의 사진을 역추적하여 꾸며낸 것이다. ● 지금, 이 전시는 수사사진이 보여주는 사진적 수사rhetoric에 대한 이야기이며, 탐구대상으로서의 범죄사진에 대한 우리의 예술적 실천이자, 메타비평적 실천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자. ■ 현혜연
Vol.20020716a | 김진형展 / photography